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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Dec 10. 2023

거울 속의 나에게

나에게 쓰는 편지



그래, 너도 참 많이 늙었구나.

계속 동안(童顔)일 것 같았는데 역시 세월을 비껴가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

슬픈 눈빛을 하고서도 사람을 만날 때면 해맑게 잘 웃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그 얼굴에선 피로와 지루함이 숨길 수 없이 삐져나오고 있네. 

구부정한 등과 움츠린 어깨 위로 두 덩이의 짐이 매달려 있는 듯했어.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숙제를 짊어지고 오늘도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안쓰러워 토닥여주고 싶었지. 

참 많이 힘들었지?


거울에 비친 너의 모습이 처음엔 참 모자라 보여서 싫었어.

자신감도 없고 소심하게 눈치나 보고 살아가는 것이 답답해 보였지.

이제 오십이 넘어가니 점점 너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

주름의 개수만큼, 쌓여가는 복부 지방만큼 삶에 깊이가 더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야.

시행착오로 얻은 경험들이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주고, 작지만 알찬 감사함이 오늘을 지탱해 줘.

막내다운 고집을 부리며 바보 같은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네가 잘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는 되었잖아. 있는 그대로의 너 자신을 조금쯤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지.

남아있는 시간은 짧은 것 같지만, 어쩌면 지나치게 길 수도 있어.

인생은 그렇게 스스로를 거울에 비춰보면서 조금씩 완성으로 나아가는 것이겠지.

그냥 가서 네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해.

조금은 멍 때리며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아.

억지로 웃거나 울거나 공감할 필요도 없어.

자신에게 진심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만이 필요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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