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yan Choi
Dec 12. 2023
안경을 닦는 마음
안경을 닦으며 마음도 닦는다.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의 시간, 나만의 중요한 의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안경을 닦는 일이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마친 후에는 내 방에 있는 안경 케이스에서 안경을 조심히 꺼내어 렌즈에 먼지 한 톨, 얼룩 하나도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닦고 또 닦는다. 조명에 비추어 이리저리 살피며 안경테 사이에 낀 먼지들도 모두 털어낸다. 분주한 아침이라도 안경 닦는 시간만큼은 반드시 확보해 두려 한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도 다시 안경을 닦는다. 오전 내내 이런저런 일들을 분주히 하고 나서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나면 안경 렌즈에 먼지가 소복이 내려앉는다. 특히 점심식사를 하며 국물이 있는 음식이라도 먹은 날에는 미세한 얼룩들이 렌즈에 촘촘히 묻어 있기도 하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퇴근 후 저녁에는 하루 종일 시달린 안경을 달래며 안경 렌즈에 묻은 지문이나 안경테에 묻은 땀과 기름, 얼룩을 깨끗이 닦아낸다. 그리고 내일을 기약하며, 안경이 쉴 수 있는 극세사 융으로 덮여있는 케이스에 살포시 넣어 둔다. 그리고는 그 옆에 둔, 집에서만 쓰는 오래된 안경 하나를 집어든다.
안경을 닦는 행위는 단순히 안경을 닦는 그 자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그것은, 마음을 닦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뇌를 깨끗이 하는 것과 같다. 깨끗하고 맑은 안경 렌즈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반면에 얼룩덜룩 더러운 안경 렌즈를 보면 흐트러진 내 마음처럼 느껴져 불편해진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에게 소중한 의미가 있는 물건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그것은 바로 '안경'이다. 늘 안경을 끼고 다니는 나에게, 안경은 제2의 눈이자 마음이자 정신이기에.
오늘도 안경을 깨끗이 닦아내며 마음을 다스린다. 안경을 닦으며, 내 마음속 구석구석에 쌓여있는 지저분한 먼지와 얼룩들도 함께 닦아내며, 깨끗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싶은 그 마음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