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 혹은 연금술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어두운 지하실, 햇빛 한 줄기 스며들지 않는 공간에서 검은 망토를 입은 이가 낡은 책을 펼치고, 증기로 가득한 플라스크 사이에서 약물을 섞고, 실험을 반복하는 모습이 떠오를지 모르겠네요. 이는 수많은 영화와 이야기에서 반복된 클리셰이기도 합니다. 혹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진리를 찾아 세상을 방황하는 현자들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물질을 변환하는 것을 넘어, 자아를 발견하고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는 더 큰 여정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로망이 됩니다.
연금술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목표는 바로 크리소포에이아(Chrysopoeia), 즉 납과 같은 흔한 금속을 금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부를 추구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물질의 완성과 순수화라는 철학적 사고가 깔려 있어요. 연금술사들은 모든 금속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근원에서 나왔으며, 단지 성숙도와 정화 정도가 다를 뿐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적절한 방법만 있다면 미완의 금속을 순수한 황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열쇠가 바로 신비의 물질,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이었습니다.
다음은 불멸의 영약, 엘릭서(Elixir)에 대한 추구였습니다. 연금술사들은 물질의 변환을 넘어서 인간의 생명, 건강, 나아가 영원성에까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모든 질병을 치유하고, 수명을 연장하며, 궁극적으로 불사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이 영약은 육체적 완성과 함께 영적 정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금술의 가장 심오한 목표는 마그눔 오푸스(Magnum Opus), 즉 ‘위대한 작업’이라 불리는 영적·철학적 완성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물질적, 생물학적 변환은 사실 이 최종 목적에 이르는 과정이자 은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납이 황금으로 변하듯, 인간의 불완전한 영혼 또한 정화되어 순수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 그 궁극적인 영적 변환의 여정이야말로 연금술사들의 진정한 꿈이었습니다. 비록 그들이 꿈꿨던 금과 불멸의 영약, 완전한 진리가 현실에서 구현되진 못했을지라도, 이 모든 시도에는 하나의 공통된 열망이 담겨 있다. 바로 자신이 가진 것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바꾸려는 의지죠.
우리의 청각 계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의 청각 계는 공기의 떨림이라는, 단순하게 보면 단지 분자들의 떨림에 불과한 것을 소중한 소리로 바꿔줍니다. 그리고 이 소리는 우리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하며, 오랜 시간 동안 기억으로 저장되기도 하는 것이죠. 이번 장에서는 이런 작은 기적들을 일으키는, 우리 청각계라는 정교한 '화학 공장'의 내부로 들어가 그 비밀을 파헤쳐 볼 시간입니다.
귀 안의 화학공장
우리 몸속 청각 기관은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하나의 공장처럼 작동합다. 이 작은 기관 안에는 소리를 감지하고, 분석하고, 전기 신호로 바꾸어 뇌로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 놀라운 정밀함으로 이루어집니다. 마치 새로운 에너지원과 대량 생산 체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던 2차 산업 혁명을 보는 것 같아요. 이러한 정밀 공장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먼저 그 터전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달팽이관을 단면으로 잘라보면 내부가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정계단(Scala vestibuli), 고실계단(Scala tympani),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핵심인 중간계단(Scala media)이 그것이죠. 이 중 소리에 반응하는 털세포들은 모두 중간계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즉, 소리 정보가 가공되는 핵심 생산 라인이 바로 이곳에 있는 셈이네요.
