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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욱 Apr 19. 2019

체지방을 두뇌의 연료로 쓰는 법.

두뇌의 활동에는 에너지 = 칼로리가 필요하다. 몸에서 가용한 에너지를 따져보자.


먼저, 혈당이 있다. 피 속에 돌아다니는 당분은 바로 에너지로 쓸 수 있다.

5그람 정도의 당분이 피에 있다.

20Kcal.


혈당이 떨어지면, 간에 저장되어있는 당분인 글리코겐이 쓰인다.

100그람 정도의 글리코겐이 간에 있다.

400Kcal.


이 에너지들로 2시간가량 두뇌를 가동할 수 있다.


 한두 시간 집중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무언가 달콤한 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당이 떨어졌다’.


 무언가 먹고 나면 두뇌가 뿌옇다. 오고 가는 와중 산만해졌다. 생산적인 시간은 끝나버렸다. 또 하루가 바스러졌다. 익숙한 시나리오일 것이다.


 우리 몸은 본래 글리코겐이 떨어지면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하도록 설계되어있다. 평범한 성인 남성의 몸에 저장된 지방 에너지는 100,000Kcal에 달한다. 이 에너지를 두뇌활동에 사용할 수 있다면? 1/100만 사용할 수 있어도, 집중의 시간을 3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한계는 문제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방 에너지는 당분에 비해 두뇌의 연료로 쓰이기 좋은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두뇌 성능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지방을 에너지로 동원하는 능력의 발달만큼 큰 이점을 주는 것이 없을 거라 단언한다.




지구력의 열쇠


최근 몇 년, 초장거리 레이스 스포츠에서 신기록이 쏟아진다.


 160킬로미터를 12시간가량에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 이런 ‘미친 스포츠’에 참가하는 사람 치고 의지력이 부족한 사람은 없다. 계획 없이 달렸다가는, 의지력을 쥐어짜도 물리적인 한계에 반드시 부딪힌다. 머리가 새하얗고, 온몸에 경련이 이는 저혈당 증상. 더 이상 태울 연료가 없는 상태인 ‘봉크’이다. 이러한 연료 부족에 대응하는 것. 초장거리 레이스의 핵심은 연료공급의 전략이다.


 젤, 바 등의 당분 덩어리 십 수개를 삼켜가면서 달리는 것은 당연한 선택처럼 여겨졌다. 근육에 글리코겐을 과포화시키는 탄수화물 로딩의 전략 또한 기본이었다. 다른 방법들은 소수파, 혹은 괴짜처럼 여겨졌다.


 근 몇 년 사이,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선수들이 정상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이 실행법은 점차 정교해지며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현재 세계기록을 지닌 Zach Bitter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칼로리의 5% 미만으로 제한하는 엄격한 케토제닉 다이어트를 실행하며 훈련했고, 세계기록을 6분가량 단축시키며 세계챔피언이 되었다.


 Zach Bitter는 지방대사의 강력한 장점들을 말한다. 먼저, 발목과 무릎에 지속되던 통증이 사라졌다고 한다. 단순당의 섭취는 염증을 증가시킨다. 이 염증이 해소되며 통증이 사라졌다는 것. 또한 잠이 깊어졌다고 한다. 가장 좋은 점은, 달리면서 구역질을 참아가며 삼켜 넘기던 레이싱 연료의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점이라 말한다. 소화기관의 건강, 관절, 신경계에 쌓이던 손상은 현저히 줄었다. 달리기는 더 쉽고, 몸은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


Zach Bitter


슈퍼 연료, 케톤.


 포도당이 귀해질 때, 몸은 지방을 잘게 쪼개 케톤을 만들어낸다. 케톤은 온몸에 2/3의 에너지를 공급한다. 꼭 필요한 당분은 단백질과 지방을 간에서 쪼개 만들어낸다. 이러한 상태를 ‘케토시스’라 한다.


 하지만, 현대인의 몸은 이 인체 본연의 기능인 케토시스를 잊었다. 늘 탄수화물이 부족하지 않게 공급되기 때문이다. 생존과 보존에 초점이 맞춰진 몸의 기능은, 빠른 사용과 저장의 연료인 탄수화물이 있을 때에는 굳이 지방을 분해하려 하지 않는다. 몸이 평생 필요를 느낀 적이 없으므로, 현대인에게 케토시스는 퇴화된 기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케토시스를 잊은 수백여 년의 시간은 진화의 시간으로 보면 찰나에 불과하다. 우리 몸에는 지방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능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이 기능을 발현시키는 방법을 따른다면, 1~2주 안에 자신의 지방을 두뇌의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6주~8주 뒤에는 이 연료를 최대의 효율로 사용하는, 완전한 적응이 찾아온다.



케톤의 장점.


두뇌의 연료로서, 케톤은 포도당에 비해 막강한 장점들이 있다.


- 같은 양의 산소로 더 많은 ATP를 낼 수 있다.

- 더 오래,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 대사의 부산물(ROS : Reactive Oxygen Species)이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 안정의 신호 GABA가 늘어나, 집중이 쉬워진다.

- 유전자 표현을 예민하게 해, 두뇌를 발달시키는 인자(BDNF)를 생성한다.

- 각성 호르몬, 노르에피네프린을 늘려 정신을 날카롭게 한다.

- 두뇌 성능 저하의 근본 원인, 염증의 발생을 억제한다.

- 체지방에서 에너지를 공급해, 소화기관 구동에 투입되는 에너지가 절약된다.

- 배고픔의 신호를 억제한다.


 케톤으로 구동되는 두뇌는, 150%의 출력으로 동작하는, 수십 배 크기의 연료탱크를 지닌 엔진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효과는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이 힘을 사용하는 법을 알아내, 삶에 융화시키는 것이다.



