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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Feb 26. 2024

단호함, 나를 지키는 방법

현명한 손절로 나의 시간과 에너지 지키기

몇 년 전 인상 깊게 읽었던 노자의 <도덕경>에서 아래의 글귀를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글귀를 읽으며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누군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앙갚음하려 들지 말고 강가에 고요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아라. 그럼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 올 것이다."


상대방을 진정성 있게 대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보고자 하지만, 나의 진심과 노력에 비해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만약 참을성의 한계를 넘어서서 내 일상에 지장이 생길 정도에 이르면, 나는 과감히 그 사람과의 관계를 차단하고 내 인생에서 그 사람을 지워버린다.


내게 어떤 공격을 했던 사람에게 똑같이 대응하여 공격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평소에는 일정 수준의 에너지만을 써왔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제대로 공격하려면 남은 에너지를 끌어다 모아 그 사람을 향해 분노의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구상하고 이를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덕경>은 이런 조언을 했나 보다. 어차피 망할 사람은 내가 앙갚음을 하지 않아도 망하게 되어 있기에, 고요히 강가에 앉아 마음을 다스리다 보면 스스로 무너져 시체로 떠내려 올 것이라는. 남을 공격하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스스로를 다스리며 본인의 발전을 위해 집중해 보라는 이야기일 테다.


어릴 적에는 나에게 좌절감과 피해를 준 사람에게 분노하며 앙갚음해보려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 자신만이 점점 더 피폐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분노를 안겨준 사람은 아무런 타격도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나 혼자만 앙갚음을 준비하며 스스로 붙인 불꽃으로 타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40대가 된 지금에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깨닫는다.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도 부족한 형편인데 상대방에게 쓸데없는 시간과 에너지를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혹여나 나에게 해악을 끼치려는 사람이 있다면 단호하게 대처하려 노력한다.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은 3가지이다. 그리고 상황과 괴로움의 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대응하곤 한다.


먼저 첫 번째는 '거리두기' 방법이다. 최대한 그 사람과는 얽히지 않으려 노력하고, 겉으로는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하면서도 나 스스로는 그 상대방과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다. 굳이 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뒷담화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관계를 끊고 내게 피해가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 머릿속 지우개' 방법이다. 만약 그 사람으로 인해 나에게 오는 부정적인 에너지의 강도가 점점 더 심해지면 상대방을 내가 전에 몰랐던 사람처럼 대한다. 인사를 한다거나 대화에 섞이지 않고 정말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그 사람과의 모든 기억을 깡그리 지워버리려 노력한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결정적인 순간을 노리기' 방법을 택한다. 평소에 티를 내지 않는다면, 그 사람도 나를 경계하지 않을 것이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다 결정적 순간에 내가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현명하게 손절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다.


물론 마지막 세 번째에 이르기 전에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곤 했다. 단호함은 나를 지키고 내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일 수 있다. 자주 쓸 필요는 없겠지만 정말 힘든 상대를 만나게 면 깊게 고민한 후 시도해 볼 만하다. 나도 손에 꼽는 몇 명에게만 이 방법을 시도했었고 멘털 관리에 큰 도움이 되었었다.


손절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주변에 사람이 남아있지 않을 것을 걱정하거나 약한 마음으로 망설이다 보면 나에게 더 큰 피해가 올 수 있다. 차라리 단호하게 끊어내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나를 채우며, 더 나은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남을 헐뜯거나 공격하며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나의 성장을 도모하다 보면 그 사람의 시체(?) 언젠가 강가에 떠내려올 것이다. 최고의 복수는 내가 잘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현명한 손절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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