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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Feb 27. 2019

장교의 마지막 관문

그 서른두 번째 이야기. 임관종합평가제도

ROTC가 장교가 되기 위한 빠른 길이긴 하지만 이 길에 들어선 모두가 장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학군단 2년을 달려왔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면 소위 계급장은 가슴속에서만 품어야 한다. 그 마지막은 역시나 시험이다. 바로 '임관종합평가'.


예전에는 임관고사라 불렀다. 뭐 군대 시험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고사'라는 말까지 붙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시험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은 것은 아니다. 대략 1차 시기에 90% 이상이 합격하고 2차 시기에 1차 시기 탈락자의 70~80%가 통과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시험의 요지도 장교가 될 수 있는 소양을 가졌는가에 맞춰져 있어서 그 목적이 일정 숫자만 합격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험의 난이도가 쉽다고 해서 긴장감이 떨어지진 않는다. 시험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가 확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관고사도 이제는 추억의 단어가 되었다. 군에서는 2012년을 기점으로 임관종합평가제를 도입했다. 말 그대로 문무를 겸비한 장교임을 증명한 자에게만 소위 계급장을 내어주기로 한 것이다. 야전에 바로 투입되어 임무수행을 할 수 있는 소대장 자질을 검증하는 절차로 2014년부터는 암기 위주의 평가항목을 줄이고 L&T(Learning & Teaching) 방식을 추가하여 적포탄 낙하, 적발견 등 실시간으로 주어지는 상황 대한 대처능력을 평가의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 


장교의 마지막 관문: 임관종합평가

임관시험의 평가과목은 공통과목과 군별 지정과목으로 나뉜다. 공통과목은 체력, 제식훈련, 정훈교육(정신교육) 3개 과목이며, 지정과목은 육군과 해병대는 사격, 독도법, 분대전투를 3개 과목을 더해 총 6개 과목에 대해 평가를 실시한다. 해군의 경우 화생방과 전투수영 2개 과목이 지정과목이며, 공군은 사격, 응급처치, 기지방어가 평가 대상이다. 


임관종합평가의 한 장면 / 출처: 육군지

합격을 위해선 사격은 2등 사수, 체력은 3급이 기본으로 나머지 과목에서는 7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사격에서는 총 20발 중 14발을 과녁에 맞춰야 한다. 학군단 생활에 운동과 훈련을 항상 병행하기 때문에 통과에 큰 무리는 없다. 다만 오래 달리기의 경우는 술과 공부에 찌들어 있다면 재측정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 하지 않으면 탈락하기 십상이다.



하위 10% 는 과감히 퇴출

초급간부에 대한 역량강화 요구는 전투형 군대로의 탈바꿈을 위한 국방부의 강한 몸부림이다. 발단의 기점은 천안함 사건이었다. 우리 군은 적과 싸워 이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질문 중 군 간부의 능력과 자질 검증이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행정 군대라는 비난을 수 없이 받아 왔기에 '배 나온 군인'은 없다는 명제 하에 체력검정 기준 상향은 물론 1.5km 오래 달리기도 3km로 변경되었다. 또한 체력검정 점수를 진급시험에 반영토록 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간부에서 그치지 않고 초임 간부 선발방식에 대한 변화까지 가져왔다. 임관종합평가제도를 도입해서 하위 10%는 과감히 퇴출시키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더 이상 예상 시험문제를 달달 외워 장교에 임관하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임관종합평가 불합격자에게는 1회에 한하여 재평가 기회를 부여하고, 재평가에서도 실패한 최종 불합격자는 심의위원회 회부된다. 1개 과목만 불합격한 경우 위원회 결정에 따라 임관유예 딱지를 달고 1년 뒤 후배 기수와 함께 임관종합평가를 치른 뒤 임관하거나, 퇴출된다. 2개 과목 이상 불합격은 심의위원회 당연 임관 제외로 분류된다. 



준비되지 않은 자를 위한 군대는 없다.

임관종합평가제가 도입되자 모두가 패닉에 빠졌다. 평가의 강도나 방법 그리고 운영 등 모든 면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제도 도입 첫 대상이었던 학사장교와 여군사관 1200명 중 자그마치 240명이 1차에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전체 인원에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제도 도입 첫해 평가 결과 / 출처: 국방부 보도자료


사회가 요구하는 신입사원의 스펙이 높아지듯 장교에게 필요한 소양과 능력 역시 높아져 간다. 학군단에 입단했다고 모두가 장교가 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스스로가 소대장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증명해야 오만촉광에 빛나는 계급장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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