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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Mar 04. 2024

남이 보지 않을 때에도

나만의 정직함 유지하기

며칠 전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동안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일정이 안 맞거나 부담스러워 계속 피하고만 있었는데, 다른 사람 땜빵으로 어쩔 수 없이, 그것도 급하게 참여하게  것이다.


처음 면접관을 해보는 터라, "무슨 이야기는 하지 말아라. 무슨 이야기를 할 때는 어떻게 해라." 등이 적힌 회사 인사팀의 주의사항 매뉴얼을 꼼꼼하게 읽고,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서 서둘러 면접장으로 향했다.


그동안은 면접을 보는 입장이었지, 면접관으로서의 마음가짐은 처음이었는데, 편할 줄만 알았던 면접관으로서의 마음은 사실 꽤나 긴장되는 것이었다. 물론 면접자의 마음에 비할 것은 아니었겠지만.


내가 소속된 회사에 들어오려사람에게는 처음 마주하는 회사의 모습이 바로 내가 될 수도 있기에 부담도 컸고, 다른 면접관들을 부끄럽게 만들어서는 아니 되었기에 조금은 능숙해 보일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야심차게 준비했던 몇몇 질문거리들은 앞선 면접관들이 대부분 나와 비슷한 질문을 해버리는 통에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내 차례가 왔을 때, 식상한 질문들 몇 가지를 던지며 대답하는 면접자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는 일을 내 역할로 삼았다. 그리고 그중 한 면접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분은 자신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말해보라는 나의 질문에,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나만의 정직함을 유지하는 것을 본인의 강점으로, 다만 그로 인해 융통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사실 회사라는 곳에서는 정직함 보다는 융통성, 소위 '유도리' 있는 행동을 잘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한 행동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의 대답을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게 여겼었다.


하지만 자세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긴장된 표정에서 나오는 그분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에게 유리한 대답은 아닐 수 있었지만, 정직함은 본인의 철칙이며 지켜나가야 할 삶의 태도라고 대답하는 일관된 모습에서 그분의 말한 본인의 장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요즘은 정직한 행동을 오히려 손해보는 것으로 여기며, 능숙한 거짓말을 칭송하는 시대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꾸준히 본인과의 약속, 정직함을 유지하며 나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유독 멋지고 아름답게 보인다.


면접자의 대답이 나를 돌이켜 보게 만들었다. 나는 과연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도 나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정직함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남을 속이고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다. 하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일 테다.


나 스스로를 속이는 일에서부터 부자연스러운 허세와 과장, 불안과 번민, 좌절과 열등의식이 생겨난다. 그렇기에 당당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헛된 모습이 아닌 - 남들로부터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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