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학 분야에서 마케팅만큼 뜨거운 화제와 연구가 집중된 분야도 드물 것입니다. 경영 전략이 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면, 마케팅은 그 방향을 고객과 시장 속에서 실제로 구현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은 단순히 광고나 판매 활동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 전달, 소통하는 모든 과정을 아우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의 상품에 관심을 둘 잠재고객을 찾아내는 기술이기도 하지요. 그만큼 중요하기에 마케팅 관련 서적과 강의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방대한 이론과 지식을 모두 다루기보다는, 앞으로 몇 장에 걸쳐 마케팅의 핵심 개념들을 간단히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 내용만으로도 어떤 마케팅 미팅에 가더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따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STP: 누구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이번 장에서는 STP 마케팅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STP는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목표 시장 설정(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의 약자로, 마케팅 전략의 핵심적인 틀 가운데 하나입니다. 과거, 특히 산업혁명 초기에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능했기 때문에 “누구에게 팔아야 할까”보다 “얼마나 많이 찍어낼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시장은 다릅니다. 제품은 이미 넘쳐나고, 소비자의 취향은 과거보다 훨씬 더 다양해졌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우리만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것이 곧 STP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이 소비자 중심적 접근 방식은 넓은 시장을 여러 고객 그룹으로 나누고(세분화), 그중 가장 유망한 집단을 선택하여 집중하며(목표 시장 설정), 선택된 고객층의 마음속에 독특한 이미지를 심어주는(포지셔닝) 과정을 포함합니다. STP 마케팅의 목적은 단순히 판매를 늘리는 것을 넘어, 보다 개인화되고, 관련성이 높으며, 효과적인 마케팅을 가능하게 하여 고객의 참여와 전환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1. 시장 세분화 (Segmentation)
시장 세분화는 시장 전체를 인구통계, 지리, 심리, 행동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작은 그룹으로 나누는 과정입니다. 기본적인 전제는, 모든 소비자가 동일하지 않으므로, 하나의 마케팅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시장을 세분화함으로써 각 그룹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더 효율적인 마케팅을 설계할 수 있게 되죠. 상품과 관계가 없는 집단에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공적인 세분화를 위해서는 세분화된 그룹의 규모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접근 가능해야 하며, 충분한 수익성을 갖춰야 하고, 기업이 실제로 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현실성이 있는 접근이어야 합니다.
세분화를 세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두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던지지 않기
2) 세분화된 고객 그룹의 특성과 맥락을 이해하기
3) 고객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다가가기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끊임없이 분류되는 존재입니다. 나의 나이, 내가 사는 도시, 내가 클릭한 검색어가 나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버립니다. 마케팅을 잘하는 커피 전문점은 아침 출근길의 직장인을 겨냥한 전략과 오후의 여유를 즐기는 대학생을 겨냥한 전략을 동시에, 그러나 서로 다르게 펼칩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나의 구매 이력과 검색 패턴을 분석해, 동일한 상품이라도 소비자마다 다른 가격과 광고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미성년자에게 신차 구입 소식이 전달되거나, 프랑스에 사는 채식주의자에게 뉴질랜드의 스테이크 전문점 광고가 뜨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친구와 대화할 때조차, 상대의 상황과 관심사에 따라 말의 톤을 바꾸지 않나요? 결국 세분화란 ‘사람들의 차이를 존중하고, 그 차이에 맞게 다가가는 기술’입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것을 만들려는 순간,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2. 목표 시장 설정 (Targeting)
세분화가 시장을 다양한 집단으로 나누는 과정이라면, 목표 시장 설정은 그 가운데 어느 집단에 집중할 것인지 선택하는 일입니다. 모든 집단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생필품(소금이나 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앞서 말했듯, 모두에게 사랑받는 상품에 대한 집착은 결국 아무에게도 맞지 않는 상품이 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을 골라내야 합니다.
