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는 나에게 이혼을 권했다

by 류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서둘러 판잣집 같은 곳에 신접살림을 차린 우리지만, 그 콩깍지가 떨어져 나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기혼자들의 조언은 그냥 하는 헛소리가 아니었다. 핸디캡이 있는 아들로, 꾸지람보다는 늘 말 없는 묵인과 보살핌을 받아온 남편은 가장으로서, 그리고 아빠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나 또한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해서 내성적이고 예민했고, 더욱이 막내라서 다른 사람을 잘 보살피는 성격은 아니었다.


남편은 인생 최대의 숙제였던 결혼에 성공했고,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술과 친구를 벗하여 일주일에 기본 2-3번은 술을 마시고 늦게 집에 들어왔다. 일요일 저녁이라도 누가 나오라고 하면 바로 나가는 예스맨이었던 것이다. 남자는 결혼한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결혼 전에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랑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철부지였다.

술이 센 것도 아닌데 3차고 4차고, 마시면 끝장을 봐야 되는 그 몹쓸 성질은 결혼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예전에 시골에 살 때는 누군가 남편을 부축해서 데려다주거나 길바닥에 주저앉아 정신을 잃었다가 깨서 온 적도 있다. 지금 살고있는 집에서 9년째인데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데려다주신 적도 두세 번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사를 가지 못한다. 집 못 찾아올까 봐.



처음에는 술버릇이 이혼을 생각하게 하는 주원인이었다.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에 다혈질인 성격. 내가 잔소리한다고 혼수였던 텔레비전을 쳐서 바닥에 넘어뜨리거나, 심하게 취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아이도 있는 거실에서 술병을 던져 거실 전체로 파편이 날아간 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고 인간 말종은 아니다. 평소에는 다정하고, 특히 술 먹는 사람이 그렇듯이 밖에서는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같이.


나 또한 조용하게 참는 성격은 아니다. 친정어머니가 계셨을 때는 도저히 못 살 것 같을 때 친정으로 뽀르르 도망을 쳤다. 옛날 분이라 엄마는 무조건 '참을 인'을 강조하셨고, 아이들이 어려서 결국 참고 넘어가곤 했다. 이제는 친정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부부 싸움을 해도 말려줄 사람도, 갈 곳도 없다는 것이 서글프다.




결혼하고 딱 두 번 점집(철학관)에 갔다. 결혼 전에는 사주 카페에 가본 적은 있어도 철학관에 가는 것은 좀 꺼려졌다. 어머니는 언니 결혼 문제로 아주 가끔 점집에 가곤 하셨다. 잘 맞춘다고, 친구 소개를 받아서 찾아간 점쟁이(요즘은 역술가라고 불리는 것 같지만 편하게 호칭하겠다)는 약간 신끼가 있다고 들었으나 책으로 사주를 봐주었다.


처음 갔을 때는 서로 사주가 안 맞아서 힘들다, 남자만 잘못이 아니라 내 사주도 안 좋다고 했다. 나는 한여름에 팍팍 갈라진 땅처럼 누구를 만나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 사주가 안 좋아서 그런 남자를 만난 것이라고 했다. 남편은 사주에 나 말고 '진짜 여자'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이 내 마음에 남아 있어서였을까. 어리석은 나는 그 말을 가끔 남편에게 농담처럼 지껄였다. 설마 남편이 바람을 피우겠냐고, 안심하고 반쯤 무시하는 마음이 섞여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말이 씨가 된다고, 작년에 남편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술 마시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다음 날에는 예고했던 대로 멀리 있는 친구에게 2박 3일로 놀러 갔다. 친구가 찾아오면 아주 가끔 숙소를 잡아 밤새워 술 마시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아침에는 들어오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남편의 친구 대부분을 아는데, 누구랑 만났는지도 얘기하지 않았고, 나중에도 자꾸 대답을 회피했다. 가끔 남편이 이야기하던 여자 직장 동료 두 명이 떠올랐다. 넘겨짚었는데 대답을 피하면서 남의 약점을 잡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욱 의심을 부채질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정당한 방법도 없었다(나중에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지만). 급기야 이혼 얘기가 나왔고, 시댁에도 알려졌다. 몇 해 전부터 매주말마다 시댁에 가는 남편은, 집에 갔다 온 이후로 코치를 받았는지 말을 바꿨다.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뗐고, 같이 못 살겠다면 전셋집이라도 구해달라고 했다.


이혼을 결심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멀리 있는 그 철학관을 다시 찾았다. 점쟁이는 남편에게 여자가 꼬이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여자에게 자꾸 대시를 한다고 했다. 지금이 처음이 아니고, 내가 눈치가 없어서 늦게 알아챈 것이라고. 자기가 웬만하면 이런 말 안 하는데, 이혼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아니면 쇼윈도 부부로 살던가. 물론 사주 풀이로 하는 그 말이 100% 사실인 것은 아닐 터이고,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점집에 다녀온 그날 밤, 나도 모르게 꺽꺽 소리를 내며 울었다. 아이가 들을 것 같았는데도 터져 나오는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먹구름뿐. 나의 인생은, 우리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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