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다짐 (3)
어떤 모임에 나가면 종종 씁쓸할 때가 있다. 나이 들수록 과거의 영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사람들. 차라리 그런 과거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어떤 이들은 정치나 연예인 가십과 같은, 본인의 인생에 아무 상관도 없는 지루한 이야기들만 반복하기도 한다.
듣는 사람에게도 썩 재미있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할 바에는 차라리 이야기를 안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서울대 선배들이 하는 말이 있다. 서울대가 인생 최대의 업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과거의 타이틀이 아니라, 지금 현재 나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는 사람은 다르다.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 자기의 본업이나 전공 분야에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 와인이나 커피, 운동, 여행 등 자기만의 취미나 관심사에 깊이 파고든 그런 사람들은 풀어낼 이야깃거리도 많고 심지어 재미까지 있다.
그들과의 대화는 늘 신선하고, 배울 점이 있으며, 듣고 나면 뭔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그런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스스로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많이 보고 읽고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
그 콘텐츠가 엄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 지난주에 읽은 책 한 구절, 누군가를 만나서 경험한 것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와 깨달은 것들, 때론 자주 찾는 맛집 이야기도 좋다. 자신만의 관점을 담은 스토리텔링 재료 몇 개면 충분하다.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진실되고 흥미로운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매일 똑같은 시답지 않은 가십이나, 누구누구의 험담 같은 것들보다 훨씬 더 서로를 생산적이고 이로운 관계가 되도록 해준다.
남의 말이나 지식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머물러서도 안된다. 뉴스나 유튜브, 책에서 본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내 콘텐츠가 아니다. 남의 말을 단순히 정리하는 것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선과 언어로 가공할 줄 알아야 진정 나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나도 나만의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지 않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배웠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로 풍성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며 누군가에게 들려줄 이야기들을 하나둘 쌓아가고 싶다.
내면에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콘텐츠가 가득 찬 사람이야말로 결국 삶을 풍요롭게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올해는 좀 더 의식적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채워가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들이 나와 주변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