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질문과 대답은 모두를 성장시킨다.
얼마 전, 용역 평가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가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꼈었다. 각 제안사가 발표를 마치고 나서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되자, 나도 궁금한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 질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심사위원이 질의응답 시간을 거의 독점하며 본인의 질문을 장시간 했고, 나를 포함한 다른 심사위원들은 자연스럽게 듣는 역할로 밀려나 버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열정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분의 질문을 들어보니 "이래서 이런 거죠?"라며 마치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상대를 시험하는 듯한 톤이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지적에 가까웠고, 제안사 담당자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것을 보며 나 역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진짜 궁금해서 묻는 질문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 순간 느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다른 심사위원이 던진 질문에 그분이 먼저 나서서 답변을 해버린 것이었다. 자신의 경험담과 전문 지식을 늘어놓으며 마치 강의라도 하는 듯한 모습에, 질문하던 사람도, 답변하려던 제안사도 어정쩡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회의실 분위기는 점점 어색해져 갔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1인극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문득 일상에서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상대를 위축시키는 질문, 이미 답을 정해놓고 유도하는 질문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달았다. 그리고 진짜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질문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르는 것을 정직하게 인정하면서 세심하게 질문할 필요가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질문의 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질문은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궁금함과 관심에서 나온 질문은 대화를 풍성하게 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한다. 반면 자신을 과시하거나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담긴 질문은 벽을 쌓고 주변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며 모두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
또한 좋은 질문은 묻는 사람뿐만 아니라 답하는 사람에게도 선물 같은 존재다. 답변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때로는 혼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관성으로 일해오던 사람에게 새로운 관점의 질문은 업무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질문과 대답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앞으로는 나 자신이 어떤 의도로 질문을 하는지 한 번 더 겸손하게 생각해 보고, 모르는 부분은 진심을 담아,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물어보려고 한다. 제대로 된 질문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자 나 자신에 대한 정직함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도움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대화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소통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