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제가 가정교사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과거에 공부를 잘했었던 네가 자기보단 좀 더 낫지 않겠냐고. 아이를 맡아 황소에서 배운 것들을 복습시키고 숙제를 챙기고 모르는 문제를 풀어주는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려보니 가정교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수학 공부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대학생 때는 수학 과외도 하면서 용돈 벌이도 했었죠. 하지만 내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결코 쉽지 않더군요. 졸업한 지도 꽤 지났고 난해한 문제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아이'를 가르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방금 알려준 것을 또 틀린다던가, 아주 사소한 연산 실수로 실컷 다 풀어놓은 문제를 틀리는 것을 지켜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나도 모르게 화가 치솟았습니다.
원래 가족끼리는 뭐 가르치고 배우면 안 된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듯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자식이다 보니 객관화하기가 어렵고 기대와 실망 등의 감정이 쉽사리 놓아지지 않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 들고 짜증이 저도 모르게 생겨났습니다.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이게 맞는 건가.
퇴근 후 수학을 계속 가르치다 보니 제 몸도 피곤하고 답답한 마음에 아이에게 짜증 내는 일도 반복되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도 남들처럼 해피보이로 키워야 했었나에 대한 고민과 황소를 시작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전수해 줄 수 있는 것 중 내가 가진 좋은 것이 있다면 내가 힘들더라도 꼭 물려주기로. 그리고 그 무기가 아이의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고 문제 풀이를 좀 더 수월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해보기로 말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잘할 거라는 생각은 버리세요.
초등학교 저학년은 의지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셔야 마음이 편하십니다. 특히 남자아이라면요. 물론 걔중에 드물게도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아이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드문 경우가 내 자식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공부 태도를 잡고 황소 수업을 소화시키며 그 많은 숙제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간은 부모의 시간과 에너지를 철저히 갈아 넣어야 합니다. 1년 정도 붙잡고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면 그 이후부터는 서서히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 생깁니다.
부모-자식 간에도 fit이 맞아야 합니다.
아이와 학원 간의 fit은 물론, 부모와 자식 간에도 fit이 맞아야 합니다. 강압적으로 하면 튕겨져 나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묵묵히 잘 따라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자신감을 북돋아 주어야 잘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스파르타 방식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기질과 성향, 부모의 스타일이 잘 맞아야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무턱대고 이 방향이 맞다고 주장하거나 강요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춰, 부모-자식 간의 합도 잘 맞아야 황소도 버텨낼 수 있습니다.
SKY 출신 아빠들이 가장 문제입니다.
엄마, 아빠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바 있지만, 역시나 아빠들이 제일 문제입니다. 저도 아빠지만 아이가 유치원생 시절에는 학군이나 학원 같은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어릴 때 공부 꽤나 한 부모들이 더 강합니다.
"나 때는 학원 안 다니고 혼자 다 공부하고 그랬어! 잘하는 애들은 그런 거 상관없이 잘한다고!"
보통 이렇게 말하죠. 하지만 이제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교육 시장은 이제 굉장히 체계적이고 효율화되어 있어 공부를 잘한다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만약 예전의 저처럼 이런 말들을 하는 아빠가 있다면, 이렇게 꼭 한 마디 해주십시오.
"이래서, SKY 출신 아빠들이 제일 문제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