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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Sep 30. 2022

이유가 있겠지



아스팔트 바닥

단단한 틈 사이로

비집고 나온 

이유가 있겠지


기어코 얼굴을 내밀고

수줍은 미소

상냥한 향기 피우는

이유가 있겠지


거친 삶,

끝이 보이는 시간

괜찮다 말하는

이유가 있겠지


잎이 떨어지고

가느다란 가지만 남아도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발길 기다리는

이유가 있겠지






시간이 덧없이 흘러갑니다.

쓸데없이, 알게 모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덧없다'라고 표현하지요.

요즘 들어 내가 딱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반문해보게 됩니다.


무던히 지나던 거리, 기온의 차이를 감안하기 어려운 계절이 오니

일상에서 보지 못하던 풍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옵니다.

길거리 보도블록 사이에, 아스팔트 사이에, 공원 입구의 계단에,

누가 심었을 리 없는 이름 없는 꽃과 풀,

이 친구들은 어떻게 이 단단한 땅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기어코 얼굴을 내미는 걸까요?


나는 모르지만 이유 없이 자라는 식물은 없겠지요?

지난여름 비, 바람, 태풍을 맞으며 이리저리 날리던 꽃 씨가

가을 햇살 머금어 좁은 틈, 사람의 발길이 머무는 곳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저 작은 꽃잎에 처절한 생명력을 감추고 있다 생각하니

무심히 지나치기 어려워 오래 남겨두고자 화면에 담았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가의 꽃이지만 저마다 피고 지는 이유가 있겠지요.

내 삶에도 이유는 있겠다 싶어 자그마한 위로를 받습니다.


여유롭지 못한 삶, 위태로운 환경 속에서도

끝끝내 꽃을 피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척박한 삶, 거친 세월을 이기고 아름다운 향기 내뿜는 그런 사람입니다.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를 가르쳐 주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참 좋습니다.

나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는 사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꽃보다 아름답기에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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