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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급을 꿈꾸면서, 강급을 걱정하는

슬기로운 황소생활 (5)

by Ryan Choi

부모들은 다 똑같습니다.


얼마 전, 제가 아는 로펌의 한 변호사분께 건너들은 이야기입니다. 업계에서 유명한 변호사 한 분이, 딸이 '황소'에서 승급했다는 자랑을 하며 동료들에게 크게 한 턱 쏘셨다고 합니다. 로펌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그런 보면, 부모들 생각은 다 똑같나 봅니다.



승급을 꿈꾸면서, 강급을 걱정하는


앞서 승급과 강급에 대한 시스템을 잠깐 설명드린 바 있지만, 아이들에게 반을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문제는 생각보다 매우 예민한 문제입니다. 친구랑 같이 학원을 다니기로 했는데, 친구가 상위 반으로 먼저 올라가거나 내가 강급당하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특히 멘털이 약한 아이들은 그것 때문에 학원을 그만두기도 하고, 향후의 공부 의욕도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두가 승급을 원하고 꿈꾸지만, 결국에 가서는 강급이나 되지 말자는 간절한 기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늘 조마조마하며 반 편성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


저희 아이도 그랬습니다. 다행히 원래 반에서 강급당한 적도, 그렇다고 승급한 적도 없습니다. 시험을 보고 나면, 본인은 늘 "시험 잘 봤다!"며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통에 괜히 저만 마음을 졸였던 것 같습니다. 결과 발표 날엔 긴장했었죠.


그때마다 혹시나 강급되어 아이의 마음이 혹여나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하면서도, 가끔 아이가 너무 나태해져 계산 실수를 자주 하곤 하면, 한번 강급당해서 크게 정신 한번 차려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모진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황소의 승급과 강급 시스템에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그래서 아이의 학습 의욕을 꺾지 않으면서도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시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속으로는 불안하고 긴장되더라도 아이에게는 너를 믿는다는 느낌을 주어야 합니다.


혹시나 강급이 되었다고 크게 실망하거나 꾸짖기보다는 "이번에는 조금 어려웠구나.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며 격려하고, 승급했다고 해서 과하게 칭찬하기보다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네"라며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당연히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아무래도 감정이 앞서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머릿속에 이런 다짐을 하고 접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엔 없습니다. 아이가 부담을 덜 느끼게 하면서 배움의 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꾸준함의 힘을 알려주기


승급과 강급은 결국 아이의 꾸준한 노력이 쌓인 결과입니다. 하루 이틀의 공부로 갑자기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이도 잘 알고 있죠. 매일매일의 학습을 루틴으로 만들어주고, 조금씩이라도 진전이 있을 때마다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면 좋을 것입니다.


그동안 푼 문제 중 반복해서 틀리는 문제가 있다면 "왜 이렇게 풀었어?"라고 물어보면서 아이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 함께 오답을 분석하며 개념을 다시 잡아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선행을 하면 개념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난주보다 계산 속도가 빨라졌네!" 같은 구체적인 피드백은 아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성취들이 모이면 좋은 결과로 보답받는다는 것을 경험시켜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꾸준한 성취의 경험들은 아이의 자신감의 원천이 되니까요.


황소에 온 아이들은 수학에 대한 기본 실력은 갖춘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승급은 그중 극소수만 그 영광을 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해서 승급을 꿈꾸기보단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실력을 쌓는 것이 황소를 경험하는 좀 더 슬기로운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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