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균 저 | 심플라이프
정신과 의사인 윤홍균 님의 저서다. 어디선가 꽤 좋은 서평을 본 적이 있어서 휴대폰 메모장의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늘 담겨 있던 책이었다. 얼마 전 여름방학을 맞이한 아들과 함께 다녀온 동네 구립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얼른 집어왔다.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우연히 발견한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많았는데, 특히 좋았던 건 중간중간 저자 본인의 어린 시절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낸 부분이었다. 자존감에 대한 이론적 설명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고민하게 된 개인적인 이유들을 털어놓으며, 책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저자의 진솔한 고백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과학고와 대학 입시에서의 실패, 의과대학에서의 유급, 그 외에 여러 차례의 방황과 절망 속에서 자존감이 무너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경험을 했던 저자는 이런 문제가 자신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존감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사로서 터득한 것을 나누고 싶었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앞부분의 내용이 특히 좋았다. 흔히 '자존감'이라는 용어를 다른 의미들과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자존감의 3대 축인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에 대해, 그리고 자신감, 자만심, 자존심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며 자존감의 뜻을 명료하게 만든다.
또한 이 책은 자존감이 인생에서 왜 중요한 가치인지에서부터 자존감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인간관계에서의 각종 문제들을 다룬다. 스스로를 소중히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본인의 매력과 능력을 부정하면, 생각이 비관적으로 흐르고 남에게도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이 매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마치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와 함께 있는 것과 같다. 불편한 현실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고, 문제가 생겼을 때도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으므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누구나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랑받고 싶지만 거절당할 수밖에 없고, 칭찬받고 싶지만 실망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 시험을 못 봤다고 해서 나쁜 학생이 아닌 것처럼." 그래서 이 문구가 상당히 위로가 되었다.
인정욕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나 스스로를 생각해 보면 인정욕구가 상당히 강한 사람이다. 부모에게도 아내에게도 그리고 직장에서도 잘 해내고 싶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런 욕구들은 분명 나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때론 나를 옥죄고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했었다.
저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몰입하라고. 과정에 집중하며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초점을 맞추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수 있기에 결과가 나쁘더라도 상처가 적고 과정은 훌륭했다는 만족감이 남을 수 있다는 것. 자존감은 결국 '내가 내 마음에 얼마나 드는가'에 대한 답인 것이다.
저자는 자존감을 방해하는 감정인 분노와 자기혐오, 미움과 죄책감, 동정심과 자기 연민, 실망과 우울, 무시와 비관, 냉소와 무감동, 무관심과 무기력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그런 감정들이 남을 향할 때와 나를 향할 때 어떤 감정으로 바뀌는지 알게 되었고, 나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열등감에 대한 내용도 재밌게 읽었다. 아무리 똑똑하고 훌륭해 보이는 사람도 저마다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부족하다는 생각, 나의 부족한 점을 남들은 다 가지고 있을 거라는 착각, 그리고 피해의식. 저자는 열등감을 근본적으로 버리려면, 사람을 쓸모로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뒷부분에는 실제로 자존감을 올릴 수 있는 실천가능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나열되어 있다. ①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기로 결심하기, ② 자신을 사랑하기, ③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 ④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 ⑤ 패배주의를 뚫고 전진하기 등이 그것인데, 모두 의지를 갖고 실천해 볼 만한 것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늘 매사에 당당하며 자존감이 높은 와이프의 모습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으면 그런 거 아니라고 겸손한 척하며 손사래를 치게 마련이지만, 아내는 늘 이렇게 큰 목소리로 답하곤 했었다. "감사합니다!" 스스로 당당한 사람이 당연히 남에게도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이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나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어야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책을 덮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이 아닌, 나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젠 나를 좀 더 아끼고 사랑해 줘야겠다. 그래야 남에게도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