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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un 28. 2023

조언은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것이 맞다.

타인과 내 문제를 의논한다는 것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던 시기, 나는 회사생활과 나의 미래에 대해 방향을 못 잡고 방황하고 있었.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아는 형님이나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하곤 했었다.


결국 그 문제의 답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답을 얻고자,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체크해 보고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답을 얻어보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40대가 되어, 나도 가끔 누군가에게서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입장이 되어보니, 내가 했던 과거의 행동들이 정말 허망한 것이었음을 절실히 깨닫게 다.


일단 내 가족이 아닌 다음에야 나에게 진정 마음을 쓰고 관심을 가질 사람은 정말 드물다. 가족 외에 나에 대해 그 정도의 진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 성공한 인생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사람의 일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조언을 원하는 상대방이 부담스러우니, 상대방의 말에 영혼 없이 맞장구를 쳐준다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답을 알아차리고 그대로 이야기해 줄 가능성이 높다.


깊은 고민 없는 값싼 조언은 너무나도 쉽다. 그래서 그런 조언에 휘둘려 성급한 판단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무엇보다도 남은 나를 잘 모른다. 내가 어떤 고민에 대한 판단을 위해 고려하고 있는 모든 내용을 속속들이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또한 나와 조언을 해주는 상대방은 주어진 상황이 크게 다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정확한 답은 얻을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조언을 해줘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리고 조언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듣기 싫은 이야기도 어느 정도 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방과 충분한 친밀감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굳이 해서 그 사람이 상처받고 나와의 관계가 어색해질 리스크를 내가 짊어질 이유는 없다. 그래서 결국은 뾰족한 이야기보다는 둥글둥글한 벙벙한 이야기만 하고 만다.


또한 남에게 나의 고민을 터놓는 행위는 결국 나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스스로 해야 하는 결정을 남에게 미루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만약 비밀을 지켜주지 못할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게 되면, 나의 중요한 정보들이 남들의 가십거리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은 예외다.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고 전문가에 상담을 받게 되면, 그 전문가는 고민에 대한 내용이나 어려운 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기에.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조언을 한단 말인가. 모두가 불완전한 인간인데. 그래서 가끔 나에게 조언을 요청하는 불안정한 표정의 후배들과 나에게 뭘 맡겨놓은 듯이 반강제로 무턱대고 '조언 부담감'을 주는 후배들을 보며, 과거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곤 했었.


정답은 본인만이 안다. 그래서 조언은 결국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남의 생각을 참고로 할 수는 있지만, 본인의 선택과 판단은 본인만의 기준으로 해야 한다.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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