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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Feb 14. 2023

공중전화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참을 걸었습니다


걷는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설레는 마음

길 위에 뿌리며

수화기를 손에 든

당신의 가느다란 손가락만

가슴에 담았습니다


지금은 생각나면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지만

나에겐 당신과 이어 줄 

가느다란 선 하나 남지 않았습니다


무심코 만난

공중전화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지만

그날의 감정에 다가가지 못함은

시간이 당신을 향한 마음까지

가져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 대단한 감정을 품고 쓰진 않았습니다.

그때 그 시절 풋풋했던, 아니 아내에겐 바칠 수 없는 그저 그런 이야기입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시간 여행을 하듯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궁금한 건 이 물체의 용도였습니다.

모두의 손에 통신이 가능한 물체를 들고 다니는 요즘

공중전화는 누구를 위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요?


오래전, 그 시절에는 길게 이어진 기다림에 미안해하면서도

조금 더 대화를 나누기 위해 수화기를 든 반대 손에는 동전이 한 움큼 들려있었습니다.

조금 더 편하자고 공중전화용 카드가 생기더니 그 커다란 전화기를 아주 작게 만들어

모두의 손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입니다.


이쯤 되면 10년 후가 궁금해지긴 합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가지고 다니면서 소통하고 나누고 사랑을 하게 될까요?

인공지능이 대세라던데 감정까지 컨트롤하고 살게 되는 건 아닌가 궁금해집니다.

그때까지 살아 있으리라는 확신도 없지만

부디 서로의 진심을 전하기에 부족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합니다.

대화와 정보는 음성에서 영상으로 발전해 가는 세상인데

아직도 활자를 통해 감정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아, 제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습니다.


과연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이겼을까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아날로그의 감성을 끌어내고 있는 세상에서 말입니다.

혼란스럽지만 공존이라 표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치열한 삶을 살면서도 불쑥 튀어나오는 인간적인 감정으로 여유를 찾습니다.

내일은 어떤 일이 나를 불안으로 인도할지 궁금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예측할 수 없기에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우연히 만난 공중전화 부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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