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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Feb 12. 2024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읽고

데이먼 나이트의 소설 작법서




 어느 날 문득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어쩌면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내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조금씩 고개를 내민 것 같았다. 저장해 둔 글감 서랍에서 이야기를 하나 꺼내어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분명 머릿속에는 등장인물과 대강의 줄거리와 결말까지 들어있었지만, A4 한쪽 채우는 것도 힘들었다. 소설을 한 번도 써보지 않아서 이론의 도움을 받고자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쓴 데이먼 나이트는 미국의 SF 작가이자 편집자이며 30년간 소설 창작을 가르친 글쓰기 교사다. ‘궁극의 소설 쓰기 바이블’이라고 내세우는 책을 펼치며 단편소설 쓰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초심자의 그런 기대를 작가는 서두부터 부숴버린다. ‘소설 쓰는 법은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지 누구에게 배워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론적인 것을 알아두면 잘 짜인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설을 시작할 때는 텐트를 설치하는 것처럼 ‘인물’, ‘상황’, ‘장소’, ‘감정’이라는 네 개의 지지대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 텐트 폴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주제’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되풀이해 말하고 있는 진실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것이 주제이다. 의도적으로 주제에서 소설을 시작하면 주제가 다른 요소를 압도하는 결과가 빚어지기도 한다. 독자들은 세상의 의미에 대한 답을 기대하며 문학 작품을 읽는다. 그 의미는 독자들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통 논픽션은 진실을 담기를 기대하고, 픽션은 진실보다 재미를 담고 있기를 기대한다. 모든 소설은 거짓이지만, 진실을 담지 않으면 조잡한 글로 전락한다. 이것이 학창 시절에 배운 소설의 개연성이다. 분명한 동기와 그럴듯한 이유 없이 우연이 반복되면 독자는 의문을 품게 되고 감동은 멀어진다.

 다른 장르와 달리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갈등 구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단순한 스케치나 에피소드, 일화에 불과한 것 같으면 감정적 관계와 장애물을 집어넣어 소설로 만들어야 한다.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짜 의미는 갈등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플롯은 기대감을 자아내기 위해 고안된 일련의 가공적 사건이다. 하지만 플롯이 있는 소설 대부분은 예측 가능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소설의 결말에서 갈등의 해결을, 수수께끼의 해답을, 사건의 진상, 반전 등을 기대한다. 현대소설은 특별한 줄거리나 플롯이 없는 경우도 있다. 소설의 형식이란 규격화된 작은 상자가 아니므로 작가의 의도에 따라 형식의 파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에 묘미가 있다. 

 끝으로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데이먼 나이트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글쓰기 재능은 생각보다 훨씬 흔하다.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믿는 것과 달리 작가가 되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엄청난 재능을 지녔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소설 창작을 관두고 사라져버린 사람들도 봤고, 아주 평범한 재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부단히 노력해 프로 작가로 성공한 사람들도 봤다.” 

 이는 비단 소설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릴 때는 노력하는 사람이 천재를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살아갈수록 끈기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글쓰기는 숙련을 필요로 하는 단순한 기술은 아니지만, 끈기 있게 쓰고 고치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포기하지 않고 쓰다 보면 땀과 눈물은 결코 쓰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글벗들과 한 달에 한 번,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은근히 어렵기도 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내공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글쓰기책   #단편소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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