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노을빛이 볼을 감싼다. 교실 맨 뒷자리에서 보는 풍경은 매번 똑같다. 재잘재잘대는 말소리, 간혹 들리는 큰 목소리, 복도를 뛰어다니는 소리까지. 모두 익숙하다. 싫은 기분은 분명 아니다. 주변이 시끄러우면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매끈한 나무 책상에 손을 올려놓는다. 책상에는 작년에 이 자리에 앉았던 선배가 연필로 남긴 글이 있다. '1년 고생해라' 이름만 아는 사람. 작년에는 내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그래도 다음에는 말이라도 걸어볼까, 하는 생소한 감정이 든다. 그 선배도 나와 같은 자리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손톱 끝으로 책상 위를 긁어본다. 모든 것이 무감각할 때 하는 습관이다. 사각거리는 나무의 소리가 자극이 되어준다. 나무를 긁으며 나와 비슷한 맨 뒷자리에 있는 친구들을 본다. 다들 책을 읽거나,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겉모습만 볼 때는 나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적어도 행동이 확실하다. 책을 읽는 것은 취미. 멍 때리는 것은 휴식. 모두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나의 책상 긁기도 자극이라는 목적이 있지만, 어중간한 행동력으로 인해 목적을 이루지는 못한다. 결국 책상에서 손톱 끝을 뗀다. 조금 공허하다.
나에게 다가오는 아이들은 없을까. 그런 내 기대감이 무색하게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타인과 나누고 있다. 어렴풋이 들리는 말소리를 들어보면 큰 의미가 있는 말들은 아닌 것 같다. 쉬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푸념들이다. 불편한 마음으로 교실 우측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본다. 6시 반을 살짝 넘는 시간. 6분 후면 쉬는 시간이 끝난다. 남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한숨을 쉰다. 다시 공부하는 건 마음에 안 든다. 물론, 그렇다고 빠지는 것도 별로다.
쉬는 시간은 거의 끝나간다. 우리 반 교실 문에서 얘기를 나누던 이들은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몇몇 학생들은 벌써 수업 준비를 하고, 끝까지 친구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보인다. 나도 그들에게 동조하기 위해, 손을 내려 가방 지퍼를 연다. 깔끔한 수학책과 필통을 쥐고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수업 시간을 기다린다. 고집을 부리는 학생들 또한 이제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는다.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지금은 긴장감을 수업에 대한 귀찮음 정도로 치부한다.
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 끝났음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나는 가만히 앉아 창문 밖을 본다. 노을빛이 따스하다. 교실 맨 뒷자리에서 보는 풍경은 매번 똑같다. 들리지 않는 말소리, 간혹 들리는 연필 소리, 선생님의 목소리까지. 모두 익숙하다. 싫은 기분은 아니다. 주변이 조용하면 내가 누군가를 벗어나 혼자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미지근한 나무 책상 위에 올려진 필통을 연다. 차가운 연필 하나를 짚는다. 수학책도 핀다. 선배가 나의 책상에 적은 글씨를 바라보다, 그 옆에 따라 글을 적는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안정이 되어준다.
편안하기도
불편하기도
하지만 나쁘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