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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Mar 19. 2023

그릇의 크기

내 그릇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 걸까.

몇 년 전, 바이오 주가 흥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증권회사에서 일하던 후배 하나가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사라고 추천했었다.


난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벌어본 적도 없거니와, 매일 주가를 신경 쓰며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그래서 얼마나 사야 돼?"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후배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형님! 본인 그릇만큼 드시는 겁니다.


그 주식은 신고가를 여러 번 찍고 난 후, 현재는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다. 임상시험에 실패했다나 어쨌다나. 어쨌든 그 주식을 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후배의 그 말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본인의 그릇의 크기를 깨닫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1_그릇의 크기를 과대평가하는 사람


주변을 돌아보면, 본인의 그릇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자기 자신을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포장하며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남들이 봤을 때는 그들이 할 줄 안다고 하는 모두, 본인의 능력치에서 한참 벗어난 일로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그릇은 작디작은데, 욕심은 많아 그릇 위에 올린 음식물들이 지저분하게 넘쳐흐른다.



#2_그릇의 크기를 과소평가하는 사람


반면, 본인의 그릇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하나를 끈덕지게 지속하지 못하고, 포기한 후 자기 합리화를 하는 사람들이다.


유학도 중도 포기하고, 회사도 쉽게 이직하고, 하고자 하는 목표도 정해놓은 목표치만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들은 "난 이만큼 그릇밖엔 안돼. 충분히 했어. 만족해."라고 자기 위안을 삼는다.


브런치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간혹 보이는 글들이 흥미로워 계속 읽어보려고 하면, 꾸준히 글을 쓰지 않거나 공모전 탈락 이후 풀이 죽어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된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더 하면 더 완성도 있고 잘 만들어질 성질의 업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 그릇의 크기는 이 정도인 것 같다며 지레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다. 조금만 더 땅을 파면, 분명 보석이 나올 것 같은데, 이런 사람들은 바로 눈앞에 있는 보석을 보지 못한다. 그릇은 큰데, 그릇에 올려놓은 음식물이 너무 빈약한 것이다.



#3_내 그릇의 정확히 크기를 알아야 한다.


나 자신의 그릇의 크기를 알기란 정말 어렵다. 남의 그릇은 쉽게 잘 보이는데, 정작 내 그릇의 크기는 눈이 흐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내 그릇의 크기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나가야 한다. 이 음식도 올려보고 저 음식도 올려보며 내 그릇이 감당할 수 있는지 재봐야 한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릇의 크기도 확인하고, 그릇의 크기에 알맞은 음식물도 채우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그릇의 크기가 크게 태어났다 하더라도, 그릇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찬장 속에 있는 새로 산 예쁜 그릇들에 뒤쳐져 구석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하지만 비록 그릇의 크기가 작더라도 갈고닦다 보면, 그 그릇 안에 먹음직스러운 음식물들을 한가득 예쁘게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 그릇을 닦고 그 크기를 어림짐작해 보며, 더 맛있는 음식을 담아내기 위한 새로운 내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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