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반대로 ‘혀 밑에 죽을 말 있다’라는 무서운 속담도 존재하죠. 이처럼 말 한마디가 평생 친구 사이를 갈라놓기도 하고, 반대로 다시 잇기도 합니다. 이처럼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때로는 칼보다 날카롭고, 쇠보다 무거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소리를 실제 물리적 무기로 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무협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음공(音功)은 거문고, 비파, 피리 등 악기 소리를 이용해 공격과 방어를 겸하는 독특한 기술로 묘사됩니다. 소리를 단순한 음파가 아닌 강력한 내공과 결합하여 적을 제압하거나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로 활용하는 것이죠. 그래서 어떤 인물들은 음공으로 사람을 해치거나 정신을 교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소설적 허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충격파를 사용해 담석을 제거하는 쇄석술이 있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칠판을 긁으면 온몸에 털이 곤두설 정도로 불쾌감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또한 누군가의 잔소리 역시 비슷한 강도의 정신적 고통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소리는 현실에서 물리적인 작용을 합니다.
우리는 소리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극장은 반원형 구조와 계단식 좌석 설계를 통해 별도의 음향 장비가 없어도 소리가 멀리까지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건축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를, 소리를 위한 악기처럼 활용하여 모든 관객이 공연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소리가 물리적 세계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전달되며, 사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소리 뒤에 숨겨진 물리적인 원리는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소리의 속도
앞서 이야기했듯이 소리는 기체, 액체, 고체와 같은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 에너지입니다. 우리 인간은 그중에서도 공기를 매질로 삼아 소리를 듣죠. 이는 매질 없이도 전파되는 빛과는 다릅니다.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는 299,792,458m/s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소리의 전달 속도는 비교가 민망할 정도로 느립니다. 또한, 매질과 온도에 따라 속도가 급격하게 변하기도 합니다. 소리는 물속에서는 공기의4배 이상, 금속과 같은 고체를 통하면 15배 이상 빨라집니다.
이제 소리의 속도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래의 짧은 공식만 기억하면 어디서든 자랑할 지식 하나를 늘릴 수 있습니다.
공기 중에서 소리의 속도를 구하는 아래의 공식과 같습니다 (소수점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v = 331 m/s + 0.6 × T
여기서 v는 소리의 속도(m/s), T는 섭씨온도를 의미합니다. 섭씨 0도에서 소리는 초당 약 331미터를 이동하며,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속도는 약 0.6 m/s씩 증가합니다. 즉, 현재 온도에 0.6을 곱한 값을 331에 더하면 해당 온도에서의 소리 속도를 구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현재 온도가 20도면 소리는 약 343m/s로 이동하고 온도가 40도면 약 355m/s로 이동합니다. 반면 습도는 소리 속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비가 올 때 상대 습도가 100퍼센트라고 하는데, 이는 공기가 수증기로 거의 포화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소리는 공기 중 분자들의 충돌을 통해 퍼져 나가며, 매질이 가벼울수록 소리는 더 빠르게 전달됩니다. 습한 공기 중에는 건조한 공기(주로 질소, 산소)보다 분자량이 더 가벼운 물 분자(H2O)가 많아지므로 평균 밀도가 약간 낮아집니다. 이에따라 소리의 속도가 아주 미세하게 빨라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속도 차이는 약 1 퍼센트 내외로 매우 작으므로 실제로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즉, 측정이 가능하더라도 그 영향이 너무 미미해서 유의미한 변수라고 보지 않는 것이죠.
그렇다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운 날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앞서 본 공식에 따르면, 온도가 올라갈수록 소리의 속도는 증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추운 날 오히려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린다고 느끼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소리의 굴절입니다. 소리는 빛처럼 굴절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굴절이란 파동이 밀도가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진행 방향이 꺾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투명한 물컵에 젓가락을 넣었을 때 휘어져 보이거나, 더운 날 아스팔트 위에서 신기루가 보이는 것 등이 좋은 예입니다. 소리 또한 이와 유사하게 온도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며, 속도가 느린 쪽으로 휘어지는 성질이 있는 것이죠.
