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바기오 프롤로그
바기오는 필리핀의 작은 도시, 그리고 필리핀은 나의 고향이다.
나는 필리핀 여권을 가지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한국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필리핀 현지인보다 장기적으로 필리핀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 가깝다. 방학마다 필리핀을 방문하는 시기가 고향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유일한 기회였다.
코로나 시기 때문에 고향에 방문할 수 없게 된 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과거 회상으로 풀었다. 재밌던 일, 즐거웠던 일, 신기했던 일을 하나하나 기억한 결과 '어, 바기오 경험에 대해 글을 쓰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방구석 바기오 여행을 쓰기로 했다.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로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다. 쉽게 설명하자면 동남아에 위치한 매우 더운 나라다. 인천공항에서 탄 비행기가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하면 먼저 반기는 것이 사람이 아닌 더위다. 에어컨이 빵빵한 비행기를 내리는 순간 더운 공기 때문에 2초의 숨 막힘이 온다. 몸이 더운 공기를 받아들이면 비로소 필리핀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필리핀의 수도는 마닐라, 공용어는 필리핀어와 영어다. 사람들이 대부분 생각하는 필리핀의 이미지는 이렇다.
주변에 야자수가 있으며 필리핀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 지프니가 많이 지나가는 곳.
그리고 보라카이(왼쪽 사진)와 세부(오른쪽 사진)다. 보라카이와 세부가 주는 시원한 바다와 야자수의 모습이 바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는 필리핀의 모습이다. '필리핀에서 왔습니다.'라는 말을 하면 필리핀을 방문한 사람들이 '아! 알아요! 보라카이!' 또는 '어! 저도 가봤어요! 세부!'라는 대답을 많이 한다. 그럴 때 난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부러워요. 전 아직도 안 가봤는데."
한국 생활하면서 서울 밖으로 자주 갔다. 제주도까지 방문한 나는 고향에서 제대로 여행하지 않았다. 언제나 '공항-바기오'와 '바기오-공항'뿐이다. 그나마 2019년에 필리핀의 유명한 관광지인 100개 섬에 가보았다. 남들이 많이 갔다는 보라카이와 세부를 포함해서 필리핀의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이 내 꿈이다.
매우 더운 나라, 필리핀의 이미지와 정반대로 서늘한 곳이다. 바기오는 고산지대에 위치한 도시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서늘한 편이다. 필리핀의 여름인 4월과 5월에 방문했을 때 마찬가지로 덥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 7월과 8월 때 가을 옷을 준비해야 할 정도로 서늘하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내는 12월과 1월에 바기오를 방문한 적 있었는데, 예상보다 추운 날씨 때문에 한국에 돌아갈 때 입으려고 준비했던 코트를 바기오에서 입고 말았다. 그 당시 바기오가 겨울처럼 춥지 않을 거라는 확신으로 10월에 입기 좋은 옷만 준비했다. 예상대로 낮에는 10월 정도의 날씨를 느꼈지만, 아침과 밤이 되면 11월 혹은 12월 초의 날씨로 변한다. 준비한 겉옷이 아침과 밤을 이기지 못해서 몸살감기를 걸린 적도 있었다.
서늘한 날씨를 가진 언덕형 도시, 바기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면 이 프롤로그의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