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완 May 15. 2023

카페에서






고개 숙인 햇살과

날이 선 그림자

두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늦은 오후의 명과 암


은은한 조명도

무력한 시간

벽에 걸린 이름 모를

그림마저 어둡다


햇살 품은 빈자리가

포근해 보여도

오늘은 무심히

그늘 진 자리에 앉았다


침묵이 이어지는 순간

탁자 위 향기를 흔드는

어색한 고백


피어오르는 

따스한 커피 연기

감추고 싶다 말했지만


사실은

천천히 식어가는

우리 마음

들키고 싶지 않아서겠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참 좋습니다.

젊을 때는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가는 곳이라 여겨졌는데,

지금은 혼자서도 제법 자주 가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물론, 노트북이나 책과 같은 친구들이 함께 해야 불편함이 없긴 합니다만

요즘 카페는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군대 가기 전, 충무로의 작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커피는 오로지 아메리카노 밖에 없었습니다.

쌍화차나 녹차도 티백으로 얌전하게 올려 드리면 되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꿀 알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카페는 커피 종류만 수 십 가지는 되는 것 같네요.

원두에 따라서, 블랜딩에 따라서, 그리고 우유나 두유를 넣거나

색다른 재료와 혼합된 커피까지, 아르바이트하려면 제법 커피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아메리카노만 찾습니다.

순수 혈통 코리안이지만 카페에서는 아메리칸이 되는 기분입니다.

예전엔 쓰디쓴 커피가 싫어 설탕을 적당히 넣어 마셨는데

지금은 씁쓸한 기운 온몸으로 퍼지는 기분이 적당히 좋습니다.


휴식과 업무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만

한 때는 관계와 소통의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새콤한 감정, 뜨거운 사랑, 시린 상처와 쓰디쓴 아픔까지 

그립고 그리운 감정이지만 지금은 그 시절 커피 향기만큼이나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 한 페이지에는 그 시절 그 자리가 있습니다.

아련하고, 또 아스라이 먼 기억이지만 나는 분명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만남과 이별이 자연스러웠던 공간,

그곳, 그 카페를 조심스럽게 찾아갑니다.

상상일지라도 나는 오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열어봅니다.


이젠 이별보다 만남이 더 그리운 나이가 되었네요.

내 앞의 빈자리는 추억을 찾는 당신을 위해 비워 둘게요.

부디 편안한 미소와 넉넉한 여유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앞에 닿은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