날씨가 더운 낮에는 복사열 때문에 지면이 주변 공기보다 뜨거워집니다. 이에 따라 지면에 가까운 공기는 온도가 높고,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소리는 온도가 낮을수록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지면에서 발생한 소리는 속도가 느린 위쪽으로 굴절하게 됩니다. 따라서 소리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먼 거리에서는 명확하게 들리지 않게 됩니다. 반면 추운 날이나 밤에는 지면이 빠르게 식으면 쪽의 온도가 더 차갑고,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따뜻해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소리가 온도가 낮은 지면 쪽으로 굴절하여 지면을 따라 좀 더 먼 거리까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면을 반사된 소리가 위로 향하다가 다시 온도가 낮은 지면 쪽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밤에는 낮보다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리 더하기 소리
우리 주변의 물건 대부분은 쉽게 더하거나 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산수 문제처럼, 사과 세 개에 두 개를 더하면 다섯 개가 됩니다. 이걸 선형 덧셈 (Linear addition)이라고 합니다. 선형 덧셈의 세계에서 70 더하기 70은 140입니다. 하지만 소리의 세계에서는 이런 상식이 무너지게 됩니다. 소리는 우리 귀에 들리는 강도가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로그 스케일로 인지되기 때문이죠. 이곳은 로그 덧셈 (Logarithmic addition)의 세계입니다. 이 세계에서는 주어진 값을 그대로 더할 수가 없습니다. 사과 세 개에 두 개를 더해도 다섯 개가 될 수 없는 세계인 것입니다. 만약 한 사람이 70 데시벨(dB)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사람이 똑같이 70 데시벨로 노래를 부르며 합류한다면, 총소리 크기는 몇 데시벨이 될까요?
답은 약 73 데시벨입니다. 겨우 3 데시벨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처럼 예상보다 적게 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우리 귀가 소리를 인지하는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데시벨은 소리의 물리적 에너지에 로그를 취해 나타낸 값입니다. 즉, 소리의 에너지가 두 배로 커지면 데시벨은 약 3 데시벨 증가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그래서 70 데시벨 소리 두 개가 합쳐지면, 에너지는 두 배가 되지만 데시벨 수치는 70에 3 데시벨이 더해진 73 데시벨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로그 덧셈의 원리 덕분에 우리는 노래방에서 듀엣을 불러도 음향 기기가 무리 없이 소리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소리가 선형적으로 더해져 140 데시벨에 육박했다면, 노래방 스피커는 물론 우리 귀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것같네요. 물론, 두 소리의 파형이 완벽하게 일치하여 중첩될 때(in-phase)처럼,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3 데시벨이 아닌 6 데시벨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똑같은 물결 두 개가 정확히 같은 시간에 만나 파도의 높이를 두 배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나 일반적인 소음이 완벽하게 위상을 일치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여기서는 일반적인 경우에만 집중하겠습니다.
다시 우리의 흥미로운 실험으로 돌아와 볼까요? 이제 두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불러 73 데시벨의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총소리 크기를 80 데시벨로 키우고 싶다면, 과연 몇 명의 사람이 더 필요할까요?
만약 소리가 선형 덧셈의 세계에만 살고 있다면, 네다섯 명만 더 있으면 80 데시벨을 손쉽게 넘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소리의 세계는 우리에게 익숙한 산수와는 다릅니다. 이 로그 덧셈의 세계에서 70 데시벨을 80 데시벨로 올리려면, 무려 10명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할까요? 73 데시벨에서 80 데시벨은 겨우 7 데시벨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소리 에너지와 데시벨 사이의 관계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데시벨 스케일에서는 소리의 에너지가 10배 증가할 때마다 데시벨은 10 데시벨씩 증가합니다. 쉽게 말하면, 10 데시벨이 증가한다는 것은 소리의 에너지가 10배나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73 데시벨의 소리는 두 사람이 내는 소리입니다. 여기서 7 데시벨을 더 높여 80 데시벨을 만들고 싶다면, 현재 소리 에너지의 몇 배나 되는 에너지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소리의 에너지가 사람 수에 비례한다고 가정했을 때, 80 데시벨을 만들려면 약 10명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데시벨 규모에서 여러 소리를 합산하거나, 목표 데시벨을 맞추는 데 필요한 소스의 수를 계산하는 것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래 공식을 사용하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학과 친하지 않은 독자분이 계시면 편하게 답을 구할 수 있는 웹사이트들을 이용해도 좋습니다.
