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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 메이 Jan 13. 2021

필리핀 바기오에 뭐가 있다? 파도 같은 안개가 있다!

방구석 바기오 여행

-에피소드 인트로- 
바다 광경이 좋은 더운 나라 필리핀! 
그곳에 야자수가 아닌 소나무로 둘러싸인 시원한 도시, 바기오가 존재하고 있다.


필리핀 바기오에 가면 웅장한 안개를 볼 수 있다. 멀리서 오는 거대한 안개가 파도치기 시작하면 맑았던 하늘이 흐릿하게 변한다. 도시를 살짝 벗어나서 자연만이 보이는 곳에 가면 신화 속 인물이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바기오에서 이런 풍경이 일상

이것이 바로 고산지대, 바기오 도시가 주는 매력이다. 시원한 날씨 옆에 안개가 따라다닌다. 바기오의 안개는 호불호 갈릴 수 있는 안개다.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무서운 풍경으로 보일 수 있고, 정령이 등장할 것 같은 몽환적인 풍경으로 보일 수 있다. 나는 바기오의 안개를 처음에 싫어했지만, 지금은 좋아한다. 어릴 때는 무서운 안개였고, 지금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안개로 보인다.  


나는 어렸을 때 고향의 안개가 무서웠다. 맑은 풍경을 보다가 저 멀리 안개가 스며들기 시작하면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안개가 없고 햇빛이 쨍쨍한 시간에는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태양 빛을 받고 뛰어놀 수 있기 때문이다. 안개가 파도치는 시간은 다르다. 안개가 스며들면서 온 세상을 회색 도시로 만든다. 그 모습을 보고 무언가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더 흐르면 뒤에 보이는 나무가 안 보이게 된다.

파도치는 안개를 보면 온갖 무서운 상상을 했다. 안갯속에 서 있으면 갑자기 내 앞에 이상한 괴물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혹은 무서운 사람이 등장하지 않을까. 안개를 멀리서 보면 그 속에 귀신들이 우르르 나와서 집을 덮치는 무서운 상상도 했다. 음침하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특징 때문에 안개를 보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안갯속에 차를 타본 적 있는가. 어릴 때의 나는 자동차 타고 안갯속으로 드라이브를 경험한 적 있다. 정말 신기했고 무서웠다. 사진 속의 안개만 보아도 그 두려움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차를 타다가 창밖에 귀신의 손바닥이 찍히는 상상은 기분이고 눈앞이 정말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어지면 걱정했다. 앞이 잘 안 보이는 안갯속에 차를 타면 그건 정말 공포 그 자체다. 신기한 건 바기오 지역 사람들은 그런 안개에 익숙해졌는지 웅장하고 거대한 안갯속에 운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도 안갯속의 드라이브를 못할 것 같다.

현재의 나는 안개를 괴물의 소굴이 아닌 신비로운 파도로 보인다. 멀리서 다가오는 안개를 보면 스마트폰을 잡고 안개가 온 지역을 덮는 과정을 찍었다. 안개를 무서워하던 필리핀 어린이가 안개를 사랑하는 필리핀 여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냥 살다 보니 무섭게 보였던 안개가 갑자기 신비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야외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햇빛을 맞고 들어오는 안개를 보자마자 '어, 예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다. 그때부터 안개를 좋게 보이기 시작했다.


안개가 온 지역을 덮으면 제일 높은 산만 볼 수 있다. 만약에 안개가 닿을 수 없는 꼭대기에 올라가서 밑을 바라보면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안개가 바다 같고 산꼭대기가 바다 위에 섬처럼 보이게 된다. 안갯속에 있으면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제일 높은 꼭대기에 서 있으면 당연히 햇빛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그 상태로 아래를 보면 '와, 죽이네.'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어렸을 때 안개를 보고 귀신이나 괴물을 상상했다면 지금의 나는 신비로운 요정이나 정령을 떠오른다. 저 안갯속에 요정이나 정령이 뛰어놀지 않을까. 안갯속에 들어가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길을 발견하지 않을까. 어렸을 때 보았던 판타지 영화와 소설을 생각하면서 안개가 주는 몽환적인 신비로움을 즐겼다. 


바기오에 가면 따뜻한 음료를 챙겨서 안개를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바기오 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높은 산에 위치한 카페들이 있는데 그곳의 테라스에 자리 잡으면 파도 같은 안개를 볼 수 있다.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 가서 그런 경험을 했는데 힐링 그 자체였다.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면서 신비로운 안개 쇼를 보는 재미였다. 고향으로 다시 갈 기회가 생기면 카페에 가서 안개 쇼를 볼 계획이다. 




바기오는 어떤 곳인가?

세부와 마닐라로 유명한 더운 나라 필리핀. 사람들이 필리핀을 떠오르면 머릿속에 야자나무와 바닷가의 그림이 펼쳐질 것이다. 바기오는 그런 그림과 정반대의 작은 도시다. 바기오는 야자나무 대신 소나무, 바닷가 대신 파도치는 안개를 볼 수 있는 시원하고 때로는 추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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