이러한 생산 설비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무엇보다 에너지원이 필수적입니다. 현재 문명은 전기가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한데, 이것은 우리의 청각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귀 안에는 두 종류의 림프액이 존재합니다. 내림프액(Endolymph)은 중간계단에, 외림프액(Perilymph)은 전정계단과 고실계단에 채워져 있습니다. 내림프액은 포타슘(K⁺) 농도가 높고 소디움)은 전정계단과 고실계단에 채워져 있습니다. 내림프액은 포타슘(K⁺) 농도가 높고 소디움(Na⁺) 농도는 낮으며, 외림프액은 그 반대로 소디움이 높고, 포타슘은 낮습니다. 현대의 모든 공장이 그러하듯, 귀 안의 공장도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료 공급이 필요합니다. 중간계단의 넓은 외벽에는 ‘혈관조(Stria vascularis)’라는 특별한 구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내림프 전위가 세포들이 이온을 끊임없이 밀어내고 끌어당기면서 만들어집니다. 전위란 일종의 전기 에너지 차이로, 이 에너지가 털세포가 신호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연료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귀 안, 달팽이관이라는 작은 공장 안에는 흥미로운 회로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곳의 세 구획 중 가운데를 차지하는 중간 계단은 마치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처럼, 약 +80 밀리볼트(mV)의 전위를 지니고 있어요. 반면, 전정계단과 고실계단은 전기적으로 0 밀리볼트의 기준 상태를 유지하죠. 이처럼 서로 다른 전위가 균형을 이루며 유지되는 것은, 중간 계단을 둘러싼 특별히 단단한 밀폐 구조 덕분입니다. 이 구조가 전기 에너지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막아주고 있는 셈인 것이죠. 여기에 더해, 소리를 감지하는 털세포(hair cell)의 내부는 약 마이너스 40 밀리볼트의 전위를 띠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간 계단과 털세포 사이에는 무려 120 밀리볼트에 달하는 전압 차이가 생깁니다. 어째서 이 작은 세포들이 이처럼 높은 전압 차이를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포 반응의 두 가지 주요 원동력인 농도 기울기(Concentration gradient)와 전기 기울기(Electronic gradient)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농도 기울기는 농도가 다른 두 구역 사이에서 물질이 높은 농도에서 낮은 농도로 이동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설탕물을 맹물에 섞으면 설탕이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퍼져 나가는 것과 같죠. 반면, 전기 기울기는 전하를 띤 이온들이 전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이온들도 전기적인 위치 에너지가 더 안정적인 곳으로 움직이려 합니다.
우리 청각 시스템의 핵심인 털세포는 독특한 환경에서 작동합니다. 털세포 내부의 이온 환경은 달팽이관의 중간 계단에 있는 내림프액의 이온 환경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즉, 세포 안팎의 포타슘 이온 농도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세포에서 중요한 농도 기울기는 달팽이관 시스템에서 이온 이동의 주된 동력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청력계는 전기 기울기를 활용하죠. 바로 이 전기 기울기가 포타슘 이온(K⁺)을 털세포 안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게 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학자 데이비스(Davis)가 1961년에 제안한 배터리 이론으로 잘 설명됩니다. 그는 귀 안의 중간 계단을 마치 충전된 배터리에 비유했어요. 이 배터리는 소리 자극이 들어올 때 전기를 털세포로 보내고, 털세포는 그 에너지를 활용해 공기의 진동을 신경 신호로 바꾸는 연금술을 시작하는 것이죠.
세포의 춤
소리가 귀에 닿는 순간, 청각계의 복잡한 메커니즘이 가동되기 시작합니다. 우선 가운데귀를 거쳐 진동 에너지로 변환된 소리는 달팽이관 안의 기저막 (Basilar membrane)이라는 구조를 따라 전달됩니다. 마치 운동 경기에서 파도타기 응원을 하듯 전달된 진동은 소리의 주파수에 따라 특정 위치에서 크게 진동하게 됩니다. 이 기저막 위에 자리 잡은 것이 바로 털세포들이에요.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이 움직임은 털세포의 꼭대기 쪽에 부착된 섬세한 털, 즉 섬모(stereocilia)를 자극합니다. 털세포의 섬모들은 서로 다른 높이로 배열되어 있으며, 각 섬모의 끝은 마치 작은 끈처럼 생긴 팁 링크(tip link)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저막이 진동하면서 섬모들이 옆으로 휘어지면, 이 팁 링크가 당겨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리의 연금술을 시작하는 방아쇠입니다. 팁 링크가 당겨지는 순간, 섬모 끝에 있는 특별한 이온 채널이 활짝 열립니다. 앞서 언급했던 내림프액의 높은 포타슘 농도와 털세포 내부와의 120밀리볼트라는 전위차 덕분에, 엄청난 양의 포타슘 이온이 마치 폭포수처럼 털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리고 폿타슘 이온의 급격한 유입은 털세포 내부의 전기적 균형을 깨뜨리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세포 내부가 더욱 양전하를 띠게 되는데, 이것은 연쇄 반응을 일으켜 털세포 아래쪽에 있는 포타슘 채널을 열게 합니다. 외부에서 유입된 이온은 털세포가 준비하고 있던 작은 주머니들에서 신경전달물질, 즉 글루탐산염 (Glutamate)을 방출하게 만듭니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털세포 바로 아래에 연결된 청신경 섬유를 자극하고, 이에 따라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여 우리의 뇌로 전달되는 것이죠. 이 일련의 과정이 단 몇 밀리초 만에,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교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놀랍습니다. 마치 잘 짜인 춤사위처럼, 세포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복잡한 생화학적 반응을 유발하여 결국 뇌에서 소리로 인식되는 신호를 만들어내는 것이 말이죠.
