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관찰한 사람들
요즘 '보법이 다르다'라는 말이 유행인가 보다. 그 말의 쓰임새를 살펴보면, 때론 칭찬으로 때론 비웃음과 비난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다 보면 문자 그대로 보법, 걸음걸이가 다른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출근길에 마음이 급하다 보니 평소보다 빠르게 걷곤 하는데, 사람들을 지켜보면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느릿느릿 걸어가는 사람도 있고, 옆 사람을 휙 밀치고 간다거나 시끄럽게 떠들며 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우리네 삶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가 겉보기에는 같은 길을 걷는 것 같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 서로 다른 속도와 리듬으로 걷는 중이다. 어떤 이는 목표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다른 이는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여유 있게 걷는다.
때로는 다른 이들의 걸음걸이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남들이 성공의 계단을 빠르게 오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속도를 의심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빠른 걸음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며, 느린 걸음이 실패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 그 보법에 맞게 걸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보법은 우리가 겪어온 경험과 배움, 그리고 우리가 가진 가치관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이의 보법은 그 자체로 독특하고 특별하다.
중국 고사에도 무턱대고 남의 걸음걸이만 흉내 내다 결국 원래 자신의 걸음마저 잊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걸음걸이는 배우고 따라 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성장 환경이나 만난 사람, 읽은 책,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모든 삶의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의 보법을 판단하거나 부러워하기보다 자신의 걸음에 더 집중하는 태도다. 남들과 다른 보법으로 걷는다는 것은 오히려 나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그래서 상황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나만의 리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걸이처럼,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인생의 리듬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도착 지점이 아니라 나만의 걸음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여정에 있다. 오늘도 나는 나답게, 내 보법으로 세상의 길을 걸어가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