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신뢰로 바꿔가는 삶

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 +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

by Ryan Choi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연말을 맞이하여, 중년의 심리를 다룬 책 두 권을 읽었다. ≪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에서는 중년의 시기가 '나로 살아야 할'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하면서, 흔들리는 중년의 시기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 필요한, 나를 아끼고 다스릴 수 있는 여러 지혜들을 알려 준다. 한편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에서는 고학력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때 쉽게 빠지기 쉬운 위험 요인들을 짚어주면서 불안한 부모들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중년은 스스로를 돌보는 일과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는 일, 두 가지 과제 모두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때다. 특히 이 시기는 지나가는 '젊음'과 다가오는 '늙음'이 공존하는 시기이니만큼 심리적인 혼란을 겪기 쉽다. 자녀 양육 또한 마찬가지다. 본인 스스로 생각한 자녀의 이상적인 모습과 실제 자녀의 모습 간의 괴리를 느끼며 불안을 느끼게 되는 시기가 바로 이 중년의 시기다. 두 책 모두 나 자신과의 관계와 자녀와의 관계라는 중년의 핵심 고민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내게도 의미가 깊은 책이었다.




1. 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

(한성열 저 | 21세기북스)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전공 분야인 '발달심리학'을 기반으로, 우울증, 갱년기, 이혼 등으로 위기를 맞은 사람들을 상담하며 그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얻은 여러 통찰을 책 속에 담았다. 먼저 이 책은 '중년'에 대해 정의하며 시작한다. 중년은 젊은이와 늙은이의 가운데 있는, 더 이상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시기라는 것. 또한 사회적인 관계와 가족 관계에서도 큰 변화가 생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중년이 이런 변화 속에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평가해봐야 하는 귀중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책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나를 아껴야 한다'에서는 자신을 돌보고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2장 '중년에는 자기실현을 하기 가장 좋다'에서는 중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재해석하며, 이 시기가 왜 자기실현에 최적기인지 설명한다. 3장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에서는 중년에 진정한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을 안내하고 있다. 4장 '사랑이 사람을 살게 한다'에서는 인간관계와 사랑의 의미를 탐구하고, 마지막 5장 '나를 아끼면 과거도 변한다'에서는 과거를 극복하는 길을 알려준다.


여러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닿았지만, 특히나 건강한 사랑과 상한 사랑을 구별하는 방법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사랑이 상하면 지배가 된다>는 챕터가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면서 유능감을 느끼는 것이 미성숙한 사람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는 일갈. 그리고 이것은 비단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부관계나 그 밖의 모든 대인관계에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배하거나 소유하는 형태의 강요하는 사랑이 아닌, 상대방의 가능성을 존중하는 건강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57~58p) 부모가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니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기도록 해라. 네가 힘들 때 항상 네 뒤에는 부모가 있다."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바로 '건강한 사랑'이다. 사랑이 상하면 제일 먼저 '지배'하려는 특징이 나타난다. 지배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자녀를 키우려고 애쓴다. 그들은 자녀를 믿지 못하고, 실패하면서 성장하는 자녀의 권리를 무시한다.


(59p) 상한 사랑의 두 번째 특징은 '소유'하려는 것이다. 자녀의 마음이 잘 자라기 위해서도 다양한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 물론 부모의 사랑이 생존에 제일 중요한 사랑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부모의 사랑만으로 마음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녀가 성장해갈수록 부모는 다양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발 뒤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이 부모를 배반한다는 불필요한 죄책감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부모와 자녀, 부부 관계에 대한 조언들이 많이 등장한다. 중년 남성들도 가족들과 따스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세계 평화나 국가 경제와 같은 주제로 논쟁할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정을 나눠야 한다는 조언, 각자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의 준거틀을 유연하고 새롭게 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말, 잘못한 것들은 숨기려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며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 모두 유익했다.


또한 저자는 말한다. 청년기에는 현재가 불만족스럽다고 해도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미래가 존재하기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근본적인 위안이 있지만, 중년에는 미래가 더 이상 위안이 되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현재의 모습에 대한 여러 질문들에 정직한 대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도 마찬가지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며, 과거는 잊는 것이 아니라 해방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과거는 이미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의미는 지금 이 시점에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261~262p) 과거는 잊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해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불편하게 했던 사람이나 사건과 화해를 하고 감정적으로 자유로워져야 한다. (중략) 젊었을 때는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므로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겨를이 없고, 또 직면하고 싶지 않아 가슴 깊이 묻어두고 외면하며 살아간다. (중략) 중년의 시기가 지나면서 과거의 일이 자꾸 생각나고 느닷없이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이런 부정적 과거로부터 해방되어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마음의 작용이다.


중년은 단순히 나이로 규정되는 시기가 아니라, 삶을 재정비하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전환점이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결국 '자신을 아끼는 것'에서 출발한다. 건강한 사랑을 실천하고, 과거로부터 해방되며, 현재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용기를 가질 때, 중년은 위기가 아닌 성숙으로 가는 가장 아름다운 여정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중년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지혜와 위로를 건네고 있는 책이다.




