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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 메이 Apr 16. 2021

바기오에 뭐가 있다? 무서운 저택이 있다!

방구석 바기오 여행

-에피소드 인트로- 
바다 광경이 좋은 더운 나라 필리핀! 
그곳에 야자수가 아닌 소나무로 둘러싸인 시원한 도시, 바기오가 존재하고 있다.



바기오는 안개가 자주 생기는 도시로 유명하다. 시원한 날씨 속에 거대한 안개. 그 가운데에 무서운 저택을 추가하면 공포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실제로 바기오 도시 근처, Dominican Hill(도미니칸 힐)에서 오래된 저택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Diplomat Hotel(디플로마트 호텔)이다. 


2009년 4월에 있었던 일이었다. 관광의 목적으로 도미니칸 힐이라는 지역에 갔다. 한국에서 이민 생활을 오래 했던 나에게 낯선 곳이었다. 함께 간 사람은 외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부모님의 친구, 티토(tito)였다. 참고로 티토는 남자 어른을 부르는 호칭이다. 우린 차를 타고 도미니칸 힐로 향했다. 난 그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어서 목적지의 정체를 듣지 못했다. 출발하기 전에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그런데 목적지에 가까울수록 맑은 하늘이 점점 회색으로 변했다. 

우린 안개가 심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고 있어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안개가 드러날 시간대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고향에서 관광한다는 기분으로 신났는데 갑자기 흐려진 날씨를 보고 '어? 뭐지?'하고 의아했다. 아빠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목적지의 모습을 보자마자 기겁했다. 

"뭐야! 여긴 뭐하는 곳인데!"


영화에 나올 법한 무서운 저택이 나를 반겼다. 저택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날 반겼지만 난 무서워서 저택을 반기지 않았다. 난 이어폰을 놓고 아빠에게 목적지의 정체를 들었다. 눈앞에 서 있는 저택은 Diplomat Hotel(디플로마트 호텔), 그곳을 두 단어로 표현하자면 고스트 스팟이다. 원래 별장을 지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1915년에 완공했다. 지금의 명칭인 디플로마트 호텔이 아닌 Dominican Hill and Retreat House(도미니칸 언덕의 별장)로 불렸다. 


이후 별장으로 사용된 저택이 학교로 변했다. 동시에 명칭도 Collegio dol Santissimo Rossario(산티씨모 로자리오 대학교)로 바뀌었다. 학교는 2년 동안 운영되었으며 학생 수가 부족한 이유로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다시 별장으로 사용되었고 명칭도 다시 Dominican Hill and Retreat House(도미니칸 언덕의 별장)로 돌아갔다. 여기까지는 괴담이 생길만한 큰 사건이나 계기가 없다. 


괴담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 때 일어났다. 별장은 필리핀 주민들을 위한 피난처로 사용되었으나 일본군들이 본부를 설치할 목적으로 그곳을 점령했다. 그리고 1945년, 미군들이 일본군들의 본부를 폭파할 목적으로 별장을 향해 폭탄을 던졌다. 아름다웠던 건물이 폐허로 변했다. 전쟁 이후, 사람들은 폐허가 된 별장을 재건했다. 그리고 지금의 이름인 Diplomat Hotel(디플로마트 호텔)로 불리게 되었다. 


Antonio Agapito(안토니오 아가피토)라는 경영인이 디플로마트 호텔을 운영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는 경영인뿐만 아니라 심령 수술사(Psychic surgeon)이자 정신 치료사(Spiritual Healer)였다. 그가 1987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이후 디플로마트 호텔 운영이 그대로 멈췄고 임시로 문을 닫았다. 현재 필리핀에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명칭은 Baguio City Heritage Hill and Nature Park(바기오 도시, 유산의 언덕 그리고 자연공원)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디플로마트 호텔로 불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과 심령술사의 호텔 운영이 바로 지금의 고스트 스팟, 디플로마트 호텔을 만든 역사다. 난 저택의 역사를 듣자마자 차에 내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어떤 사람은 '신기한데? 가볼 만한데?' 정도로 여길 수 있으나 그 당시 난 상상력이 풍부한 외국인 중학생이었기 때문에 '유령이 있던 집'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두려움을 느꼈다. 엄마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엄마가 나를 보고 이런 말을 했다. 


"혼자 있을 거야? 안전할 것 같니?"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차에서 내렸다. 혼자는 아니지. 혼자는 안 되지. 이곳이 어떤 곳인데. 차에서 혼자 기다리다가 오히려 상상 속의 귀신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 난 침을 삼키고 차에 내렸다. 부모님 친구와 아빠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저택 근처를 탐험했다. 난 엄마와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두 사람을 따라갔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무서운 사진들을 실물로 보는 기분이었다. 안개가 점점 짙어질수록 엄마와 외할머니 옆으로 붙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자주 놀렸다. 뒤에 귀신이 있다거나, 창밖에 누군가가 날 쳐다본다는 등 날 놀라게 하는 말을 했다. 조금 더 돌아다니다가 다른 무리의 사람을 발견했다. 다행히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안도하다가 공포 분위기에 취한 내 머리가 이런 말을 했다.


"정말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하나?"


이젠 내 머리가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은 진짜 인간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저택 근처를 돌아다녔다. 조금만 더 가면 정원인 동시에 야외 예배를 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했다. 맑은 하늘 아래에 있다면 예쁜 정원처럼 보이겠지만 저택 근처에 있으니 그곳도 으스스해 보였다. 아빠가 저택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안에 들어갈까?"

"싫어!"


들어가기 싫은 의지를 어필했다.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내 의지를 본 엄마와 외할머니는 나와 함께 밖에서 남기로 했다. 아빠는 카메라를 들고 티토와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난 그저 아빠와 티토가 무사히 들어갔다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저택을 경계했다. 


몇 분이 지난 후, 미소와 함께 다시 돌아온 아빠와 티토를 보고 안도했다. 아빠가 웃으면서 사진을 보여주었다. 난 사진을 보자마자 밖에서 남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낡고 어두운 분위기로 가득 찼고 그 정중앙에 오래된 분수가 자리 잡았다. 전체적으로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아빠가 찍은 사진 속에 사람들의 얼굴이 뚜렷하게 나와서 사람 없는 배경 사진을 올렸습니다.

낮에 방문했기 때문에 그나마 사진이 덜 무섭게 나왔다. 분수가 위에서 햇빛을 받게 되면 무서운 분위기보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게 된다. 주변에 식물이 자라고 낮이기 때문에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판타지 분위기가 나지만 밤이 되면 공포 분위기가 된다. 요정이 아닌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장소로 변하는 모습을 상상하자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까지가 바로 중학교 때 느꼈던 체험이었다. 그때 찍었던 사진을 보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다시 가게 되면 가족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서 내부를 확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안개가 짙은 날이 아닌 안개가 없는 화장한 날에 가고 싶다. 




바기오는 어떤 곳인가?

세부와 마닐라로 유명한 더운 나라 필리핀. 사람들이 필리핀을 떠오르면 머릿속에 야자나무와 바닷가의 그림이 펼쳐질 것이다. 바기오는 그런 그림과 정반대의 작은 도시다. 바기오는 야자나무 대신 소나무, 바닷가 대신 파도치는 안개를 볼 수 있는 시원하고 때로는 추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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