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하얗게 덮여야
봄인 줄 알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덮은
웅장한 봄의 능선에
감탄할 줄만 알았지
세월이 흘러서일까
눈앞에 피어난
한 줌 봄 빛도
제법 즐겁다
다가오기만 바라던 사람이
한 걸음 다가가는 법을 배운다
코끝이 향긋한
봄이 즐겁다
집 근처에서 벚꽃을 볼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 생각듭니다.
아내와 즐겨 다니는 산책 코스는 봄이면 사람이 붐비는 벚꽃 명소가 됩니다.
봄을 즐기는 스타일도 제 각각입니다.
꽃길이 이어지는 하얀 그림을 한눈에 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덩그러니 나무 중간에 삐져나온 외로운 꽃 한 줄기에 감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내는 그런 앙증맞은 꽃망울을 만나면
연예인을 처음 본 소녀처럼 환호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굵은 나무 기둥 사이로 삐져나온 벚꽃 잎이 참 아름답습니다.
어두운 배경에 하얀 점을 찍어 놓은 듯 멋진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세월의 무게는 무겁게 느껴지지만
봄은 항상 새롭습니다.
단 한 번도 같은 마음인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저에게 이 번 봄은 그리 환하지 않습니다.
환경이 그러하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무겁지 않습니다.
조금씩 행복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간다고 할까요?
게다가 봄은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추위에 몸 녹일 곳이, 더위를 피할 곳이 필요치 않습니다.
걷기만 하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건강하고 소박한 계절입니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봄이 멀게만 느껴지신다면
조금 더 봄에 가까이 다가가 보세요.
코 끝으로 타고 드는 봄의 향기와
하얀 꽃 잎에 숨겨진 붉은 열정이
움츠러들게 만드는 시린 마음을 녹여 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