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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 메이 Nov 20. 2020

미숫가루 찾는 외국인 어린이

미숫가루의 정체를 몰랐던 외국인 어린이

선생님이 알림장에서 특이한 준비물을 적었다.


'미숫가루 준비.'


난 미숫가루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당황했다. 도대체 미숫가루가 무엇인가. 처음 보는 단어였다. 학교 끝나고 엄마에게 미숫가루가 무엇인지 물었다. 엄마는 미숫가루를 발음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결국 난 미숫가루를 번역기에 돌렸다.


'Misut flour'


대충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기억했다. 위에 적은 예시는 그래도 말이 되게 미숫의 misut과 가루의 flour가 나왔으나 그 당시 돌렸던 번역기가 말도 안 되는 단어를 보여주었다. 답답했다. 내일 미숫가루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 미숫가루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답답한 상태로 부엌에 가서 모든 가루를 털었다.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기타 등등. 엄마는 내가 미술 혹은 요리 준비물을 챙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난 집에 있는 모든 가루를 작은 통에 넣고 다음 날 아침 학교로 갔다.


"애들아, 미숫가루 준비했지?"


선생님의 한마디에 반 친구들이 모두 미숫가루와 물병을 준비했다. 난 그것을 보고 미숫가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집에 엉뚱한 준비물을 가지고 왔으니 난 민망함에 일부로 꺼내지 않았다. 나를 보고 무언가 눈치챈 선생님은 다행히 반 아이들에게 미숫가루를 구했고 난 그때 처음으로 미숫가루의 맛을 보았다.


지금의 나였다면 슈퍼 가서 '미숫가루 뭐예요? 여기 파나요?'하고 일을 마무리할 텐데. 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외국인 어린이였고 밖에 나가는 것도 무서워해서 집에서 고민만 하다가 엉뚱한 준비물을 챙기고 말았다. 지금도 미숫가루를 보면 그때 그 추억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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