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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on Nov 21. 2015

얼마나 잘 하니? 모텔 앱 UX #2

부끄부끄한 사용성 이야기

프롤로그 이후로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야놀자] 는 오달수에서 공승연과 송재림으로 [여기어때]는 유병재와 박기량에서 신동엽으로 서비스의 얼굴들을 원톱-투톱으로 서로 바꾸었다. 최근 숙박앱 인지도 조사에서는 [야놀자]가 압도적이고, [여기어때]가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와중에 1편에서 꼽았던 [모가]는 [야놀자] 못지않은 전통이 무기였으나 마케팅의 드립력이 소멸했고 [여기야]는 화려함 보단 서비스 내실을 다지려 하였으나, 결론적으로 사이좋게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신동엽의 시선이 이상하다면 기분탓이다

1편에서 언급한 대로 모텔앱은 '덜 부끄한' 경험을 주는데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길게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방법과(야놀자가 그런 혼을 더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우주적 기운이 느껴진다) 당장은 현 인식 하에서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최근 만병통치약처럼 남용되지만, UX 디자인이 당장 도와 줄 수단이 될 수는 있을 거 같다. 필드 리서치를 통해 총체적인 경험까지 비교한다면 제일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쓸 일이 없는지라, 우선은 디자이너로서 가장 많이 해본 책상머리 리서치로 선두를 다투고 있는 두 서비스를 위주로 인터페이스를  비교해봤다.

처음에 보여주는 것에 따라 서비스가 무엇을 우선하는 지 알 수 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 모두 현 위치 주변의 업소들을 알려주는데, 서비스 이용의 여러 시나리오들 중 가장 긴급 상황(!)을 배려한 모습이다. 하지만 방법이 또 다르다. [야놀자]는 [에어비엔비]와 유사한 이미지 중심 정보와 배너 정보를 우선 보여준다. 상세한 '내 주변'기능이 따로 있지만 어느 정도 가까운 추천 업소들을 바로 볼 수 있다. [여기어때]는 목록이 아닌, '도보 10분 거리에 N개가 있다' 말하는 캐릭터가 나오고 이놈을 만지면(!) 위로 솟아오르며 목록으로 이동한다. 두 이용단계가 생기는 셈이지만, '근처에 얼마큼 있다! 그러니 넌 성공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로 상황 파악과 다음 행동을 돕는 셈이니 나쁘지 않다. 또 낮밤에 따라 깨알같이 바뀌는 디테일도 재밌다.

'내 주변'의 로직은 동일하다. '추천'으로 우선 노출 적용된 업소들 중 2~3km 이내의 업소를 골라 보여준다. 때문에 제일 가까운 업소는 한참 지나서야 나오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광고 방식이야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여기어때]에서는 다르게 했어야 한다. 금요일 새벽 급한 마음에 앱을 열었던 '내 주변 N개'라며 희망을 품던 청년이, 멀디 먼 2km 3km의 결과물을 보고 좌절할 수 있다. 이럴 거면 그러지나 말지라는 느낌. 시간대 별로 추천의 노출 빈도를 조절하면 어떨까. 아니면 밤 시간대에 한해 추천 업소도 거리순으로 정렬하거나, 우선 제일 가까운 2~3개를 먼저 보여주고 다음에 노출되는 정도로 할 수도 있겠다. 탐색은 눈 말고도 손으로도 한다. 목록의 중간에 있어도 눈에 띄도록  디자인된다면 의도하고픈 효과는 충분하지 않을까.

목록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여기어때]는 가격정보까지 제공하는데 아무래도 주 이용자층일 20대에겐 중요한 판단 요인이 될 테다. 하지만 꽉꽉 차서 복잡해 보이는 게 문제다. 살펴보다 보면 대략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사진을 통해서도 가격대를 유추할 정도가 된다. 감 없는 초보 사용자에겐 몰라도, 익숙한 사용자라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정보다. 정 유지하고 싶다면, 디자인을 잘 하는  수밖에.

(위) 야놀자 / (아래) 여기어때

정보들을 거르게 해주는 필터는 [여기어때]가 좀 더 유용한 것 같다. 우선 정렬 옵션들은 [야놀자]는 기본/인기/거리/가볼래요(좋아요)인데, [여기어때]는 거리/대실 요금/숙박요금으로 좀 더 실용적으로 볼 수 있는  구성이다. 가까운 것을 볼 수 있는 범위 옵션이 있어 어느 정도 이동이 커버 가능한 거리 내를 볼 수 있다. 다만 오름/내림을 구분하는 디자인이 어렵다.

