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할 줄 아는 사람

2026년의 다짐 (1)

by Ryan Choi

박사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몇 년 전 어느 날, 한 지인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교수 임용 준비를 하는데 강의계획서를 참고하려고 하니, 하나 보내줄 수 있느냐고. 이후 그가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건너서 들었고, 내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안부 인사 한 번 없이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그 태도가 참 씁쓸했다.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주고, 에너지를 쏟고, 고민해 주는 그 순간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도움을 받을 때는 고마워하는 척하다가도, 막상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그때의 호의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또다시 필요할 때가 되면 태연하게 연락하는 사람들.


반면에 사소한 것 하나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간단한 설명을 해준 적이 있었다. 내겐 작은 호의였지만, 그 사람은 고맙다며 초콜릿 하나를 내게 건넸다. 당연히 뭘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 사람과의 인연은 자연스레 깊어졌고, 계속 좋은 관계가 이어졌다.


세상에 혼자 힘만으로 이룬 것은 없다. 누군가의 호의와 배려, 작은 손길들이 모여 지금의 나와 우리가 되었다. 그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나 자신도 다시금 되돌아본다. 내게 호의로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보답조차 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까.


사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내가 출근과 퇴근을 위해 지하철에 오르는 그 순간에도 그것을 위해 고생한 수많은 손길이 있었다. 내게 호의를 베푼 직장 동료나 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면 나 또한 보답할 수밖에 없다. 그런 선순환 속에서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진다.


하나둘 그렇게 감사함을 느끼다 보면, 불평불만만 하기엔 나의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에서도 감사함을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만약 내게 빛나는 순간이 다시 찾아온다면, 자축을 하기보단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먼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올해부터는, 누군가 나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썼다면, 반드시 잊지 않고 감사함을 표하며 보답하려 한다. 그런 행동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나 자신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주변과의 관계도 더욱 단단해지게 될 것이다. 감사할 줄 아는 것, 그것이 결국 더 풍요로운 삶으로 가는 길이라 믿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듣기 좋은 말은 비눗방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