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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Mar 21. 2023

화가 나도 바보와는 싸우지 마라

다무라 고타로 저/이아랑 역 | 부광출판사

사실 이 책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첫 장을 보자마자 저자가 나와 비슷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바로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지 말라'이다. 시간도 에너지도 타이밍도 다 한 번뿐인 인생을 마음껏 구가하기 위한 한정된 자산이다. 그것을 '바보와의 싸움'이라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낭비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첫 장에 적힌 이 내용이 사실상 이 책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다. 브런치북에 썼던 내 글 <에너지_가성비 있게 사는 법>도 한정된 삶의 에너지를 소중하게 쓰자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내 글이 일상생활 전반에서 '나 자신'에 초점을 두고 에너지를 소중하게 쓰자는 내용이라면, 이 책은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게 만드는 '바보'들과의 인간관계에 좀 더 초점을 둔다.



저자는 먼저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한다. 인생은 애초에 불합리한 것이며, 나쁜 놈일수록 출세하고, 권력을 가진 자들 중에는 바보가 많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런 세상 속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이들과 쓸데없이 싸우지 않는다고 말하며, 정작 싸워야 할 상대는 '고민하는 자신', '화를 내는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바보들과 쓸데없이 싸우면, 싸우는 그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진정 최악의 바보가 되고 만다는 것.


저자는 화려한 경력을 쌓은 후,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었던 자신의 여러 시행착오들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 세상의 '바보'들을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 주옥같은 조언을 해준다. 그 중 다음의 몇 가지 조언들이 특히나 인상깊었다.


첫째, 항상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저자도 처음 참의원에 당선된 후 모든 대우가 변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우쭐한 기분이 들었고, 이로 인해 생긴 묘한 자존심 탓에 모르는 것을 솔직히 고백하지 못했으며, 결국 틀리고 부족한 정보로 판단을 그르치는 일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바보들 앞에서라도, 자존심은 버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잃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균형을 무너뜨려라.

나보다 센 상대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려면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힘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힘이 실려 있는 쪽에 자신의 힘을 실어 상대의 힘으로 균형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쓰라는 것. 저자는 그러려면 화가 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상대에게 공을 돌리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며 상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척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내버려두면 바보도 인간이기에 경계심을 풀고 정에 이끌리게 되므로, 결국 자기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참고 또 참고, 끝까지 참는 사람이 이긴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무조건 참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즉시 반응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언짢은 일이 있더라도 우선 참아내고, 상대방의 공격이 나에게 큰 타격이 없더라도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상대를 방심하게 만들고, 우쭐하게 만든 후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나서 반격하는 것이 더 현명하는 행동이라는 것. 저자의 슬기로운 대처가 돋보이는 조언이다. 젊은 나이에 정계에 진출한 저자가 선배들에게 배운 '남자의 질투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운 조언 중 하나였다. 젊음과 능력을 질투하는 남자들에 주의하면서,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참고 견디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는 조언이다.  


넷째, 어색한 상대일지라도 무리해서도 말을 걸어라. 

저자는 만약 당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반드시 아군으로 만들어야 되는 사람이 있다면, 거북하게 느껴지는 상대라 할지라도 먼저 말을 걸어 그 상대에게 '그 사람에게 받고 있는 불쾌한 행동에 대한 대처방법'에 관해 상담해보라고 조언한다. 나는 이 조언을 읽으며, '이건 상당히 고도의 전술이라 쉽게 적용하기 어렵겠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방법의 효과가 상당하니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렇게 상담을 요청하게 되면 상대는 뜨끔해하면서도 당신의 상담에 친절하게 대답하려 할 것이고 그 후에도 자신의 대답에 부합하도록 행동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다섯째, 상대의 기분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저자는 바보들과 상대해 온 수많은 엘리트들 중 대다수가 큰 일을 해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의 기분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똑똑하다 한들 혼자서는 큰 일을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기분을 꿰뚫어보고, 화나게 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내 편으로 만들어 그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의 기분을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타인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해 도중에 좌절하거나 사라져버린 엘리트들이 많다는 것, 오싹한 말이다. 상대의 기분을 생각하고 이해하게 되면, 바보와 싸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여섯째, 성공할수록 겸손하고 으스대지 말아야 한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분노와 질투로 자신을 과장하기 위해 거만한 태도를 취하지만, 이것은 비참하고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이미 여러 측면에서 자존심이 충족되어 있기에 돋보이려 하지 않아도 돋보이며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추어올려져 있기에 으스댈 필요도 없다. 저자는 이런 사람이 거만하지 않고 겸손한 태도를 취하면 호감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전략적이기 때문에 다음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거만하고 건방지게 굴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단, "저 사람은 열심히 잘 하는데 심지어 태도까지 겸손해."라는 말을 들으며 겸손한 태도로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먼저 일에서 결과를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일곱째, 권력투쟁에서는 반드시 이기는 쪽으로 가라. 

어느 조직에나 있는 권력투쟁에 자신이 휘말리게 되었다면? 저자는 그 투쟁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리게 되었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북한 사람이 있다거나 본인의 뜻에 안맞는 경우라도, 철저하게 현실주의자로 변화하여 자신이 하는 일의 성과와 권력투쟁에서 이길 듯한 진영에 관여하는 데 집중해야 하며 그것이 권력에 가까워지고 바보들과 멀어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조언하고 있다.




뒤로 갈수록 다소 식상한 내용이 반복되긴 하지만, 저자의 주장은 뚜렷하다. 바보들과 싸우면 내 마음만 상처투성이가 되고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시간과 에너지만 허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보와 싸우는 것은 인생의 낭비!


주말의 반나절 정도의 여유로운 시간에, 세상의 바보들 속에서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꽤나 유익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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