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 6. 식도락
"니는 나중에 돈 많이 벌어야 되겠다. 그렇게 먹고 싶은 게 많으니."
당시 어른들은 차려주는 대로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으나, 맨날 비슷한 반찬에 밥을 먹는 것이 나에게는 견딜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후, 내가 아이들에게 똑같이 얘기하고 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주는 대로 먹어라. 너는 왜 그렇게 입이 짧니?"
밀가루 음식도 좋아했지만 어릴 때는 말할 것도 없이 소고기가 둘도 없는 나의 사랑이었다. 옛날에 먹던 소 불고기는 양이 적어서 그랬는지, 목축 환경이 좋아서 그랬는지 정말 꿀맛이었다. 지금은 소고기보다 닭고기, 특히 치느님을 사랑한다. 고지혈증이 아니라면 더 자주 즐겼을 터인데 애통하다. 오늘도 기분이 가라앉는 휴일이라 치맥이 몹시 당겼으나, 다이어트 1일 차라 꾹 참았다.
나이가 들어 소화력이 떨어지고 처진 뱃살과 건강 적신호에 빵에 대한 취향도 변화했다. 치아바타, 캄파뉴 같은 빵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한창 때는 며칠간 밀가루 음식만 먹어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하루만 밥을 안 먹어도 다음날 꼭 밥을 찾게 되었다. 여행지에서도 한식집을 찾아 환호성을 울리는 중년 아줌마가 되었다.
한때는 요리나 홈베이킹에 열을 올리기도 했지만, 늙으니 밥 하는 것도 점점 귀찮다. 마음이 내킬 때면 반찬 몇 가지를 할 때도 있지만, 한 그릇 음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은 외식을 잘하지 않으니 종종 배달 음식을 시키는데, 맛은 그냥 그렇고 비싸고 양이 적을 때가 많아서 슬프다. 옛날에는 맛있는 것이 많았는데 요즘은 정말 맛있다고 감탄할 수 있는 음식이 드물다.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 혼자 맛집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헤매지는 않지만, 이왕이면 맛있고 예쁜 음식을 먹고 싶다. 행복감은 높아지는 반면에. 고독한 미식가처럼 살도 안 찌면 더욱 좋겠다.