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an Choi Nov 07. 2023

나는 생선회가 싫다.

인생의 호불호를 결정하는 것

어릴 때는 먹기 싫었던 음식을 어른이 되어 잘 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반대의 경우로 그동안 잘 먹어온 음식을 어른이 되어 먹기 싫어지는 경우도 있다. 음식에 대한 선호가 바뀌는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식당도 가던 곳만 가게 되고 맛집으로 검증된 곳만 찾게 된다.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의 종류도 예전에 비해 줄어든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런 음식들 중 하나가 바로 '생선회'다. 회는 그전에도 그렇게 즐기지 않았고 어릴 때도 자주 먹던 음식이 아니었다. 날 것의 그 무언가에 대해서는 늘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육회도 싫어하지만 유독 생선회는 '고 싶지 않은 음식'이 되어 버렸다. 비릿한 냄새와 입안에서 씹을 때의 물컹한 그 느낌 때문이다.


40대가 되고 나니 그 호불호가 더욱 명확해졌다. 비단 음식뿐만이 아니다. 람에 대한 선호 마찬가지다.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 대화를 몇 마디 나누고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다 보면, 분명 나와 맞지 않아 거슬리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참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그 사람과의 관계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물론 '불호'라고 판단된 경우에 드러내놓고 거부감을 표시하거나 싫은 기색을 내비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건 무례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난다거나  만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은 되도록 피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사람에 대한 인내의 폭과 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더 커질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사람에 대해 내가 맞춰가려는 노력을 굳이 하기보다는 나와 맞는 사람과 만나 마음 편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그래서 비위를 맞춰줘하는 사람이거나, 나와는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보다는 나와 결이 맞고 관심분야도 비슷하며 긍정적인 성향의 사람을 더 자주  된다.


음식, 취향,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 인생의 호불호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길지 않은 인생의 시간 속에서 나는 또 무엇에서 나만의 호불호를 정하고 나누고 선택할 것인가. 


이제는 정말 아무거나 먹고 아무나 만나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맞는 음식을 먹고 나와 맞는 그 누군가와 어울리살아가고 싶다. 물론 그전에 나도 그 누구에게 진실된 존재가 되어야 하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도대체 글 쓸 시간이 언제 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