보이지 않는 순환: 귀 안의 재활용 공정
귓속의 이 작은 공장, 달팽이관은 생각보다 정교한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포타슘 이온(K⁺)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소리 자극을 감당하려면 그 많은 포타슘슘을 외부에서 계속 들여오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겠죠? 실제로 그렇게 할 경우, 세포 안팎의 이온 균형이 무너지거나 에너지 소모가 커져 오히려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귀 안에는 소비한 포타슘을 다시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소리 신호를 전달하는 데 쓰인 포타슘 이온은 그냥 버려지지 않고, 주변에 있는 지지 세포라 불리는 특별한 세포들로 옮겨집니다. 이 세포들은 마치 정수기처럼 포타슘을 정제하고 재충전한 뒤, 다시 중간 계단으로 보내 시스템 안에서 다시 쓸 수 있게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세포와 세포 사이에 있는 미세한 통로, ‘갭 정션(gap junction)’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 통로는 '컨넥신(connexin)'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커넥신 26(Cx26)과 커넥신 30(Cx30)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커넥신 26은 GJB2 유전자, 커넥신 30은 GJB6 유전자가 만들어내죠. 이 유전자들에 이상이 생기면 청각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두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청력을 잃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유전성 난청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귀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기관이 아니라, 에너지와 자원을 철저히 관리하며 자신을 유지하는 정교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정화하며 효율을 극대화하는 이 작은 기관은, 그야말로 정밀하게 설계된 공장이라 할 만하죠.
완벽한 조제법에 생긴 균열
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라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고장이 나기 마련입니다. 노화로 인한 성능 저하일 수도 있고, 부품 자체의 결함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달팽이관 안의 청각 기관은 수많은 구조가 정밀하게 조화를 이루며 작동합니다. 그만큼 손상 가능성이 있는 부위도 다양합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할 정도죠. 이번 장에서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몇 가지 핵심 부위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혈관조입니다. 우리 속귀 안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펌프 같은 혈관조는 끊임없이 포타슘 이온을 펌프질하며 귓속의 화학적 환경을 조절해야 합니다. 마치 정밀하게, 하지만 끊임없이 작동하는 기계와 같이, 시간이 흘러 이 과정이 흐트러지면 청각도 영향을 받습니다. 달팽이관, 그리고 혈관조는 그 미세한 크기에 비해 혈관 분포가 굉장히 높은 부위입니다. 그렇기에 산소가 부족해지거나, 혈류가 일시적으로 끊기거나, 또는 특정 약물에 의해서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어요. 또한 신체 노화가 시작되면서 이 조직은 점진적으로 쇠약하게 될 수도 있죠. 그렇게 되면 내림프 전위가 낮아지고, 털세포가 소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을 혈관조성 노인성 난청 (Strial presbycusis)라고 합니다.
두 번째로, 청각 시스템에서 정밀한 기계적-전기적 변환 기능을 수행하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세포는 털세포, 특히 바깥쪽 털세포(Outer Hair Cells)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바깥 털세포는 다양한 병리적 조건에서 우선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여러 형태의 손상에 취약합니다.
