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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May 11. 2023

조언은 준비된 사람만이 들을 수 있다.

제대로 말해줄 사람도 들을 사람도 드물다.

'꼰대'라는 말은 이제 일상용어가 되어 버렸다.


세대 간의 갈등과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충돌,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이유들이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언급되지만, 사실 꼰대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이전에도, 제대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어른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은 꼰대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한 '쓸데없는 잔소리꾼'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그나마 별로 남아있을 것 같지 않은, 제대로 조언해 줄 수 있는 참된 어른들 중 그 누구도 이제는 절대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있다. 남이 듣기에 불편한 이야기를 굳이 해서 서로 얼굴을 붉힐 이유도 없거니와, 자칫 잘못하면 꼰대라고 손가락질당하게 되므로.


일단 그 사람이 좋은 어른이라는 것을 전제로, 어떤 사람에게 조언을 했다는 것 자체는 상대방에게 크든 작든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한데, 그걸 감수하고 이야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이 좀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기에.


하지만 그러한 조언을 제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도 제대로 조언을 해줄 어른만큼이나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충고를 기분 나빠하며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조언을 들을 줄 안다는 것은 상대방의 애정 어린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슬프게도 이제는 조언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어른도, 그리고 이런 어른을 좋아해 주고 충고를 받아들일 줄 아는 인생의 후배들도 많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사람은 35살부터 후져진다." 최근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러한 제목의 글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내용에 크게 공감했다.


35세까지는 다들 비슷하다. 이건 돈과 자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기본적 인간의 소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밥 먹을 때 쩝쩝거리지 않기, 말 곱게 하기, 셔츠 다려 입기, 샤워하기 등. 대부분 다 지키는 일들이며, 별로 이상한 사람 많이 없다.

35세 이후부터 이걸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주변인들이 나에게 잔소리하기를 포기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이다. 35세부터는 더 이상 나의 항로에 대해 주변인들이 간섭을 하지 않는다. 충고해 봤자 서로 감정만 상하고, 한들 사람이 바뀌지 않는 나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신입사원한테 옷 깔끔하게 입으라는 부장은 있어도 40세 과장이 그러고 다니면 그냥 내버려 둔다. 이건 회사에서나 친구관계에서나 마찬가지다.

이때부터 근본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더 이상 남들이 지적해 주지 않으니 근본으로 돌아가는 거다. 자기 관리가 되는 사람은 계속 유지하지만 안 되는 사람은 여지없이 무너지는 게 그 나이다. 이 편차가 남자는 상대적으로 훨씬 심하게 벌어진다. 충고해 봤자 안 좋은 소릴 들으니까.

35세가 넘은 나이에도 나에게 충고를 하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에게 애정이 남아 있는 사람일 것이다. 대부분은 그 역할을 엄마가 맡는다. 잔소리하고 짜증 받아주고. 오늘도 상처받을 걸 알지만 자식에게 잔소리를 한다. 아직 애정이 많이 많이 남아있어서.


윗글에 쓰여있는 대로, 35세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나이가 대략 30~4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누군가 나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도 나이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요즘은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고 그 조언을 받아들이는 일도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결국 나의 안 좋은 면이 더욱 강조되어 도드라져 보이는 그런 사람이 되고 만다.


그래서 혹시나 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말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 자신을 돌이켜 살펴볼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 조언을 해주지 않더라도, 본인 스스로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늘 확인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고치고, 좀 더 아름답게 가꿔 나가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조언은 준비된 사람만이 '제대로' 들을 수 있다. 그 조언이 나를 애정하는 사람의 것이든, 자기 자신을 가꿔보려는 본인의 목소리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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