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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 메이 Mar 04. 2021

필리핀 바기오에 뭐가 있다? 바기오 민속촌이 있다!

제 고향, 필리핀 바기오를 소개합니다!

-에피소드 인트로-
바다 광경이 좋은 더운 나라 필리핀!
그곳에 야자수가 아닌 소나무로 둘러싸인 시원한 도시, 바기오가 존재하고 있다.



한국의 민속촌을 생각하면 용인 민속촌이 쉽게 떠오른다. 시원하고 때로는 추운 필리핀의 도시, 바기오에서도 바기오만의 민속촌이 존재한다. 바로 Tam-awan village(탐 아완 빌리지)다. 그대로 번역하면 탐 아완촌. 현지인들은 '빌리지'라는 단어를 빼고 탐 아완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이 용인 민속촌을 보면 '이곳은 우리 조상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라는 인식을 받게 된다. 필리핀 바기오 출신인 내가 탐 아완을 보면 '여기가 바로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곳이구나!'와 같은 생각이 들어야 자연스러운데 그러지 못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외국 생활을 하는 장기체류 외국이다. 2살 때부터 이민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릴 때 고향을 보면 '한국이 아닌 나라', '비행기 타면 도착할 수 있는 나라'로 생각했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고향을 떠오르면 느끼는 향수를 못 느꼈다. 그래서 탐 아완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내 고향이라는 익숙한 향수보다 새로운 세계 볼 때 나오는 이질적인 감정을 느꼈다. 

탐 아완은 용인 민속촌보다 규모가 작지만 웅장했다. 나는 탐 아완을 방문하자마자 그곳이 풍기는 압도적인 분위기 때문에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거대한 안개가 탐 아완을 덮는 그 모습이 내게 무섭게 보였다. 그 당시 나는 상상력이 풍부해서 나보다 웅장하고 큰 무언가를 보면 쉽게 겁에 질렸다. 사람만 한 크기의 드림캐처만 봐도 '엄마 싫어, 무서워'라는 말을 내뱉는 아이였다. 탐 아완에 있는 드림캐처를 보면 다들 신기하게 쳐다보는데 난 그것을 무섭게 여겼다. 드림캐처는 거미줄을 본떠서 만든 장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거대한 거미가 움직이는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안개가 자주 스며드는 바기오의 대표적인 날씨가 탐 아완을 무섭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기억하는 탐 아완 첫 방문이다. 

두 번째 방문은 2019년 여름이었다. 첫 방문은 부모님이 가고 싶어서 방문했는데 두 번째 방문은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방문했다. 탐 아완 자체를 무서워했던 아이가 어쩌다가 성인이 되어서 그곳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생긴 결정이었다. 어릴 때와 다르게 고향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태어난 곳이 예전에 어떤 곳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엄마 아빠에게 '고향의 역사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어요.'라는 말을 했더니 부모님이 나를 데리고 탐 아완으로 향했다.


어릴 때 탐 아완이 풍기는 분위기가 내게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서 무섭기만 했는데 지금은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입구를 본 순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나니아 세계로 가는 기분이었다. 물론 둘 다 웃긴 표현이다. 내 뿌리인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뿐인데 그것을 다른 세계로 가는 것처럼 비유해버렸다. 웃기겠지만 거짓말이 아니다. 머리로는 내가 서 있는 곳이 나의 고향이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마음은 '여긴 진짜 새로운 세계 같아'를 외쳤다. 이민 생활을 오래 했더니 고향이 다른 세계처럼 느꼈다.

탐 아완에 있을 시간이 많지 않아서 해설자 없이 그곳을 탐방했다. 신기하다고 생각되는 전통 예술 장식을 보면 사진을 찍었다. 해설자가 없으니 '도대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추측할 수밖에 없다. 위에 찍은 사진은 정말 신기해서 찍은 사진이다.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역사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내용처럼 옛 조상들이 산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혹은 많은 후손이 태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탐 아완에 들어가면 작은 미술관과 사진관을 볼 수 있다. 미술관에 가면 필리핀 화가들만의 개성 있는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미술관이 깔끔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스마트폰과 필터만 있으면 SNS에 올릴만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제일 신기했던 부분은 사진관이었다. 안에 들어가면 흑백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그곳에 내가 속한 가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친가에서 보았던 오래된 사진인데 그 사진이 지금 탐 아완에 전시되고 있다. 아빠가 사진을 가리키면서 웃었다. 

'어? 나 어릴 때 모습 아니야?'

흑백 사진 속에 아빠의 어릴 적 모습이 담겼다. 사진관에 가서 오래된 가족사진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인데 이것이 아빠에게 얼마나 더 웃기고 신기하겠는가. 아빠는 기념으로 자신이 발견한 가족사진을 카메라에 담겼다. 

필터 사용해서 찍은 드림캐쳐

사진관 구경 끝나고 드림캐처 보러 갔다. 어릴 때 드림캐처 앞에 서면 상상 속의 거대한 거미가 나를 잡아먹을까 봐 벌벌 떨면서 섰는데 지금은 마치 내가 거미들의 여왕이 된 것처럼 당당하게 섰다.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필터 사용해서 찍은 사진

드림캐처는 악몽을 없애는 장식품인데 어릴 때 보았던 탐 아완 드림캐처는 오히려 내게 악몽을 줄 것처럼 보였다. 성인이 된 나는 드림캐처를 보자마자 '어머 크다! 갖고 싶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내가 무서워했던 드림캐처는 지금 내가 갖고 싶은 장식품으로 변했다. 


고향의 역사를 알고 싶어서 탐 아완을 방문했는데 시간 때문에 해설자 없이 돌아다녔다. 고향의 역사를 알기 위해 방문하는 것보다 미래의 재방문을 위한 예고편에 가까웠다. 그때 되면 해설자와 함께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할 예정이다. 옛날 조상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눈으로 구경했으니 다시 방문하면 해설자와 함께 눈으로 보았던 모든 것의 설명을 들을 계획이다.





바기오는 어떤 곳인가?

세부와 마닐라로 유명한 더운 나라 필리핀. 사람들이 필리핀을 떠오르면 머릿속에 야자나무와 바닷가의 그림이 펼쳐질 것이다. 바기오는 그런 그림과 정반대의 작은 도시다. 바기오는 야자나무 대신 소나무, 바닷가 대신 파도치는 안개를 볼 수 있는 시원하고 때로는 추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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