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참을 걸었습니다
걷는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설레는 마음
길 위에 뿌리며
수화기를 손에 든
당신의 가느다란 손가락만
가슴에 담았습니다
지금은 생각나면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지만
나에겐 당신과 이어 줄
가느다란 선 하나 남지 않았습니다
무심코 만난
공중전화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지만
그날의 감정에 다가가지 못함은
시간이 당신을 향한 마음까지
가져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 대단한 감정을 품고 쓰진 않았습니다.
그때 그 시절 풋풋했던, 아니 아내에겐 바칠 수 없는 그저 그런 이야기입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시간 여행을 하듯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궁금한 건 이 물체의 용도였습니다.
모두의 손에 통신이 가능한 물체를 들고 다니는 요즘
공중전화는 누구를 위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요?
오래전, 그 시절에는 길게 이어진 기다림에 미안해하면서도
조금 더 대화를 나누기 위해 수화기를 든 반대 손에는 동전이 한 움큼 들려있었습니다.
조금 더 편하자고 공중전화용 카드가 생기더니 그 커다란 전화기를 아주 작게 만들어
모두의 손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입니다.
이쯤 되면 10년 후가 궁금해지긴 합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가지고 다니면서 소통하고 나누고 사랑을 하게 될까요?
인공지능이 대세라던데 감정까지 컨트롤하고 살게 되는 건 아닌가 궁금해집니다.
그때까지 살아 있으리라는 확신도 없지만
부디 서로의 진심을 전하기에 부족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합니다.
대화와 정보는 음성에서 영상으로 발전해 가는 세상인데
아직도 활자를 통해 감정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아, 제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습니다.
과연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이겼을까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아날로그의 감성을 끌어내고 있는 세상에서 말입니다.
혼란스럽지만 공존이라 표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치열한 삶을 살면서도 불쑥 튀어나오는 인간적인 감정으로 여유를 찾습니다.
내일은 어떤 일이 나를 불안으로 인도할지 궁금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예측할 수 없기에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우연히 만난 공중전화 부스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