이렇게 선택된 시장에 맞춤화된 전략을 적용하면, 단순히 구매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우리는 당신의 필요와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라는 신호를 소비자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감은 장기적으로 훨씬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게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꼭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시장을 선택하는 순간, 동시에 다른 시장을 배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말이죠. 이 선택은 책임을 동반합니다. 단순히 수익의 많고 적음 문제를 넘어, 특정 계층을 외면하거나 무차별적으로 전체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정체성과 신뢰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코알라를 예로 들어볼까요? 코알라는 호주에서 서식하는 유대류입니다. 귀여운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는 동물이죠. 그러나 야생의 코알라는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나무를 오르지 않습니다. 호주 전역에는 수많은 나무가 자라지만, 코알라는 오직 특정한 몇몇 유칼립투스 잎만을 먹습니다. 다른 나무의 잎은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심지어 소화하기 어려워 생존에 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알라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나무를 찾아내고, 그 나무에 집중합니다.
기업이 목표 시장을 설정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세분화된 시장은 마치 숲의 다양한 나무와도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많은 기회가 있어 보이지만, 모든 시장이 우리에게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포터의 5가지 힘과 PESTLE에서 살펴봤듯, 어떤 시장은 규모가 크지만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 진입이 어렵고, 또 다른 시장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우리 자원과 역량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은 코알라처럼 자신이 살아남고 번성할 수 있는 시장을 선택해야 합니다. 코알라가 유칼립투스를 고르지 않는다면 그 종 자체가 유지될 수 없듯, 기업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시장을 무리하게 공략한다면 정체성을 잃고 결국 쇠퇴하게 되는 것이죠.
3. 포지셔닝 (Positioning)
포지셔닝은 STP 마케팅의 마지막 단계로, 선정된 표적 시장의 소비자 마음속에 우리 브랜드의 독특하고 긍정적인 위치를 확립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여 소비자의 인식 속에 특별한 존재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포지셔닝은 소비자 머릿속에 브랜드와 이미지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차별화되지 않으면 금세 잊혀버립니다. 이 다음에 이야기할 4P와 4C를 이야기할 때 다시 한 번 다룰 것 입니다.
포지셔닝의 요점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차별화 요소(Differentiation)입니다. 이는 가격, 품질, 디자인, 서비스, 기술, 브랜드 스토리 등 경쟁사와 우리를 구별 짓는 모든 독특한 강점을 의미합니다. 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아주 새로운 상품을 흔하지 않습니다. 결국, 소비자의 마음속에 남는 것은 기능의 차이보다는 각 기업이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혁신적인 상품으로 고객들의 기억에 남을지, 아니면 그런 상품들의 그저그런 경쟁자로 남을지 결정하는 요소에요.
둘째, 포지셔닝 맵(Positioning Map)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지도와 같습니다. 경쟁자와 자사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비교함으로써, 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빈틈을 찾아내는 데 쓰이는 도구입니다. 모든 브랜드가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소비자는 굳이 우리를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지도 위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공백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그 자리를 전략적으로 차지할 수가 있겠죠.
마지막으로, 핵심 메시지(Core Message)입니다. 이는 소비자가 ‘왜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명료하게 답할 수 있도록 브랜드가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제안입니다. 메시지는 길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자주 구입하는 브랜드들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런 메세지는 오히려 짧고 단순할수록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우리만의 가치를 설계하기
마케팅의 세계에서 STP는 단순한 전략을 넘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이는 ‘우리는 어떤 시장에서, 누구를 위해 존재하며, 고객의 마음속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의 중요한 단계를 거칩니다. 먼저, 거대한 바다와 같은 시장을 고객의 다양한 특성과 필요에 따라 세분화(Segmentation)합니다. 다음으로, 그 수많은 섬들 중에서 우리의 배가 닿아야 할 가장 의미 있는 목적지를 선정(Targeting)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섬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어떤 가치로 환영받을지, 즉 고객의 마음에 어떤 포지셔닝(Positioning)으로 자리 잡을지 신중하게 설계하는 것이죠.
STP는 단순히 숫자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쪼개는 기술이 아닙니다. 이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찾고, 누구와 관계를 맺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결정하는 사유의 과정입니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가장 유리한 전장을 택하고 병력을 배치하는 전략적 통찰처럼, STP는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사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