L total 은 모든 소리의 합산된 총 데시벨을 의미하고, Li는 각각 개별 소리(음원)들의 데시벨 값을 나타냅다. 시그마가 들어가서 좀 복잡해 보이지만 계산기를 사용하면 좀 더 직관적으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의 예시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되네요.
이걸 계산기에 넣으면 약 73 데시벨이 나옵니다 (소수점은 생략합니다). 그리고 이걸 10명으로 바꾸면 이렇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규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데시벨 스케일에서는 소리 에너지가 10배 커지면 데시벨은 10 정도 증가합니다. 70 데시벨에서 80 데시벨로 10 데시벨이 커지려면, 소리 에너지가 10배가 되어야 합니다. 즉, 70 데시벨의 소리를 내는 동일한 사람이 10명 동시에 같은 소리를 낼 경우, 총합은 80 데시벨이 됩니다. 만약 70 데시벨에서 90 데시벨로, 즉 20데시벨을 더 높이고 싶다면 어떻게 될까요? 10 데시벨마다 10배씩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20 데시벨을 높이려면 10 ×10=100배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70 데시벨의 소리를 90 데시벨로 만들기 위해서는 총 100명의 동일한 소리원이 필요하며, 이는 기존 1명에서 99명이 추가된 셈입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실험을 해볼까요? 이번 사고 실험에는 두 명의 가수가 등장합니다. 한 명은 80 데시벨의 큰 소리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고, 그 옆에는 노래 실력이 조금 부족하여 60 데시벨의 아주 작은 소리로 자신감 없이 흥얼거리는 사람이 있네요. 이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졌을 때, 총 소리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위의 글을 세심하게 읽으신 분들은 당연히 140 데시벨이라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위에서 배운 공식을 적용해 볼 때입니다.
소리에 거의 차이가 없네요.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단지 합창단에서 립싱크를 하면 들킨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겠죠. 이 실험은 더 큰 소리(80 데시벨)가 전체 소리 크기에 거의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압도적으로 큰 소리가 있을 때는 작은 소리가 섞여도 전체 음량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렇듯, 소리의 세계는 단순히 덧셈으로 설명되지 않는 흥미로운 특성이 있어요.
청력의 백분율
우리가 앞서 살펴본 선형 덧셈과 로그 덧셈의 차이는 단순히 소리를 계산하는 방식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복잡한 관계는 우리의 청력 검사 결과를 퍼센티지로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만약 누군가가 "청력 검사를 했는데 내 청력이 20 퍼센트 나빠졌대" 라고 이야기한다면, 보통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음 청력 검사 결과: 청력 검사에는 소리의 크기를 듣는 것 외에 언어 이해 능력을 평가하는 '어음 청력 검사'가 포함됩니다. 이 검사는 환자가 들은 단어나 음절을 얼마나 정확하게 따라 말하거나 반복하는지를 측정하죠. 언어 이해 능력은 백분율(%)로 표기될 수 있기에, 환자가 이 결과를 기억하고 퍼센티지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소리 크기를 듣는 능력 자체의 손실률은 아닙니다.
보상 등급 평가: 일부 국가에서는 상해 등과 관련된 보상이나 보험금 지급을 위해 청력 손실 정도를 퍼센티지로 환산하여 보고하도록 요구합니다다. 이 경우, 청력 검사 결과를 특정 기준에 따라 백분율로 변환하여 사용하지만, 이는 의학적인 청력 손실의 정도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방식은 아닙니다.
환자 눈높이 설명: 마지막으로, 청력 검사를 진행한 전문가가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복잡한 데시벨 수치 대신 간략하게 퍼센티지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했을 경우입니다. 이는 의료진의 배려일 수 있지만, 청력 손실의 실제 정도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표현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청력 검사 결과를 퍼센티지로 들었다면,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검사 결과인지, 혹은 특정 목적을 위한 수치인지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겠네요.
소리는 무기가 될 수 있을까?
무협 소설에서 음공은 소리로 적을 제압하는 기술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에서도 소리가 물리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사실 소리는 공기나 물 같은 매질을 통해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전달되는 압력의 변화 그 자체입니다. 우리가 소리를 듣는다는 건, 바로 이 미세한 압력 변화가 우리 고막을 울리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소리의 힘'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가장 간단하게 그 원리를 이해하려면, 우리가 물리 시간에 배웠던 압력의 정의를 떠올려보면 됩니다. 압력은 단위 면적당 가해지는 힘을 말합니다.
