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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Jun 01. 2021

열의 한 명을 이해하는 세상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장르가 불분명한 글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열에 아홉은 이렇게 하면 해결된다니까."


정말 그럴까요?

그러겠지요.

인생은 확률의 게임입니다.

그런데 열의 아홉이라니, 이리 높은 확률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아홉, 90%의 삶을 따라 앞선 이의 어깨만 바라보고 걷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안도의 한 숨을 뿜어냅니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따금 가까이 걷는 이들에게 이 길이 맞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걸음이 느려서 뒤쳐질 때가 많지만 딱히 누가 뭐라 하지 않는 삶이 편안히 느껴집니다.

아무튼 나는 열의 아홉이 가는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걷다 보면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그렇습니다. 

열의 하나입니다.

서로의 방향이 다르니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모두가 쳐다봅니다.

누군가는 그리 가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비웃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선에서 사라지고 나면 안도의 한 숨을 쉽니다.

처음에는 그를 염려하는 마음이 있었을지 몰라도

나는 잘 가고 있다는 확신과 위로를 받습니다.





'하나'


그 하나의 삶은 어떤 마음일까요?

스스로 선택한 삶은 두렵고, 외롭고, 슬픔으로 가득할 거라 생각 듭니다.

그렇다면 아홉의 길을 걷는 나는 즐겁고, 행복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 삶이 다른 아홉에 비해 행복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머리를 들지 못하고 앞사람의 발 끝만 보고 따라갑니다.


그때 다시 열의 하나를 만났습니다.

모두 안쓰럽게 생각하는 그는 보기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괜찮은지 물어봅니다.

대답 대신 도리어 의문의 표합니다.

"왜 괜찮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를 붙잡지 못합니다.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같이 가자고 하고 싶지만 내가 가야 하는 길은 열의 아홉이 가는 길입니다.

그의 길은 내 길이 아닙니다.

나는 여전히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에 밀려 걷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높은 언덕 위에서 깃발을 흔들며 자신이 이룬 성공의 상징을 들어 올립니다.

아 저 사람, 처음에 봤던 열의 하나, 우리와 방향이 다르던 한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우왕좌왕하던 행렬은 방향을 바꿔 그 사람이 서 있는 언덕으로 향합니다.

열의 아홉의 길이 새로운 길로 향합니다.

이전에 가던 방향은 아니지만 여전히 열의 아홉은 같은 길을 걷습니다.


우르르 몰려가는 길 위에서 또다시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이를 만납니다.

"그 길을 가면 성공할 수 있나요?"

혼돈의 갈림길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평온한 표정으로 생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건넵니다.

"아니요, 이 길은 성공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

"그럼 왜 그 길로 가시는 건가요?"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찾았어요. 외로울지라도 이 길이 제가 가야 할 길임을 깨달았습니다."

"거기로 가시면 뭘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선생님께는 대단치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길이랍니다.

이 길은 '사랑'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평온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길을 계속 걸었습니다.


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가고 싶은 길도 있지만, 가야 하는 길도 있고, 

가지 말아야 할 길도 찾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길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열의 아홉이 가는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나만의 길을 찾고 싶습니다.

열의 하나가 될지언정, 내가 가는 길이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그런 길을 가고 싶습니다.

성공일지도, 행복일지도,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나만의 특별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그런 길을 찾고 싶습니다.

내가 찾은 길 위에서 나는 용기 있게 나만의 걸음을 걸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여전히 열의 아홉이 걷는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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