2.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

(나리타 나오코 저/김찬호 역 | 김영사)


이 책의 원제는 ≪고학력 부모라는 병≫이다. 누구나 처음 부모가 된다. 그리고 육아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동서고금을 떠나 부모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테다. 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를 잘 키우고 싶지만 그 욕망이 지나칠 수 있는 '고학력 부모'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8p) 실제 고학력인 부모도, 반대로 자신이 고학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하듯 학력 편중주의에 빠지는 부모도 마찬가지로 자녀 양육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의 '고학력 부모'는 양쪽의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아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인 저자 나리타 나오코는 고학력 부모의 잘못된 양육 방식으로 '간섭-모순-맹목적 사랑'을 꼽았다. 이 3가지 태도가 육아의 문제라는 관점을 중심으로, 왜 똑똑하고 학력이 높은 부모일수록 아이를 통제하게 되는지 분석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22p) '간섭'은 지나치게 깊이 개입하거나 세세히 돌봐주는 것을 말합니다. '모순'은 아이가 부모의 말과 행동에 괴리가 있다고 느끼는 것, 마지막 '맹목적 사랑'은 말 그대로 지나치게 애지중지하고 응석을 받아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31p) 맹목적 사랑의 문제는 간섭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계속 간섭하다 보면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방금 한 말과 예전에 한 말에 모순이 생깁니다. 이렇게 해서 맹목적 사랑을 기반으로 간섭과 모순이 더해집니다. 육아의 3대 리스크는 서로 이렇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고학력 부모들이 자녀를 바라보는 시각의 맹점을 지적한다. 학창 시절 우등생이었거나 명문대를 졸업한 부모에게 '야망'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경력과 자녀의 현실 사이에 간극이 생길 때 시작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보통'의 수준이 일반적 기준보다 높기 때문이다.


(28p) 반에서 우등생이었거나,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유명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야망은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자신의 경력과 자녀의 현실이 너무 다르면 매우 불안해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보통'에 도달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생존자 편견'에 대한 내용이었다. 부모 자신이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도 성공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방식을 자녀에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그 고통을 이겨낸 자신의 경험만이 기준이기 때문에,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38p) 부모님이 자신을 스파르타식으로 키웠지만, 그 교육 방식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생존자 편견'을 지닌 분도 있었습니다. 생존한, 즉 어떤 고통을 이겨낸 자신의 경험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살아남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자녀를 엄격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은 우수한 고학력 아버지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죠.


아이도 아이의 인격이 있고 부모의 소유물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가치관의 강요를 해서는 안 된다. 고학력 부모라면 오히려 더 높은 지성으로 자녀 양육을 더 잘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성취를 기준으로 과도한 목표를 자녀에게 강요한다거나,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책 속에서 고학력 부모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이러한 태도들을 지적하고 있는데, 특히 자녀를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기보다 자신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들이 많다. 자신이 성취한 것을 자녀도 당연히 따라와야 한다는 기대가 과도한 간섭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고학력 부모들이 자녀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완벽주의'를 꼽았다. 미리 부정적인 일을 피하게 하고, 시행착오 없는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부모의 노력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걱정만 하고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실패를 거듭하며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라고 강조한다. 부모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결국 완벽주의적 양육은 아이의 실패를 막는 것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울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다.


책 속의 이야기는 모두 일본의 사례였지만, 작금의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너무 비슷해 계속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특히 자녀가 부모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것'이며, 자녀 양육은 결국 '걱정을 신뢰로 바꾸는 여행'이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81p) 부모에게 인정받음으로써 자녀가 얻는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이렇듯 '있는 그대로의 자녀 모습을 인정하는' 행위는 자녀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실현할 수 없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신뢰하면, 좋은 스트레스와 주체성의 힘이 자녀를 성장시켜 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지고 있던 자녀 양육 방식에 대한 편견과 기준점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길'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인 나의 불안과 욕구를 투영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하게 되었고, 실제로 나도 그러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제부터라도 걱정과 두려움을 조금 내려놓고 아이를 조금씩 믿어 봐야겠다. 완벽주의와 자만심에 빠져 아이의 시행착오 기회를 빼앗기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 아이가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두 책을 모두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결국 '걱정에서 신뢰로의 전환'이다. ≪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는 과거와 현재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신뢰할 것을,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은 자녀의 가능성을 믿고 그들의 시행착오를 지켜볼 용기를 가질 것을 이야기한다. 중년이라는 시기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기 쉽지만, 그 걱정의 에너지를 나와 자녀에 대한 신뢰로 바꾼다면 이 시기는 위기가 아닌 성숙의 시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나를 믿고 아이를 신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나와 자녀 모두를 진정으로 성장시키는 길이다. 완벽을 향한 강박과 통제의 욕구를 내려놓고, 실패할 수 있는 권리와 스스로 일어설 힘을 서로에게 허락할 때, 비로소 건강한 관계가 시작된다. '걱정을 신뢰로 바꾸는 여행'은 그래서 중년을 함께 살아가는 분들과, 성장하는 자녀 모두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중년의 과제가 결국 '신뢰'에서 시작된다는, 당연하고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연말에 읽은 이 두 권의 책이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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