소리가 매질을 진동시키며 나아갈 때, 특정 면적에 얼마나 높은 압력을 가하는지 알면 그 소리의 힘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소리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공기 분자들을 훨씬 강하게 밀고 당기면서 더 큰 압력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음압(Sound Pressure)은 우리가 소리를 얼마나 크게 느끼는 지와 직결됩니다. 이 압력의 변화는 우리가 거의 감지하지 못할 만큼 미세한 수준부터 귀에 고통을 줄 만큼 거대한 수준까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넓은 범위를 가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넓은 범위를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앞에서 설명한 데시벨(dB)이라는 로그 단위를 사용하는 것이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리가 청력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전동드릴처럼 소음이 큰 공구를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단 몇 분만 사용해도 귀가 먹먹해지거나 이명이 생기곤 합니다. 이는 마치 권투에서 잽을 맞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스트레이트처럼 한 방에 상대를 쓰러뜨리지는 않지만, 라운드가 지날수록 누적된 데미지를 남기죠.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다 가는 언젠가 KO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소음성 난청은 소리의 세기와 소음에 노출된 시간에 비례하지만, 일반적으로 140 데시벨이 넘어가는 소음에서는 우리의 청각 시스템, 특히 고막은 1초도 버티지 못합니다. 실제로 소리는 장거리 음향 장치 (Long-Range Acoustic Devices, LRADs)처럼 무기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음공의 과학 버전입니다. 이렇게 보면 무협지에서 표현되는 음공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140 데시벨을 넘기는 소리만 내면 상대방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일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소리는 음원을 중심으로 모든 방향으로 퍼져 나가는 구면파의 형태를 가지며, 일정한 에너지를 점점 넓은 공간에 분산시킵니다. 따라서 소리가 멀리 갈수록 단위 면적당 전달되는 에너지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게 줄어듭니다. 이에 따라 음압 역시 거리의 증가에 따라 감소하며, 우리가 느끼는 소리 크기는 거리가 두 배 멀어질 때마다 약 6 데시벨씩 감소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10미터 떨어져 있는 적에게 140 데시벨의 소리를 쏘고 싶다면, 소리를 내는 지점에서는 훨씬 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리 발생 지점에서 1미터 떨어진 곳에서 140 데시벨을 만든다고 가정해 볼까요? 1미터에서 2미터로 거리가 두 배 멀어지면 소리는 134 데시벨로 줄어들고, 다시 4미터에서는 128 데시벨, 그리고 8미터에서는 122 데시벨로 감소합니다. 그렇다면 10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약 120 데시벨 이하로 소리가 약해집니다 (물론 이것도 엄청난 소음이기는 합니다). 즉, 만약 10미터 지점에서 140 데시벨을 유지하려면, 소리 발생 지점에서는 상상 이상의 고강도 음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까지는 소설적 허용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소설이나 영화 안에서야 음공이 140 데시벨이던 180 데시벨이던 누가 상관할까요?
하지만 우리가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음공을 시전하는 사람입니다. 소리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퍼져 나가기 때문에, 시전자 자신이 초고압의 소리에 가장 먼저 노출됩니다. 이는 무공 이전에 자해 행위가 됩니다. 140 데시벨이 넘어가는 소음은 고막을 찢는 것을 넘어, 뇌진탕이나 내부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심지어 매우 강한 충격파는 폐나 심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초고음을 내보내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폭발물이나 비행기의 제트 엔진 같은 것 말이죠. 이 정도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면 굳이 음공을 쓰지 않아도 무림재패는 꿈이 아닐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공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소리가 단지 물리적 현상만은 아니라는 사실 덕분이죠. 불쾌한 소음은 사람의 감정을 흔들고, 날카로운 말은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고막을 찢는 것이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잔소리나 비난의 소리도 어떤 사람에게는 공격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리의 힘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과는 달리, 소리는 곧 언어가 되고 음악이 되어 타인을 공격하는 대신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강력한 치유의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소리는 파괴와 치유라는 양면성을 지닌 채 우리 삶 속에서 끊임없이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