체지방을 케톤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법.


원리 = 당분의 부족을 경험하라.


 원리는 단순하다. 당분이 없을 때, 지방을 사용하도록 몸이 설계되어 있다. 당분 고갈의 경험은 이 신체기능을 동작시키는 신호이다. 이러한 당분의 고갈을 더 자주 경험할수록 인체의 케톤 생산 능력은 증대된다. 세포는 지방을 태울 준비를 하고, 그에 맞는 효소를 만들 유전자를 동작시킨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가면, 당분 대사에서 지방대사로 전환되는 과정의 문턱이 사라진다. 당분 의존이 사라지며, 신진대사는 어느 때보다 건강해진다. 두 연료를 모두 잘 쓸 수 있는 상태를 ‘대사적으로 유연하다’(Metabolic Flexiblity)고 한다. 이러한 상태를 목표로 삼아, 처해진 상황과 자신의 목적에 따라 신진대사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간헐적 단식은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12시간 이상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몸은 지방을 동원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1~2주가량의 적응기가 지나면 누구든 적응을 해 이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단식에 운동을 병행하면 케토시스를 강화할 수 있다. 당분의 고갈을 앞당기기 때문이다. 10분가량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 : 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은 이러한 목적에 가장 적합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단인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지속적인 케토시스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하루 25~50g 미만으로 제한하며, 대부분의 칼로리를 지방질로 섭취하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 운동과 병행하면 케토시스를 최대화할 수 있는 실천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교류가 많아 외식이 잦거나, 신체활동이 많다면 탄수화물의 극단적 제한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공복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며,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를 주의하는 약간의 교정으로 이점을 얻을 수도 있다.


 적응기에는, 케톤이 처음 생성되는 시기까지 에너지 부족에 의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당분이 적어지며 인슐린이 저하되면 이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몸이 전해질을 빠르게 배출해 무기력이 찾아올 수 있다. 소금의 섭취를 늘리고, 마그네슘과 포타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이 문제는 극복될 수 있다.



케톤을 보충하기.


이러한 적응기간 없이 케톤의 이로운 효과를 취하는 방법이 있다. 케톤을 식품이나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이다.


 코코넛유에 함유된 MCT(Medium Chain Glyceride) : 중쇄 지방산은 간에서 케톤으로 바로 전환된다. 코코넛유의 섭취만으로 치매와 같은 인지능력 저하 증상을 완화시켰다는 증언이나 연구가 적지 않다. 코코넛유에서 가장 유효한 MCT 성분만을 정제한 오일을 구매할 수도 있다. 식이조절 없이도 케톤의 이점을 대부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체지방을 연소하는 ‘무한 연료’의 이점이나, 신진대사 전환에 의한 여러 효과는 덜할 것이다.)


 케톤체인 BHB를 보충제로 섭취하는 방법 또한 있다. 몸에 케톤을 빠르게 공급해, 케톤체가 유전자 표현에 영향을 미치는 이점, 염증 감소와 두뇌성장인자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운동능력과 두뇌 에너지의 증대 효과 또한 상당하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고, 맛이 좋지 못하다.


 케톤 보충을 케토제닉 적응기간에 적절히 이용하면 적응기간이 더 짧아질 수 있다. 몸이 케톤을 쓰는 방법을 미리 배우기 때문이다. 대사적 전환을 겪지 않고도 케톤을 바로 쓸 수 있기에, 이점을 얻기까지의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장점 또한 있다. 케톤에 의해 배고픔이 억제되어 간헐적 단식이 쉬워지는 효과는 덤이다.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바이오해킹 : 방탄커피


버터 + MCT + 커피 = 방탄커피(Bulletproof Coffee).


 케토시스 적응의 지름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케톤으로 바로 사용될 수 있는 지방 에너지를 공급하며, 식욕을 억제하고 케톤생성을 촉진하는 커피의 조합. 방탄커피는 케토시스 적응에 드는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이 완전히 사라지고, 집중력이 수직 상승하는 것을 경험했다.


 다만, 케토시스에 몸이 완전히 적응하고 나면, 점차 추가적인 지방과 케톤을 보충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오히려, 체지방 연소나 단식의 이점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케토시스 적응에 이만큼 분명한 방법이 없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체질에 따라 커피의 각성효과가 너무 지나치거나, 포화지방이 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 점 주의하도록 하자.


 방탄커피를 매번 만드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분말형태의 MCT 오일을 이용하는 것을 권한다. MCT 분말은 액체에 바로 용해되며, 소화기관에 무리가 없다. 간편하게 방탄커피의 가장 중요한 이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유연하고 강인한 신진대사.


넘친 탄수화물이 전환되어 마냥 쌓인 지방질은 색이 희다.

반면, 연소와 축적을 번갈아 경험한, 대사가 역동적인 지방은 색이 갈색이다.



 이 지방이 갈색인 이유는, 이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할 미토콘드리아가 지방 사이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색 지방은 에너지가 없을 때 지체하지 않고 연소된다. 추위에 맞서 몸을 데우고, 배고픔을 느끼기 전에 에너지가 된다.


 지방대사가 완전히 무르익으면, 몸의 모든 지방이 대사적으로 역동적인 갈색지방이 될 수 있다. 이런 지방질을 몸에 지니면 추위와 배고픔을 모르고, 언제나 행동할 여분의 에너지가 있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 ‘멀쩡한 것’을 ‘건강하다’ 말하는 것을 넘어서, 이러한 유연하고 강인한 신진대사를 지닌 사람을 진정 건강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함의 새로운 기준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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