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감각

조수용 저 | REFERENCE BY B

by Ryan Choi

저자인 조수용 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사실 부끄럽게도 가수 박지윤 님과의 결혼 소식에서였다. 프로필에서 보이는 여러 커리어에서 뭔가 대단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나와는 접점이 없어 다른 세계의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 후 저자를 다시 알게 된 것은 몇몇 인터뷰 기사와 이 책에 대한 추천 글 때문이었다.



특히 네이버나 카카오에 계셨던, 혹은 현재 계신 분들이 저자와 함께 일했던 소회를 밝히며 책을 추천하는 글이 SNS 상에 많이 올라왔고, 인터뷰 기사를 통해 저자의 생각을 엿보게 되면서 이 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집 근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냉큼 대여를 신청했다.


읽는 내내 머리가 쭈뼛서는 느낌이 들었다. 책 서문부터 인상 깊은 구절이 등장한다. 저자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통해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음을 고백하며, 감각이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의 이면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과 일에 전념하는 마음, 나답게 결정하려 했던 노력들이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9~10p) "선택에 따르는 책임은 오롯이 저의 몫이라는 걸 여러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가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어떤 옷을 살지는 오직 제 선택이었습니다. 가끔 그 결정이 잘못되면 그 옷을 입는 한 철 내내 후회했는데, 이 역시 온전히 저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중략) 어머니에게서 저는 스스로 책임지는 당당한 삶의 태도를 배웠습니다. 나는 '내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이며 '그에 따른 책임도 스스로 지는 사람'이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책임', '오너십', '마음가짐'과 같은 단어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저자는 회사가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은 바로 진짜 오너보다 더 오너십을 가지는 자세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오너의 신뢰를 얻길 원한다면 오너의 고민을 내가 대신해 주고 더 나아가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25p) "그러나 이처럼 신뢰를 쌓으려면 일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너보다 더 오너십을 가지는 것입니다. 물론 오너십을 가지고 일하면 시키는 대로 컨펌을 받으며 일할 때보다 부담이 엄청납니다. 하지만, 결국 그 부담이 쌓여 내 자산이 됩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아무리 그렇게 한들 오너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끝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뒤이어 이렇게 말한다. 본인은 그런 일을 '오너의 그릇을 키우는 일'이라 여긴다고. 심지어 만약 오너가 좋은 생각을 귀담아듣지 못한다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본인의 가치관이 매우 뚜렷한 사람이었다. 특히 오너십을 가지고 일에 몰입하다 보면 "이번 일에는 제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경우까지 생기게 된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입이 딱 벌어졌다. 도대체 클라이언트 입장에 얼마나 몰입하면 나를 쓰는 것이 고객의 이익에 반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는 것인지.


취향과 감각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나의 취향이 보편적인 것이 되고 그것이 성공을 거둘 수 있으려면 내 취향과 세상의 취향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분야를 파고들어 잘 알아야 하는 것이 전제가 되며 많이 알면 알수록 더 구체적으로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50~51p)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과 '타인에 대한 이해'가 만나는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결과물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내 취향을 깊게 파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높이 쌓아 올린 결과 만들어지는 것이 '감각'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감각'의 정의를 위와 같이 말한다. 그리고 그 감각을 키우기 위한 시작이 마음가짐에 있다고 주장한다. 얼마를 받고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질문과 세상의 흐름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소한 일을 큰일처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감각의 원천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생각은 단순히 이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좋은 감각을 찾는 일은 어쩌면 본질을 다시 떠올리는 것에 있을 수도 있음을 상기시킨다. 상식의 눈으로 접근하며 본질만 남겨도 남다른 기획이 가능하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나 역시 세상의 것들을 바라보며 '저건 원래 저런 거야.'라고 생각해 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자기다움의 아름다움'이라는 챕터의 내용도 좋았다. 완벽한 아름다움은 추구하는 것 그 자체로서 의미 있는 일이지만 모든 소비자가 그것을 바라고 있지는 않다는 것, 오히려 완벽하지 않음이 우리 삶 그 자체라는 것, 그리고 자기다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 등의 말들에 울림이 있었다.


내 평소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어 즐겁게 읽었는데, 마인드셋이 사실상 전부라고 생각하는 나처럼, 저자 역시도 오너십이나 일을 잘하기 위한 태도, 이 모든 것의 바탕에 바로 '마음가짐'이 있다며 직원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그 부분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잘해보려는 바로 그 소중한 마음 말이다.


(230~231p) "제가 직원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작은 일에도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입니다. 이런 태도가 그 직원이 가진 마음가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맡든 자신의 역할을 가볍게 보지 않는 태도입니다. '사소한 일도 잘하는지'를 평가하는 게 아닙니다. 잘하고 못하고 이전에, 그가 일에 대해 가지는 마음가짐을 보는 겁니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더 잘 해려 내는 마음가짐 말입니다."


마지막 챕터인 에피소드 부분도 읽을 만하다. 저자와 함께 일해 보았던, 그리고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여러 셀럽들이 이 책을 추천하면서 저자와 함께 한 인상 깊었던 경험들을 공유하는 챕터다. 이 글들을 읽으며, 저자와 함께 일하며 그 긍정의 에너지와 영향력을 배우고 느꼈을 그들이 몹시도 부러워졌다.


일에 의미를 담는 방법을 배우고, 일에 진심인 사람은 어떤 태도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사실 팀장이 되고 나서 그동안 나는 일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외적인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일 보다는 상사와의 관계, 보고, 리더십, 사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덮으며 다시금 일의 본질에 집중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일에 몰두하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어디에 속해있든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진심을 추구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일에 삶의 의미를 담고 싶은 분들께, 혹은 그 중심을 잊어버렸던 나와 같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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