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종착점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끝에 와서야 비로소, 혼잣말을 꾸밈없이 내뱉는다.
고요한 파도 소리만이 나에게 울린다. 정갈하게 포장된 도로 위에 혼자 가만히 서있다. 이곳에는 차도 다니지 않는다. 기능하지 않는 신호등을 볼 때마다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진다. 세상에 나만이 혼자 남은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이곳은 지나치게 조용하다.
도로 한 복판에 우두커니 서서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그 길에는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신발로 검은색 아스팔트 도로를 누르며 흔적을 남기려 했거늘, 그것조차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고개를 천천히 돌려 바다를 바라본다. 더는 현실을 직면하고 싶지 않다.
겨우 수평선이 보이는 아득한 바다. 햇빛이 수면에 부딪혀 눈부시게 반짝인다. 그 물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다. 고민을 가득 채워 살아온 나는 바다 앞에서 쉽사리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바다 앞에 당당히 얼굴을 들이밀면, 내 모든 무게가 바다에 끌려들어 갈까 봐 꺼려졌다. 애써 파도의 빛은 외면한다. 그 대신 수평선을 멍하니 응시하기로 한다. 최소한의 용기로 햇빛을 향해 손을 뻗는다. 손가락을 쥐었다 피며, 햇살의 온기를 받는다.
이유 모를 감정이 섞인 목소리를 무심코 허공에 흘려보낸다. 더 이상 태양은 공상으로도 잡힐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다. 되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들어가 버렸다.
내가 걸어온 사유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대로 더 가다간 바다에 빠질 만큼 깊이 들어갈 것을 확신한다. 흔적 없이 사라질 이후마저 어렴풋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여행을 멈추는 걸 상상하기 힘들다.
복잡한 생각을 담으며 도로 한 복판에서 벗어나 난간에 조심스레 두 팔을 올려놓는다. 고개를 들고 찬란한 바다를 두 눈으로 마주한다. 물속에는 모든 사유가 가라앉으니, 내 생각도 언젠가 무의미에 빠질 것이다. 그건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단지 쓸쓸함으로만 남겨져 난간 밖으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