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내며

by 류완



가을이라 부르니

그런 줄 알았어요


서늘한 바람 코 끝에 머물 때

머금지 못한 재채기 흘리니

그 말을 믿었어요


창문 열어 햇살을 품을 때

따스한 기운 입술에 닿으니

그 말을 믿었어요


늦은 밤 고요한 달 빛 아래

풀 벌레 소리 귓불이 떨리니

그 말을 믿었어요


낙엽이 쌓이면

발끝으로 가을이 닿습니다

어느새 한기는 어깨를 타고 들어

턱밑까지 단추를 채웁니다


오래도 머무를 줄 알았는데

가을은 찰나,

계절이라 하기엔 사뭇 짧습니다


홀로 벤치에 앉아

시린 무릎에 손을 올리고 나서야

계절의 속도를 알아챕니다


언제나 기다렸던 당신의 계절은

내 안에 머문 적 없이

그렇게 멀어져 갔습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계절은 가슴에 닿기 무섭게 떠나갑니다.

시간은 항상 잔인합니다.

흐르는 순간은 인기척도 없더니

붙잡지 못하는 순간이 되고서야 잘 간다고 인사합니다.

그 습성을 가장 잘 느끼는 계절이 가을인 것 같습니다.

불타는 가을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잔인한 그리움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다가올 추위가 두렵습니다.

추위와 전염병으로 그 어느 때보다 외롭게 보내야 하는 겨울이 눈 앞에 왔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가장 외로운 시간을 만들고 떠나갑니다.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운 요즘

나는 누군가에게 그토록 그리운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시절은 흘러도 사람은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보다 추억이 앞서서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는 동안 사랑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미움과 분노는 단단하게 뭉쳐 저 멀리 날려버리면 좋겠습니다.

내 안 가득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계절의 거침없는 변화도 두렵지 않겠지요.

한결같은 마음이라면 시간도 항상 그대로인 듯 내 곁을 맴돌 것 같습니다.


부디 내년 봄이 그립지 않을

포근한 겨울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에게 그러하다면 당신의 계절 또한 그러하기를 마음 깊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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