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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Dec 18. 2020

사탕 봉지



어릴 적, 커다란 사탕 봉지는 행복이었습니다.

각양각색의 맛과 향이 고르는 재미와 먹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간혹 이상한 맛이 걸릴 때가 있습니다.

쌉쌀하고 알싸한 맛의 사탕입니다.

도대체 이런 맛의 사탕이 왜 여기에 들어 있는 건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그 매운맛을 경험하고 난 뒤에는

사탕을 고르는 일이 제법 신중해졌습니다.

봉지 안을 한 참 살피고는 손가락을 조심히 움직여

마음에 드는 색깔을 골라 먹어야 했습니다.

한 번은 잘못 골랐다가 봉지 안에 다시 넣으려 했더니

골라먹는다고 이르는 형 때문에 꾸중을 받은 적 있었습니다.

그 사이 형은 여유롭게 봉지 안을 살피고 먹고 싶은 사탕을 척척 골라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할머니는 그 알싸한 사탕을 참 잘도 드셨습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기분 좋게 드시는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여전히 나에게는 입에 넣기 어려운 맛인데

할머니가 느끼셨던 알싸한 맛의 즐거움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인생도 사탕 봉지와 많이 닮았습니다.

맵고 쓴 맛을 경험하고 나면

내딛는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두려움도 생기고 고민도 늘어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달고, 짜고, 시고, 매콤한 맛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이런저런 맛을 보며 울고, 웃고, 화도 내지만

크게 보면 참 맛있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의 말입니다.


웃음도 눈물도 내 인생에 맛을 더하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눈물로 범벅된 시간이 마음에 남아 있기에

웃음이 주는 행복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한순간도 버리지 마십시오.

멋진 인생은 다양한 맛을 통해 완성됩니다.








고3 아들이 수능 전에 받은 초콜릿 상자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비싼 거라며 처음에는 아무도 못 먹게 하더니

지금은 물렸는지 식탁에 올려놓고 아무나 먹으라고 합니다.

반 즘 남은 채로 보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언제고 비워질까 보고 있는데 저게 다 같은 맛이라고 생각하니 참 심심한 느낌이 듭니다.

하나 꺼내 초콜릿 속에 고추냉이를 넣어 두면 어떨까 짓궂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아내에게 혼날게 뻔하지만

누군가 그 맛을 보고 난 날에는 집안에 온통 시끌벅적 사람 사는 소리가 퍼지지 않을까요?


익살맞은 상상으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납니다.

실행으로 옮길 용기는 없는 소심한 가장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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