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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May 23. 2023

'블라인드'에 대한 짧은 생각

험담은 살인보다 위험하다.

블라인드(Blind)라는 앱이 있다.


이 앱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추구한다. 본인이 소속된 회사의 이메일 주소로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게 되어 있, 가입 후에는 회사 이름 뒤에서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아무래도 익명이다 보니, 험담이 많고 회사 내 특정인을 저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이 앱이 뒤에서 남을 험담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지켜보고 눈살을 찌푸린 적이 많았다.


분명 순기능도 있을 것이다. 이직하려고 할 때, 관심 있는 회사에 대한 재직자들의 솔직한 평가를 보고 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과거에 언론에 크게 화제가 되었던 '땅콩 회항' 사건과 같은, 묻히기 쉬운 중요한 사건들을 폭로하는 통로로 사용될 수도 있다. 또한 가끔은 좋은 정보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익명'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남을 헐뜯고 비판하는데 주로 사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다.

"험담을 하는 것은 살인보다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만을 죽이나 험담은 반드시 세 명을 해치게 된다. 험담을 하는 장본인과 그것을 제지하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 험담의 대상이 된 사람이다."


험담은 살인보다 더 위험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과 굳이 가까울 필요가 없다. 심지어 같이 대화할 때 있지 않았던 사람에 대해 험담까지 한다면, 그것을 듣고만 있다 하더라도 험담하는 사람의 부정적인 기운이 듣고 있는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그 험담에 동조한 꼴이 되어 버린다.


개그맨 신동엽도 예능 프로에 나와 비슷한 말을 했었다.

"상대가 정말 친밀한 관계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 험담을 했을 때 다 돌아와요. 저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어렸을 때 깨닫고 지금은 전혀 안 해요. 어떤 사람들이 누가 내 욕한 것을 전한다면 그 이야기를 전한 사람과 관계를 끊어버려요."


당사자가 없을 때 했던 이야기는 설사 그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본인에게 전해주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이 비록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말이다. 나쁜 이야기라면 말할 것도 없다. 다른 사람이 욕한 것을 당사자한테 전해주는 사람이라면, 분명 그 욕을 했던 사람에게 무언의 공감을 해줬을 가능성이 높고, 여기저기에 가서 비슷한 험담을 충분히 하고 다닐 사람일 것이기에.  


그래서 살인보다 위험할 수 있는 험담보다는, 본인에게 집중하는 삶이 더 가치 있다. 남에 대한 험담을 하며 왠지 모를 쾌감을 느끼고,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낫다는 천박한 승리감을 느끼며 사는 그 시간이 얼마나 쓸모없고 안타까운가. 나 자신에게만 써도 아까울 그 시간에, 험담을 하기 위해 소모하고 있는 그 에너지는 또 어떠한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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