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커다란 사탕 봉지는 행복이었습니다.
각양각색의 맛과 향이 고르는 재미와 먹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간혹 이상한 맛이 걸릴 때가 있습니다.
쌉쌀하고 알싸한 맛의 사탕입니다.
도대체 이런 맛의 사탕이 왜 여기에 들어 있는 건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그 매운맛을 경험하고 난 뒤에는
사탕을 고르는 일이 제법 신중해졌습니다.
봉지 안을 한 참 살피고는 손가락을 조심히 움직여
마음에 드는 색깔을 골라 먹어야 했습니다.
한 번은 잘못 골랐다가 봉지 안에 다시 넣으려 했더니
골라먹는다고 이르는 형 때문에 꾸중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 형은 여유롭게 봉지 안을 살피고 먹고 싶은 사탕을 척척 골라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할머니는 그 알싸한 사탕을 참 잘도 드셨습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기분 좋게 드시는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여전히 나에게는 입에 넣기 어려운 맛인데
할머니가 느끼셨던 알싸한 맛의 즐거움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인생도 사탕 봉지와 많이 닮았습니다.
맵고 쓴 맛을 경험하고 나면
내딛는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두려움도 생기고 고민도 늘어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달고, 짜고, 시고, 매콤한 맛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이런저런 맛을 보며 울고, 웃고, 화도 내지만
크게 보면 참 맛있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의 말입니다.
웃음도 눈물도 내 인생에 맛을 더하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눈물로 범벅된 시간이 마음에 남아 있기에
웃음이 주는 행복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한순간도 버리지 마십시오.
멋진 인생은 다양한 맛을 통해 완성됩니다.
고3 아들이 수능 전에 받은 초콜릿 상자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비싼 거라며 처음에는 아무도 못 먹게 하더니
지금은 물렸는지 식탁에 올려놓고 아무나 먹으라고 합니다.
반 즘 남은 채로 보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언제고 비워질까 보고 있는데 저게 다 같은 맛이라고 생각하니 참 심심한 느낌이 듭니다.
하나 꺼내어 초콜릿 속에 고추냉이를 넣어 두면 어떨까 짓궂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아내에게 혼날게 뻔하지만
누군가 그 맛을 보고 난 날에는 집안에 온통 시끌벅적 사람 사는 소리가 퍼지지 않을까요?
익살맞은 상상으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납니다.
실행으로 옮길 용기는 없는 소심한 가장이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