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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Mar 15. 2023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저/안진이 역 | 더퀘스트

두껍지만, 굉장히 잘 읽히는 책이다. 구성이 짜임새 있고 내용도 중언부언하지 않아 쉽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저자의 유머러스한 글솜씨도 잘 읽히는 이유다. 저자는 구글 검색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들의 숨겨진 진짜 욕망과 생각을 분석했던 전작 <모두 거짓말을 한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던 사람이다. 이번 책에서도 데이터 분석은 빠지지 않는다. 다만, 데이터 분석의 대상이 인생의 여러 모습들인 것이 다를 뿐이다.


이 책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인생을 좀 더 영리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연애와 결혼, 부모와 아이, 재능과 운동,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 성공, 행운, 외모, 행복의 요소, 불행에 빠뜨리는 함정 등 총 9가지 인생의 모습들에서 우리가 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9가지 인생의 모습들 중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 행운을 붙잡는 비결, 행복의 요소에 대해 흥미롭게 읽었다.  



#1_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


부모의 양육방식이 아이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얼마나 클까? 이 책은 생각보다 놀라운 결과를 말하고 있다. 그것은 부모가 하는 모든 행동의 결과를 합쳐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 영향도는 작고, 부모들의 염려하는 문제에 대해 최선의 결정을 한다한들 아이의 장래에 측정가능한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부모의 영향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를 어디에서 양육하느냐'이다. 그리고 이것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아이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은 주민 중 대졸 이상인 사람들의 비율, 양친이 있는 가정의 비율, 인구조사 응답을 제출한 사람들의 비율 등 3가지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아이의 성공 확률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3가지 요인들을 살펴보면, 모두 '그 동네에 사는 성인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졸 이상인 사람의 학력을 가진 성인들은 대체로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똑똑하고 유능할 가능성이 높다. 양친이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한다. 인구조사 응답을 성실히 제출하는 성인들도 대체로 시민 사회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 저자는 이러한 결과가 아이들이 동네에서 보고 자라는 성인들(롤모델)의 모습이 그 아이들의 삶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다. 즉, 연구에서 밝혀진 대로, 부모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의 총합은 놀랄 만큼 작지만, 어떤 동네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느냐는 아이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2_행운을 붙잡는 비결


성공한 사람들에게 성공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게 되면, 한결같이 나오는 대답이 있다. "정말 저는 운이 좋았어요." 나는 늘 이 대답에 대해 의문을 가졌었다. 삶에서 행운이 미치는 영향을 너무 과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저자도 비슷한 의문을 가졌었나 보다. 행운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행운을 붙잡는 비결을 알기 위해, 행운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는 예술의 세계에서 그 힌트를 얻었다.


첫 번째는 '모나리자 효과'라는 것이다.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여러 훌륭한 그림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그림 도난사건이 발생한 뒤, 화제가 되면서 지금의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다빈치 효과'다. 이 효과의 핵심은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중요하다'는 것. 작품의 우수성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면,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우수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스프링스틴 효과'이다. 연구자들이 예술 작품의 전시와 경매에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셋을 가지고 예술 분야에서 성공을 예측하는 요소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화가의 성공 확률(작품 판매가 또는 작품활동 지속 확률)은 일류 화랑에 전시되었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게 다. 즉, 일류 화랑에 어느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면, 그 화가는 미술계에서 보증받은 내부자가 되고, 운 좋은 소수 화가들의 인생은 그 이후로 술술 풀리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술의 세계에서 얻은 교훈이 다른 영역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만약 아직 일생일대의 기회를 아직 잡지 못했다면, 당신이 고용된 회사가 유명 '화랑'이 아니라면, 과감히 그곳을 뛰쳐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당신이 있는 곳으로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은 적다고.


유명 화랑에 발탁되어 성공한 예술가가 되듯이, 스프링스틴이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음악을 선보인 덕분에 유명 레코드사에서 음반을 내고 성공할 수 있었듯이,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당신을 발견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기꺼이 차를 몰고 대륙을 횡단해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피카소 효과'이다. 어느 시대에나 유명한 화가들, 걸작으로 간주되는 작품을 내놓은 화가들은 걸작을 얻기 위해 수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바로 다작이 예술가의 성공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다작이 성공의 지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 중에 어느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품에 대한 반응을 미리 판단해 부끄러워한다거나 폐기해 버릴 것이 아니라, 다작을 하며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3_행복의 요소


이 책은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데이터 기반의 연구결과를 통해 해답을 준다. 연구자들은 '행복'이라는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자 수만 명을 모집하여 '매피니스'라는 앱을 통해 하루 중 임의의 시간에 사용자들에게 지금 무엇을 하는지, 기분이 어떤지를 물었다.


그 결과, 행복활동표가 만들어졌고, 이 중 행복도 상위 5가지 활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친밀한 접촉/섹스
2. 연극/무용/음악회
3. 전시회/박물관/도서관
4. 스포츠/달리기/운동
5. 원예
...


또한 이 결과를 토대로 사람들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행복활동표에 있는 활동을 할 때 평균적으로 얼마나 행복할지 예측해 보라고 한 것이다. 그 결과,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로 작은 행복을 주는 활동(과대평가된 활동)에는 수면, 휴식, 게임 등과 같이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지 않는 수동적인 행동들이 조사되었고,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로 큰 행복을 주는 활동(과소평가된 활동)으로는 전시회/박물관/도서관, 스포츠/달리기/운동 등 에너지를 어느 정도 써야 하는 활동들이 선택되었다.


즉, 그 활동을 하기 전의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과소평가되었지만, 실제 그 활동을 하고 난 뒤 더 큰 행복을 얻었던 것들은 대부분 에너지를 사용하는 행위들이었다. 이 결과는 소파에서 뒹굴지 말고, 얼른 일어나 에너지를 사용하는 활동을 많이 해야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우리들은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을 할 때 대부분 직감에 의존한다. 만약 직감이 아니라면, 친한 친구 몇 명, 가족, 친척, 또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참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본인의 직감과 외부의 조언들을 끌어모아 나름 타당해 보이는 의사결정을 한다 해도, 판단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는 나의 주관에 편향된 지극히 '일부'의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책의 결론은 다르다. 내린 결론이 우리가 어렴풋이 직감적으로 알던 것과 일치할 때도 있고, 전혀 다른 통찰을 줄 도 있지만, 명백한 것은 이러한 결론이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결론이기에 대표성이 부족한 '일부'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릴 때보다는 좀 더 합리적이고 탄탄할 근거로서 참고할 가치가 있다.   


특히, 행복을 붙잡는 비결에 대해 이 책의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글쓰기'도 좀 더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글의 노출빈도를 높이고, 다작을 해야 하며, 유명한 플랫폼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하니,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참고해 볼 만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저자가 찾은 행복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데이터 중심의 인생 해법'은 다음과 같다.


섭씨 26도의 화창한 날, 아름다운 강이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장소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라.


책을 덮으며, 이 책에서 분석한 주제들을 우리나라 데이터로 분석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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