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바위에 부딪히는 물거품은 결국 사라진다.

by Ryan Choi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와 부딪히는 바위와 같아라. 바위는 엄숙히 서 있고 물거품은 그 주위에서 잠든다." 책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의 내용 중에 있는 '명상록'의 발췌 내용이다.


연말연초가 다가올수록 평정심을 유지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분노나 증오, 슬픔 등의 감정에서 홀연히 벗어나 버리고 싶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오랜만에 다시 펼쳐본 이 책에서 해답을 얻었다. 내가 준비되어 단단히 서있으면 남이 뭐라 해도 당당해질 수 있다. 누군가가 내게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바위에 부딪히는 물거품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부정적인 말들이나 거슬리는 이야기들이 들려와도 언젠가 그런 파도들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고 잠잠해진다. 파도가 지나가는 그 순간까지 나를 지키며 흔들림 없이 서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숙이다.


감정에 휘둘려 즉각 반응하면 바위가 아닌 모래성이 되어버린다. 그럴 때는 한 발짝 물러서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 순간의 감정이 진짜 나인지 일시적인 파도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정말 나를 무너뜨릴 만큼 큰 일인가?', '이 감정은 일시적이지 않은가?', '내가 충분히 감내할 정도인가?' 나 자신에게 여러 번 묻다 보면 대부분은 간이 지나면 잔잔해지는 그런 일들임을 깨닫게 된다.


평정심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함이 아니다. 오히려 거센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힘이다. 완벽할 수 없고, 때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다시 중심을 잡고 일어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남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을 빼앗기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무너지는 대신,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여유를 가져보려 한다. 그 짧은 멈춤이 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라 믿으며.


새해가 찾아오고, 상황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이 시기만큼은 분명 내 안의 바위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외부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굳은 중심,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을 올해의 마지막 그리고 새해의 첫 번째 과제로 삼아야겠다. 부딪히는 파도를 두려워하지 말고, 바위처럼 묵묵히 서 있을 나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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