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적당한 시간이다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약속이 늘 그렇듯 정확히 도착하는 경우가 없다
버스 한 대 놓쳐도 10분은 흐르는데
5분 전에 왔으니 이보다 정확할 수 없다
늦지도 않았을뿐더러
과하게 빠르지 않은
편안한 예의의 시간
허공에 남은 5분은 어쩌냐 물으면
적당한 마음의 여유를 얻었으니
시계 초침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러도
아까울 것이 없다 보는데
공으로 보내는 시간에
기다림이 즐겁다면
이 또한 소중한 5분이 아니겠는가?
사실 저 시계는 고장 난 시계였을 겁니다.
늦은 오후 지친 발걸음을 달래고자 들어선 찻집의 풍경입니다.
우연히 만난 시계가 5분 전을 가리키고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야 약속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한 때는 대충 비슷한 시간이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괜찮으니 타인의 마음을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참 염치없는 인생입니다.
일 분 일 초가 소중해져 갈수록 약속에 대한 의미도 깊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누군가 나에게 약속을 청하는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내 시간이 그만큼 누군가에게 필요하기 때문이겠지요?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를 채우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