구조적으로 볼 때, 바깥 털세포의 꼭대기에 위치한 섬모는 개막(tectorial membrane)과 직접 접촉해 고정되어 있습니다. 마치 개막이 세포를 이불처럼 덮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바깥 털세포는 외부 충격, 지속적인 소음 노출, 또는 물리적 외상으로 인한 기계적 스트레스에 쉽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못질을 할 때 망치질의 충격이 못을 잡은 손에 직접 전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할 수 있겠네요.
또한 바깥 털세포는 이 독성 약물, 예를 들어 시스플라틴,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 루프 이뇨제 등의 주요 표적으로, 항암 치료나 장기간 약물 복용 시 선별적으로 손상될 수 있습니다다. 이러한 약물들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나 산화에 따른 스트레스 경로를 통해 털세포의 세포 사멸(apoptosis)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취약성으로 인해, 노인성 난청은 흔히 바깥 털세포의 손상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안쪽 털세포 (Inner Hair Cell)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안쪽 털세포는 소리 정보를 전기 신호로 바꿔 청신경에 전달하는 일종의 변환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신호가 전달되는 중계 지점인 시냅스(synapse)는 불리는 접합 부위가 매우 섬세하고 쉽게 상처를 입습니다. 예를 들어, 큰 소음에 오래 노출되거나, 또는 특정 약물에 노출되면 가장 먼저 손상되는 곳이 바로 이 시냅스죠. 겉으로 보기에 청력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상 신호 전달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뇌가 받는 청각 정보가 흐릿해집니다. 이를 우리는 숨겨진 난청(hidden hearing loss)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청력검사를 해도 정상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말소리가 또렷하지 않게 들리고, 특히 시끄러운 곳에서는 말소리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그 열쇠는 ‘흥분독성(excitotoxicity)’에 숨어있습니다. 안쪽 털세포는 소리를 들으면 글루탐산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내 청신경에게 “소리가 있다”라고 알려줍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소음이나 독성 물질이 있을 경우, 이 글루타메이트가 과하게 분비되어 세포가 너무 흥분하게 됩니다. 이렇게 과도하게 자극받은 세포조직은 점점 제어 능력을 잃고, 마치 전구가 과열되어 터지는 것처럼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세포 안의 균형이 조절되지 않고, 에너지 공장이자 생존의 핵심인 미토콘드리아도 기능을 잃게 되며, 결국 세포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특히 흥분 독성은 안쪽 털세포 뿐만이 아니라 접촉하고 있는 나선신경절의 뉴런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청각 기관의 안쪽에서는 복잡하고도 취약한 기전들이 끊임없이 조율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살펴본 세 가지 핵심 구조, 혈관조, 바깥 털세포, 안쪽 털세포 시냅스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손상은 단순한 청력 저하 이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명, 난청, 청신경 퇴행 등의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납에서 황금으로
이처럼 청각계는 정밀성과 효율성의 극한을 구현하는 생물학적 시스템입니다. 보이지 않는 공기 분자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고, 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청각 경험으로 재구성하는 이 복잡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언어를 이해하고 감정을 교류하며 기억을 형성합니다. 청각계는 단순한 감각 기관을 넘어섭니다. 전기적 에너지의 정교한 순환, 이온 농도의 정밀한 조절, 세포 간 협력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그 구조와 기능은 마치 고도로 조직화한 생산 체계와 유사하죠. 이러한 점에서 청각계는 고대 연금술사의 이상, 즉 변환과 정화, 완성의 개념과도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납을 황금으로 바꾸려 했던 연금술사처럼, 우리의 귀는 물리적 진동을 심리적이자 인지적인 의미로 바꿔냅니다. 감각의 변환은 곧 인식의 탄생이며, 이는 청각 계라는 정교한 생물학적 장치를 통해 가능해집니다. 어쩌면 연금술이란 물질세계의 변화를 꾀한 시도가 아니라, 그 변화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는 인간 자신의 변화를 꿈꾼 철학적 실천이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