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도 되지 않는 일을 가끔 해요.
늦었거나, 쓸모없을지라도.
하지만 해요.
당신 글을 읽고 나서 너무도 많이 울던 내가,
그 짙은 여운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뿐이에요.
나의 마음, 느낌을 기록해 두는 것.
당신의 우주에 하나의 별이 사라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 글의 울림이,
그 날의 울음이 알려줬어요.
어느 늦은 밤,
전화기 너머로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고,
그저 울음으로 모든 걸 대신 전하던 당신.
그 소리는 슬프고도 짙게, 내게 전해졌죠.
날것 그대로, 미처 다듬지 못한 감정 그대로.
슬픔을 주체할 수 없던 그 울음,
그것이 당신만의 애도였지요.
그것이 당신이 그 순간 할 수 있는
전부였겠지요.
매일 보던 얼굴,
당신과 티격태격하던 장씨.
내 눈에도 이렇게 선한데,
하루아침에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린 존재라니.
그 소식 앞에서 얼마나 무너졌을까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청천벽력 앞에서,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앞에서,
당신은 얼마나 무너져 내렸을까요.
얼마나 울었을까요.
우리의 우주에서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하는 힘이
당신의 울음소리에 담겨있었어요.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지요.
그 밤, 당신의 슬픔은 잦아들기 힘들었겠죠..
전화를 끊은 후,
그 슬픔은 이미 내게 스미어 있었어요.
장씨의 배시시 웃던 미소,
어눌하지만 따듯한 말과,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겨주던 배려 깊은 행동들,
눈을 비비며 집에 가고 싶어 하던 제스처,
안쪽 자리에 앉아, 작은 거울 들고 화장하던 그 모습.
입술밖으로 조금 삐져나온 핑크색 립스틱,
배를 내민 그 걸음걸이.
당신의 그 울음소리와 함께
밀려드는 기억들.
왜 그토록 생생하게 스쳐 지나갔는지..
그 짧고도 생생한 기억으로
나도 그녀를 가끔 생각했어요.
당신의 울음으로 더 선명해진
두 사람이 같이 웃던 모습까지 생생하게요.
그게 내 방식의 애도였나 봐요.
내겐 슬픔이 휘몰아치진 않지만,
서서히 조용히 깊숙이 스며들어요.
그래서 내가 인지조차 못하고 있을 때,
어떠한 장면을 마주하면
스위치 켜지듯,
울컥. 터져 나와요.
.
.
(독백)
몰아치는 슬픔에 잠길까
나까지 젖어들고 스며들까
두려운 무의식의 회피.
감정이 늦게 오는 나는
그 뒤로도 오래도록 가슴 아파했다.
감정을
제때 처리 못하는 나는.
늘 그렇게 서서히 오래 묵은 슬픔이
문득문득 떠오르고, 서서히 차올라
어느 순간 갑자기 가슴 저며 눈물짓곤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당신에게 목 놓아 울 수 있는 존재였단 것.
그 하나만으로
위로받고 위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