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다짐 (4)
어느 회의에서 한 후배가 말을 꺼냈다. 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 타이밍에 할 말은 아니었다. 윗사람의 안색이 바뀌고 짜증 섞인 표정으로 변하는데도, 그 후배는 자기 말만 이어갔다. 회의실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그렇게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전체 이야기의 큰 줄기는 무시한 채,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직장생활에서든, 술자리나 가벼운 만남에서든 조금만 지켜보면 금방 티가 난다.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눈치'다. 그래서 사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기도 하다.
드러난 말과 행동 뒤에 숨겨진 진짜 의도를 파악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크다. 맥락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엉뚱한 타이밍에 엉뚱한 말을 해서 오해를 사거나 기회를 놓친다. 반면 맥락을 읽는 사람은 같은 말이라도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대충 이야기해도 잘 알아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핵심을 놓치는 사람이 있다. 상황에 맞는 말을 적절히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아는 것 하나 먼저 말하려고, 하고 싶은 말 잊지 않기 위해, 막 쏟아내는 사람도 있다. 기본만 지켜도 충분한데 그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아내에게 늘 지적받는 것이 뭐든 설명을 자세히 안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떤 일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인 듯하다.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 난 알아들었는데 설명을 길게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참아주기가 어렵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그래서 나 역시 상대방의 맥락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지 반성하게 된다. 맥락을 이해한다는 것은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말 이면의 의도를 읽고, 숫자 뒤의 사람을 보며, 흐름 속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배우려 하지 않으면, 나이만 먹고 여전히 맥락을 못 읽는 사람으로 남는다.
아까 그 후배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좋은 의견인데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걸까. 사실 그 후배에게 부족했던 것은 능력이 아니라 '맥락을 읽는 힘'이었다. 그 프로젝트가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는지, 임원은 왜 그런 방향을 고집하는지, 지금 이 타이밍에 그 제안이 적절한지에 대한 이해 말이다.
올해는 나도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이 적절한지를 읽어낼 줄 아는 사람. 말하기 전에 한 박자 멈춰 생각하고, 듣기 전에 판단하지 않으며, 전체 흐름을 놓치지 않는 사람. 그것은 단순한 '눈치'가 아니라, 세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성숙함'이다.
이건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상대방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할지 선택하는 것은 연륜이 아니라 판단의 영역이기에. 오늘부터라도 상대방의 말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면서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습관을 가져보려 한다. 섣부른 판단보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