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애매함

아침의 카페

관찰

by 류성

얇은 유리에 작은 물이 부딪히는 이른 아침의 카페. 카페의 안과 밖은 평온한 사람들과 혼란스러운 사람들로 미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창문으로 황량한 바깥을 바라보며 카페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커피잔이 받침대에 살짝 접촉하는 소리. 때로는 격정적인 대화가 오가는 말소리들이 카페의 공간을 장식한다. 찻잔의 평온한 달그락 거림은 바깥의 무질서를 중화시켜 주어,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무질서를 아름다운 것이라 착각하게 된다. 나도 이 카페의 소리를 듣는 이상, 착각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이른 아침의 카페가 차가운 공기를 타인의 시선 없이 마음껏 즐기게 해 주기에, 나는 매일 아침 카페에 방문해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사람들이 잘 앉지 않는 가장 구석 자리에 앉은 채, 사람들의 모습을 천천히 관찰한다. 카페에 처음 오는 사람이 마시기에는 맛이 강한 홍차를 입에 머금고 음미한 뒤, 카운터 바로 앞 테이블에서 차분하게 작업 중인 여자를 바라본다.


카페 내부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지만, 연필로 무언갈 열심히 적고 있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시선은 그녀의 손에서 눈까지 올라간다. 그녀의 눈빛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향한 열망과 사랑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러나 사람을 판단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내 바로 앞자리의 남자를 세심히 응시한다.


앞자리의 남자는 아까의 여자와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잔을 위로 들었다가 놓으며 평온한 눈빛으로 카페 바깥을 쳐다보고 있다. 이 자도 카페의 착각에 취한 자일까, 생각했지만 이내 차가운 눈길로 카페 내부에 관심을 주는 것을 보자 생각을 철회했다. 그도 나처럼 잠깐의 평온을 찾는 것일지 모른다.


혼란의 시대는 사람들에게 깊은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으나, 소수의 사람은 이 시대에서 안정을 찾았다. 물론, 그와 나의 안정이 그저 겉치레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나의 모든 판단은 추측에 그칠 것이다. 눈을 돌려 시선을 치우려 한 그 순간.


"여기 영업 아직도 하나요?"


카페의 문이 요란하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젊은 청년이 들어온다. 청년은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자 급하게 카운터로 걸어간다. 그의 걸음걸이는 분주하고, 행동거지는 매우 빨랐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마시던 홍차를 잠시 내려놓고 청년이 주문하는 모습을 눈여겨본다.


"커피랑... 도넛 하나 부탁드릴게요."


사람들은 청년을 잠시 바라보다, 자신의 작업과 음식에 집중한다. 나는 집중을 치워두고 청년의 모습과 습관에 관심을 둔다. 예의 바른 말투. 그러나 날카로운 눈매와 인상. 내가 지금까지 많이 봐왔던 사람들과 비슷하기도, 비슷하지 않기도 했다. 그의 눈빛은 아까 바라본 그녀의 열망이 내비치고 있다. 그의 눈매는 아까 응시한 남자의 차가움이 담겨 있다. 청년은 나의 관찰을 전혀 신경 쓰지 못한 채로 주문을 기다린다.


청년의 주문이 나오고, 그는 허겁지겁 카페 밖으로 서둘러 나간다. 카페 바깥은 여전히 그처럼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힘없이 산책하고 있다. 나는 분명 착각을 했다. 카페의 바깥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 평온함은 오만에서 나왔다.


바깥의 사람들은 단정 지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복잡함을 견디고 있다. 남을 단정 짓지 않겠다는 나의 다짐은, 카페 내부의 사람들에게만 유효했다.


내 모든 확신은 오만이었다. 그리고 이 확신도 오만일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난 아침의 카페에 방문할 것이다. 균열을 볼 수 있는 것은 이곳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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