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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 메이 Mar 03. 2021

필리핀 바기오에 뭐가 있다? 승마체험이 있다.

제 고향, 필리핀의 시원한 도시 바기오를 소개합니다!

-에피소드 인트로-
바다 광경이 좋은 더운 나라 필리핀!
그곳에 야자수가 아닌 소나무로 둘러싸인 시원한 도시, 바기오가 존재하고 있다.



나는 말을 타고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부모님이 '오늘 시간 많은데 뭐 할까?'라는 말을 하면 난 당당하게 '승마체험!'이라고 외쳤다. 이런 말을 하면 승마를 좀 해본 사람처럼 들릴 수 있으나 아직도 혼자서 말에 올라탈 수 없다. 옆에 누군가가 도와줘야 한다. 2년에 한 번 고향에 가기 때문에 '말을 좀 타 본 사람'이 되기까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승마체험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게 힐링된다. 판타지 혹은 모험 분위기 내뿜은 바기오 지역에서 말을 타면 시각적으로 힐링되고 숲 속의 상쾌한 흙냄새를 맡으면 후각적으로 힐링된다. 그 상태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저절로 '크으....' 소리가 나온다. 


고향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승마 체험은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했던 승마체험이다. 그때 12월과 1월 사이에 고향을 방문했기 때문에 맑은 날씨에 승마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비가 자주 내리는 7월에 가면 날씨를 상대로 눈치 게임을 해야 하게 때문에 그 시기에 승마 체험하기 힘들다. 맑은 날이 많은 1월에 승마체험을 하니까 말을 타면서 좋은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크으..' 소리를 나게 하는 승마체험을 어디서 하느냐, 바기오의 Wright Park(라이트 파크)에서 한다. 아빠에게 '아빠! 나 말 타고 싶어!'라는 말을 할 때마다 늘 방문하는 곳이다. 어릴 때 지정된 구역으로 한 바퀴를 돌았는데 학교 운동장 2바퀴 이상 도는 것과 비슷했다. 그때까지 말을 타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말을 타고 싶었다. 넓은 운동장 같은 공간 안에서 말을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각적으로 힐링되기엔 부족했다. 운동장 한 바퀴가 아닌 숲 속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했다.


'자연을 보면서 말을 타고 싶어.'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이 비싸지 않아서 부모님은 말과의 산책을 허락했다. 난 기대를 안고 말에 올라탔다. 

승마 경험 없는 나, 엄마 그리고 아빠가 혼자서 말을 타면 당연히 사고가 일어난다. 초보자가 말을 타면 승마 체험 직원들이 같이 가서 산책한다. 세 명의 직원이 따라갔다. 


아빠가 앞장섰고 나는 가운데에 있었다. 뒤에 어머니가 따라갔다. 산책로를 향할 때 설레는 마음으로 두리번거렸다. 어릴 때는 운동장 한 바퀴 돌면서 모랫바닥만 보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자연풍경이 보였다. 확실히 운동장 한 바퀴보다 나았다. 산책로를 구경하면서 말을 타고 있을 때 앞장섰던 아빠가 갑자기 내 뒤로 향했다. 


"라일라! 뒤를 돌아봐봐!"


아빠의 한마디에 뒤를 돌아본 순간 찰칵 소리가 났다. 

뾰로통한 얼굴의 소녀는 중학교 때 내 모습이다. 사진 찍는 것을 귀찮게 여겨서 누구든 '사진 찍자~'라는 소리를 내뱉으면 속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대놓고 눈살 찌푸리면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그저 속으로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진심으로 눈살 찌푸릴 뻔한 일이 있었다. 말이 자꾸 따그닥 따그닥하고 달려가서 허벅지 또는 엉덩이가 아팠다. 


아빠가 타고 있던 말이 먼저 뛰니까 내가 타고 있던 말이 따라잡기 시작했다. 아빠 따라잡을 때까지 뛰는 건가 싶었는데 말이 갑자기 멈췄다. 왜 그런가 싶어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뒤에 천천히 걸어오는 엄마의 말이 이제야 보였다. 아무래도 뒤에 있는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말이 멈춘 것 같았다. 엄마가 점점 가까워지니까 말이 걸으면서 나중에 또 뛰기 시작했다. 정리하자면 아빠가 뛰면 말이 뛰고 엄마의 모습이 안 보이면 멈추거나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보고 한 장면을 떠올랐다. 바로 부모님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다. 


부모님과 함께 걸어 다니면 나는 그 사이에 고생할 때가 있다. 아빠는 목적지를 생각하면서 앞으로 직진하는 편이고 엄마는 풍경을 보면서 천천히 걷는 편이다. 가운데에 서 있는 나는 도대체 누굴 따라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아빠에게 가서 '엄마 기다리자!'라고 외치고 엄마에게 가서 '아빠 먼저 갔어!'라고 외치면서 두 사람의 속도에 맞췄다. 우리가 타고 있던 말이 그러한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었다. 아빠도 그 부분을 눈치챘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말은 정말 똑똑한 동물인 것 같네. 우리 성격을 파악한 것 같아.'


아빠가 했던 말을 회상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 말을 타게 되면 어떤 성격을 보여주게 될까? 그때의 나는 중학생 때의 나였다. 그래서 지금 내가 말을 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아마 내 성격에 맞게 속도고 뭐고 알 수 없는 곳으로 자기 멋대로 달려가지 않을까 싶다. 

고향에 쉽게 갈 수 없어 과거 회상만으로 승마체험을 할 수 있다. 나는 그때가 그립다. 부모님과 함께 말을 타고 따그닥 따그닥 움직였던 그 추억이 그립다. 다시 해외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고향에 꼭 갈 것이고 라이트 파크에 가서 말을 꼭 타리라 다짐을 했다. 





바기오는 어떤 곳인가?

세부와 마닐라로 유명한 더운 나라 필리핀. 사람들이 필리핀을 떠오르면 머릿속에 야자나무와 바닷가의 그림이 펼쳐질 것이다. 바기오는 그런 그림과 정반대의 작은 도시다. 바기오는 야자나무 대신 소나무, 바닷가 대신 파도치는 안개를 볼 수 있는 시원하고 때로는 추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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