트윈베드나 파티 등 테마나 시설에 따라 골라보는 옵션은 모두 제공한다. 하지만 굳이 팝업으로 처리해서 불필요한 단계를 만들건 아닌  듯한다. 더군다나 적용 후에 다시 옵션을 지우려 해도 팝업을 띄워야 한다. 필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단계가 괜히 복잡해진다.

그리고 [여기어때]의 회색 버튼은 누르라는 버튼인지 돌인지 알 수 없다. '중복 선택 가능합니다'라는 안내가 아래에 있지만 연관 내용처럼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필터 전체 옵션들을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오인의 가능성도 있다. 위치도 아래로 쏠려있다. 아이콘은 시인성이 좋지도 않고 마지막 버튼 영역과 아이콘 박스는 서로 만나고 있다. 해상도 테스트 한 번만 했으면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인데, 이런 디테일에서 아쉽다.


지도보기의 논리는 서로 다르다. [야놀자]는 지도 진입 전의 목록과 관계가 없고, [여기어때]는 관계가 있다. 관계가 없다는 것은 원하는 조건의 방들을 쭈르륵 검색한 다음 얘네들이 어디 있나를 모아볼 수 없다는 뜻이다. 맞고 틀리기 보단 그저 다른 방식이라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지도가 목록의 하위 기능으로 되어있을 땐 관계하여 동작하는 것이 좀 더 명료한 것 같다.


[야놀자]의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는 예약이다. 별도 서비스인 [야놀자 예약]을 링크한 것인데, 극장 예약하듯 시간대별 대실 예약과 결제가 가능하고 프런트에 앱을 보여주는 것으로 입실이 가능하므로 상대적으로 부끄부끄가 덜하다 볼 수 있다. 멋쩍게 미역 커튼을 들추며 돌아다니거나, 전화를 걸며 "거기 가능한가요"라고 묻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서비스 간 스타일에 이질감이 크고, 웹 기반으로  제작된 예약 서비스의 사용성과, 대상업소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장기적인 노력(리뉴얼 하거나, 단일로 합치거나, 제휴업소를 늘리거나 등)이 필요하다. 참고로 [모가]는 오래전부터 회원가입 없이 앱의 1회용 인증권을 제공하는 식으로 카운터에서의 경험을  단축시켰다. 1분으로 제한한 것은 앱을 자주 열어보게 하는 영리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좀 더 앞서 나가는 것은, 전체 경험을 앱 안으로 끌어온 [야놀자]인 것 같다.

하지만 꽃순이가 있다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야놀자]는 업소들을 주제별로 모아 보는 기능이 있지만 그저 전국구의 업소들을 10~20개씩 모은 것이라 활용성은 의심된다. 개수를 줄이고 좀 더 상세한 취재로 보다 재밌게 보여줄 콘텐츠로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여기어때]는 '여기 톡'이라는 사용자 간 커뮤니티가 있다. 기존의 카페나 게시판과 유사한데 사용자는 적지 않은 편이다. 내용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의 성교육을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사용자들을 서비스 안에 잡아두는 콘텐츠로선 나쁘지 않다. 말했듯이 퀄리티가 문제인데 이건 근본적으로 개선이 어려운 부분이다. 한번 실제 서비스 이용률과의 상관관계를 들여다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을거 같다.


전반적으로 [여기어때]는 음란 뻔뻔 유쾌한 날라리, [야놀자]는 모두의 맘에 들고픈 착한 범생이가 되고파 한다는 느낌이다. 대실을 자꾸 Dayuse로 표현하는 것부터 모델로 우결에서 주가를 올린 연예인을 기용한 것까지 그 방향성의 하나인 것 같다. 가입자수나 이용률, 인지도도 앞서고 예약/펜션/데이트/여행/호텔비교 등 넓은 판을 갖고 있는 [야놀자]지만, [여기어때]란 날라리의 추격도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너무 '모텔'에만 포커스 된 지금의 이미지는 나중에 제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앞날을 어찌 알겠는가. 그저 불구경이 제일 재밌다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꺼낸 전기장판이 따뜻할 뿐이다.


뱀발. [여기어때]는 그래픽을 기똥차게 뽑을 UI 디자이너가 필요하지 않을까? 구직 기준이 궁금하시다면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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