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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Feb 08. 2019

[ROTC 장교 한 번 해볼래?]
사고와 죽음

그 열세 번째 이야기. 사고 그리고 죽음

1주일에 한 명. 일 년에 60 명.


이번에 다룰 이야기는 조금 무거운 주제다. 누구도 반기지 않을 주제이지만 그래도 군이 겪는 현실이기에 한번 글을 써 내려가 보고자 한다. 바로 군에서의 사건사고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1주일에 한 명, 일 년에 60 명은 군에서 각종 사건사고로 죽음을 맞이하는 장병들의 숫자이다. 군에서도 이런 사고소식을 접하는 헌병이나 언론대응을 위해 이를 공유하는 정훈같이 실질적으로 연관된 부서가 아니라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숫자이다. 누군가 1주일 휴가를 내고 따듯한 남쪽 이국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는 동안에서 군 장병 1명은 생사를 달리한다. 하지만 이런 죽음이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특히 안전사고가 아닌 군기사고로 대표되는 자살의 경우 극히 일부분만 사회적 관심을 받을 뿐이다. 


우리 집 귀한 자식인데 vs 군의 사고율은 일반 사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치

군에 귀한 자식을 보내는 부모의 심정과 60만 명에 이르는 병력을 이끄는 마음이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생각에 간극이 발생한다. 애지중지 키운 자녀를 국가의 부름에 군에 보낸 부모들은 그들이 군에 들어갔을 때와 다름없이 몸 건강히 집으로 돌아오리란 기대를 한다. 아니 기대가 아니라 응당 그래야 하는 국가의 의무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자신의 귀한 아들이 죽거나 다쳐서 돌아오리란 생각을 하는 부모는 단연코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60만 명이라는 군 조직을 이끄는 입장이라면 사건/사고가 ZERO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산속에 혼자 살아도 크고 작은 일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60만 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모여사는 군은 하루에 10만 명 중 1명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면 하루 6건 연간 300건 이상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래 표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 10만 명당 주요 범죄 발생 건수다. 그 수치를 그대로 군에 대입하면 연간 살인 사건은 15건, 강도 70건, 폭행 1,000건, 절도 2,400건 이상 발생해야 국가 평균치에 수렴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군인이 이런 류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신문 1면을 차지할 정도로 화제성을 갖는 드믄일에 속한다. 


군은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가 대다수인 군에서 범죄 등 주요 사건사고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것은 군의 관리 덕분이라 말한다. 하지만 사건 사고가 사회 평균에 비해 낮은 것이지 결코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또한 군 조직의 특성상 적극적인 신고가 어렵기 때문에 범죄가 쉽게 통계로 잡히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병역 의무를 위해 입대한 이들이 국가의 완전한 보호가 부족해서 죽거나 다쳐서 돌아왔을 때 사회 평균보다 낮은 사고율을 이유로 유가족에게 이해를 구하기는 불가능하다. (안타까운 것은 일련의 자살사건에 국방부 관계자 브리핑의 내용은 군은 충분히 관리했으나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고라 말했다.)


 

아래는 군에서 사망사고 추이를 보여주는 통계자료다. 안전사고는 차량사고가 대표적이고, 군기사고의 대부분은 자살이다. 지난 10년간 그 수가 절반가까지 줄었지만 지금도 1주일에 한 명은 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연간 52주로 계산하면 2017년도에는 1주일에 한 명이 2011년도에는 1주일에 두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 통계수치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에 이른 경우만 포함하고 있어 실제 자살시도까지 합친다면 일주일에 서너 건은 유사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군에서의 이러한 군기사고를 지적하면 군은 20대 일반 국민의 자살자와 비교해 자신의 책임을 다했음을 주장한다. 실제 통계수치를 보면 동일 나이 때 민간인에 비하면 군의 자살자 인원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수치만 보면 군이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에 들어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전역하는 순간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돌려보내야 할 의무가 국방부에 그리고 국가에 있는 것이다. 


자살 징후 병력 관리

자살 징후를 보이거나 부대 내에서 뚜렷하게 이상행동을 보이는 이들을 이른바 '관심사병'이라 해서 별도 관리를 한다. 특히 군에 적응하지 못한 이등병의 경우 백일 동안 집중관리 기간을 갖는다. 문제는 이러한 이들을 관리하는 주체가 바로 초급장교들이라는 점이다. 초급장교들도 군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입들인데 그들에게 비슷한 나이 또래의 장병들 관리는 물론 교육훈련, 각종 보고서, 당직근무 등 수많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단지 장교라는 이유만으로. 하지만 장교 양성과정에서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상담 기법 같은 전문교육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하라'는 요지의 단순 교육으로 대체되기 십상이다. 


수많은 사건사고를 접해보고 다양한 초빙강사의 자살예방교육을 주관하면서 자살에 대해 배운 하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이들은 반드시 사전에 주변에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행동이 그들이 보내는 도움 요청의 목소리인 것이다. 이 목소리를 주변에서 들어주지 못하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 ROTC 장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기 바라는 주제이다. 아끼고 사랑하는 부하를 사랑하는 가족품에 무사히 돌려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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